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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不眠), 한의학에서는?

 요즈음, 잠 못 이루는 분들 많습니다.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기도 해서 사람 참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불면증’입니다. 요즘엔 ‘수면장애’라 통틀어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불수다몽(不睡多夢)’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분간을 못하고 꿈만 주구장창 꾸기도 합니다. 이러하니 피곤을 주렁주렁 달고 삽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옛 진인은 꿈을 꾸지 않았다. 정신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古之眞人其寢不夢 寢不夢者 神存故也)’이라 했습니다.  이는 곧 마음이 편안치 않으니 잠이 불편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몸 상태가 마음에 영향을 끼쳐 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을 매우 지치게 만드는 ‘불면’, 한의학에서는 대여섯가지로 나누어 치료하는데 다음 유형이 대표적입니다.

동규자(冬葵子) Malvae Semen

아욱과(Malvaceae)에 딸린 아욱의 씨를 ‘동규자(冬葵子)’라 하여 약용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증상은 ‘소변불리’이다. 실증에 한하여 변증에 따라 활석이나 목통과 배합하여 사용한다. 최산이나 포의(胞衣)의 배출 촉진을 목적으로 응용하였는데 전자의 경우엔 불수산을, 후자의 경우엔 우슬을 배합하여 사용한다. 민간에서 젖몸살이 있을 때 아욱국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유탕 등에 동규자를 가미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다만, 아욱의 씨가 아닌 어저귀의 씨(경마자)가 섞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약물 검수에 유의토록 한다.

백모근(白茅根) Imperatae Rhizoma

벼과(Poaceae)에 딸린 ‘띠’의 땅속줄기를 ‘백모근(白茅根)’ 또는 ‘모근(茅根)’이라 하여 약용한다. 여타의 벼과에 딸린 식물과 마찬가지로 이소변의 효능을 지니고 있으면서 지혈의 효능이 있어 혈림(血淋)처럼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에 사용하였다. 비교적 완만한 편성을 지니므로 임산부나 노약자에게 활용된 예가 많다. 또한 다른 지혈약과 함께 배합하여 각종 출혈증에 응용하였는데, 특히 코피에 쓰는 처방에 응용된 예가 많다. 한편, 노근(蘆根)보다는 약하지만 열로 인한 갈증을 삭이는 효능도 있어 열병을 앓거나 앓은 뒤에 사용하는 처방에 응용되기도 하였다.

양제근(羊蹄根) Rumecis Radix

마디풀과(Polygonaceae)에 딸린 참소리쟁이 또는 토대황의 뿌리를 ‘양제근(羊蹄根)’이라 하여 약용한다. 현재는 지혈약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고문헌에서의 사용은 외용처방에 쓰인 예가 대부분이다. 특히 버짐에 사용되었는데, 옴진드기에 의한 버짐에 사용하는 외용제에 응용된 예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쓰임새를 확대하여 근현대에는 신경성피부염에 응용하고 있다. 한편, 면역혈소판감소성자반증에 효과가 있다고 한 것은 지혈효과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해당 질환에는 적절한 변증(음허, 혈열, 기허, 양허 등)에 따른 본처방에 양제근을 가미하는 정도로 활용함이 좋다.

제3절 화어지혈약(化瘀止血藥)

지혈약을 장기간 사용하거나 고용량 사용하면 혈행의 운행을 방해하여 어혈(瘀血)을 유발할 수 있으니 용량 용법에 주의하라는 금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혈행의 운행이 저체되어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어혈(瘀血)로 인한 출혈에 응용하는 약물을 화어지혈약(化瘀止血藥)이라 한다. 이 분류군에 속하는 약물은 비통혈(脾統血)이 잘 되도록 유도하여 지혈에 이르게 하는 것도 있고, 특정 경락 주위에 몰려 있는 어체를 소산(消散)시켜 다른 곳으로 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있고, 혈분(血分)에 가까운 곳의 저체를 풀어헤쳐 혈분의 운행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도 있는 등 다양한 작용을 지니므로 이에 맞게 활용함이 좋다.

삼칠근(三七根) Notoginseng Radix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딸린 삼칠(三七)의 뿌리를 ‘삼칠근(三七根)’이라 하여 지혈약으로 사용한다. 가짜인삼이라는 뜻의 ‘notoginseng’이 종소명으로 붙었다. 즉, 인삼의 동속근연종이다. 기를 보하는 효능이 인삼에 비해 매우 약하지만 지혈 작용은 뛰어난 편이라 지혈약으로 분류한다. 명나라 시기의 《본초강목》에 ‘近時始出’이라 하여 수재되었으니, 약물로의 활용 연원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 후반부터 중화민국 시기까지 다양한 출혈질환에 특효약처럼 사용되었다. 최근(2024년 기준)에는 그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은 산출량으로 인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