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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을 달고 사는 아이. 비연(鼻淵)과 비체(鼻涕)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모아두었습니다. 다만, 본문 중의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어려서부터 콧물을 달고 살아 온 ‘맹맹’ 군은 5학년이다. 일 년 내내 콧물 떨어지는 날이 없다. 그래도 더 심한 때가 있긴 하다. 아침 찬바람에 나가면 콧물 나면서 코가 막히고, 재채기 난다. 집에 있을 때도 겨울철 건조할 때는 코가 막힌다. 매운 거 먹으면 콧물이 나온다. 당연히 라면도 매운 맛의 빨간 국물 라면은 콧물 범벅이 되고 만다. 콧물이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뒤로 넘어가는 지 맹맹 군이 스스로 안 것은 아니다. 자꾸 기침이 나길래 감기 걸렸는가 하고 한의원 갔더니 목 안을 들여다보고 진단받은 내용이다. 비염 때문에 콧물이 넘어가서 기침이 오래도록 안 떨어지는 거라고.

  비염이다. 코에 염증이 생겨 콧물이 많이 나온다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혈관 운동성 비염’이다. 코점막을 흐르는 혈관들의 활동이 많아져 콧물이 많이 나온다는 말이다. 코안에 있는 점막은 원래도 충혈되었다 가라 앉기를 반복한다. 적절하게 콧물을 내어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공기에 따뜻함을 주고, 촉촉함을 준다. 그렇지 않고 찬 공기, 마른 공기가 바로 폐로 들어오면 감기 걸리거나 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데 코안의 점막이 시도 때도 없이 충혈되면 문제가 난다. 쓸데없는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폐가 차갑거나 폐에 열이 있어서 그런다고 한다. 둘 다 폐가 약한 것은 기본이다.  결국, ‘맹맹’ 군의 비염은 나았다. 치료 3개월 했고, 지켜본 게 1년이니까 이제는 재발하지 않을 거 같다.

동생 ‘골골’ 양도 늘 콧물을 달고 살기는 마찬가지다. 오빠 다니는 한의원에 엄마 손잡고 갔다. 엄마가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었다. 오빠처럼 늘 콧물 달고 산다, 재채기도 한다, 코막힘도 있다. 근데 감기 치레를 자주 한다. 감기 걸리면 머리 아프다고 한다. 학교 끝나고 오면 누우려고 해서 학원 못 보내는 일이 많다. 애가 좀 핑계가 많다…. 감기 나으면 콧물도 마르던가요? 하는 질문에 한참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건 오빠랑 달라요, 했다.

  ‘골골’ 양의 콧물은 감기다. 감기 걸리면 콧물 나고 머리 아프고 온몸에 몸살이 오고 으슬으슬 춥기도 한다. 애들이 1년에 서너 번 감기 걸리는 게 보통인데, 골골 양은 감기 횟수가 두 배로 많았을 뿐이었다. 1년에 열 번 가까이 감기 걸리니 한여름 삼복더위 빼고는 거의 감기를 달고 산다고 생각하면 맞다. 약한 어린이들은 감기도 1주 만에 안 낫는다. 2주 넘어가니 엄마 보기에는 비염이라 할 만하다. 감기가 자주 걸리는 이유는 면역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는 바깥에서 온 병이니 외감이라 하고, 몸이 약한 것은 내상이라 한다. 골골 양처럼 몸이 약해서 감기 달고 사는 경우는 ‘외감 협 내상2’ 즉, 외감에 내상을 곁들인 병이라 한다. 더 쉽게 말하면 감기 치레 자주 하여 보약3 먹었더니 그 뒤로 감기 안 걸렸어요…. 하는 경우다.

감기 달고 사는 경우는 정말로 보약이 답이다. 하얀 콧물 중심의 코감기가 자주 걸리는 게 풍한 감모이고, 목이 아프고 열이 많이 나는 몸살감기 자주 걸리는 게 풍열 감모다. 풍한 감모, 풍열 감모에 맞는 한약을 지어 먹으면 된다. 요즘은 즙 문화도 유행한다. 콧물 중심 코감기에는 양파즙4이 좋고, 열감기에는 배즙이 도움 된다.

혈관 운동성 비염은 가려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코가 가렵고 눈이 가렵고 온몸이 가려운 경우 알러지성 비염일 수 있다. 전혀 다른 병이다. 알레르기 아니어도 콧속이 가려울 수가 있긴 한데 드물다. 온도 차이, 습도 차이에 노출을 덜 시키는 게 중요하다. 폐가 아직 약해서 온도 습도 차이에 적당히 대응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어른 되면 대부분 저절로도 없어진다. 8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에 ‘코보’ 별명을 가진 애들이 많았다. 손수건도 가슴에 차고 다니라 했다. 전부 비염 때문이었다.

어른 되면 대부분 없어진다 하더래도 놔두면 안 된다. 비염이 오래되면 후각 신경과 후각 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냄새 못 맡는 수도 있다. 누런 콧물은 비염이 아니다. 누런 콧물 나오면 축농증인지 확인하러 한의원 가야 한다. 누런 콧물은 코 주위에 있는 소리 울림통인 부비강에 염증이 생겼다는 신호다.

비염에는 코 옆 문지르는 법이 있다. 양쪽 가운뎃손가락으로 콧마루 양쪽을 20~30번씩 문질러 코의 안팎이 다 따뜻해지게 하면 된다.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내외상겸(內外相兼)
  3. 한의학에서는 폐 자체의 허약함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등의 다른 장부의 기능이 저하되어도 콧물과 관련된 질환이 잘 낫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폐에 좋다는 한약만을 임의로 장기간 복용하는 건 좋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4. 평소 비위가 약한 편이고 맑은 콧물이 쌀쌀한 계절에 자주 난다면 생강차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