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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 아픈 40대 남자들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고등학교 졸업 20주년 기념행사에 모여 앉은 세 명의 남자. 20주년 행사를 준비하기까지 20번 이상을 만난 터라 속 얘기도 쉽게 한다. 얘기하다 보니 희한하게도 셋 다 옆구리가 아파 고생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옆구리에 붙어 다닐 정도로 친했던 세 사람. 40대가 되니 한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옆구리 통증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하나, 만병의 원인, 외부스트레스2

  ‘달달’님은 사장이었다. 주유소를 운영했는데 경영을 너무 잘했다.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대형 트럭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해서 평이 좋았다. 처음에는 주유소와 집이 따로 있어서 저녁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두었는데 고객들에게 더 잘해주고자 아예 주유소 사무실 안으로 방을 드려 살림을 옮겼다. 너무 잘 되었고 주유소를 하나 더 냈다.

  이후 ‘달달’ 사장님의 마음이 바빠졌다. 늘 긴장했고 성격도 급해졌다. 화내는 횟수가 늘어갔다. 옆구리가 자주 아팠다. 두 주유소 간의 거리가 자그마치 100킬로. 매일 점검할 수 없어 전화로만 확인했다. 1년쯤 지났을 때 6천만 원 정도의 매출액이 없어졌음을 확인했다. 옆구리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 가서 비싼 검사를 다 했는데 이상 없었다. 한의원에서 받은 진단은 기울 협통. 스트레스 때문에 몸 안의 기가 울체되어 옆구리(脇)가 아파지는 병이다. 치료 중이다.

 

 

, 몸의 일부가 오랫 동안 회복하지 못한 채로 반복되는 손상3

  ‘팍팍’님은 준프로 운동맨이었다. 직업하고 상관없이 거의 모든 운동을 잘했다. 5년 전부터 시작한 골프가 준프로급이었다. 내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으니 역시 준프로. 다만 한 가지 골프만 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 옆구리 통증이었다. 180cm, 85kg의 프로 골퍼 체구를 가진 ‘팍팍’ 님의 주 무기는 장타. 늘 옆구리 통증이 따라다녔고 단골 한의원서 치료 받았다.

  진단은 ‘사혈 협통’. 골프공 칠 때 받는 충격 때문에 옆구리에 죽은 피가 조금씩 생기고 많아지면 돌아눕기도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죽은 피는 한자로 사혈(死血)이라 한다. 양의학으로 말하면 늑간 근육통이다. 심해지면 전기 오듯이 저릿한데 근육이 신경을 눌러 생긴 늑간 신경통이다.

 

, 아픈 이유에 빠지는 법이 거의 없는 과 무절제한 식습관4

  ‘끌끌’님은 술을 가까이해서 아픈 옆구리였다. 20대에 술 많이 마시다가 내과에서 췌장염 진단을 받았고 치료했었다. 그 뒤에 직장 들어가서도 술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40대 넘어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통증이 쉽게 발생한다. 더 짜증 나는 것은 소화불량이다. 늘 트림이 끌끌 나온다. 밥맛도 별로 없다. 체중도 조금씩 줄어든다. 한의원에서 받은 진단은 ‘식적 협통. 식적이란 말은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고 적(積)이 되어 가슴과 상복부가 더부룩 답답해지는 병이다. 적이라 하니 종양처럼 들리는 데 종양은 아니다. 췌장염처럼 가슴에서 옆구리 쪽으로 막대기 하나 들어 있는 듯한 불쾌감을 말한다. 한방으로 치료 잘 된다. 다만 비싼 것이 흠이다. 정말로 비싼 것만 흠이다. 만성 췌장염의 치료기간은 2개월 정도.

 

다섯, 감기는 아닌 듯한데 기침할 때마다 옆구리는 미치도록 아프다.5

  옆구리 통증은 이 세 가지 말고도 몇 개 더 있다. 최근 흉막염으로 이름을 바꾼 늑막염이 있다. 폐렴 때문에 열과 기침을 동반하면서 흉강에 물이 고이면 ‘풍한 협통’이라 하고, 폐색전증 때문에 미열에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있으면 ‘담음 협통’이라 한다.

 

여섯, 옆구리가 아파서 왔는데 콩팥이 문제라구요?6

  신우신염 때문에 열나면서 피오줌 나오고 옆구리가 심하게 아픈 경우는 ‘신사(腎邪)’로 인한 옆구리 통증이라 한다. 신사는 신장에 사기(나쁜 기운)가 쳐들어왔다는 말이다. 이때 사기는 감염을 말한다.

 

일곱, 안그래도 힘도 없는데 끈질긴 옆구리 통증7

 연세 많으신 분들의 고질적인 옆구리 통증이 있다. 근력이 너무 떨어져 생기는 통증이다. 한의학에서는 기혈이 말라서 그런다고 한다. 마를 건(乾) 자를 써서 ‘건협통’이라 한다. 눈 떠서 자기 전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아프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통증과 함께 산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20주년 동창회는 40대가 가장 왕성한 사회 활동 인구임을 증명한다. 정말 멋진 친구들이 되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살아가는데 도움 되겠다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40대는 인생 후반전의 시작이기도 하다. 질병이 시작되는 생의 전환기다.

  옆구리 통증은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정도로 다양한 병을 포함하고 있다. 동창회 모이면 옆구리 안 아픈지 안부 묻는 친절함을 갖자. 의외로 진지하게 고마워한다.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기울협통(氣鬱脇痛). 장기간 지속되면 단순한 간기울결(肝氣鬱結)뿐만 아니라 간울화화(肝鬱化火), 간화상염(肝火上炎), 음허(陰虛)가 결부되어 나타나는 간양상항(肝陽上亢)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3. 사혈협통(死血脇痛). 흔히 말하는 어혈(瘀血)이 주원인으로 증상의 양상에 따라 허실(虛實)을 나누어 치료한다.
  4. 식적협통(食積脇痛). 영양상태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현대인에게는 습열(濕熱)이 가장 많다.
  5. 풍한협통(風寒脇痛), 담음협통(痰飮脇痛)
  6. «동의보감»에서는 ‘腎邪上薄爲脇痛’이라 하고 임상례만 있다. 고열과 오한이 번갈아 나타나고 구토나 설사같은 소화기계 증상이 심한 학질(瘧疾)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한 탓에 古代에는 학질의 범주에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의보감»에서 임상례가 기록된 것으로 보아 조선중반에 이미 학질과 다른 질병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한 치료법은 후대의 온병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에 정리되었다. 만성이거나 재발 빈도가 높고 콩팥 조직이 크게 손상을 입지 않았을 경우 한방으로 치료가 잘되는 질환이기도 한다.
  7. 건협통(乾脇痛). 기혈을 동시에 보하는 약물을 사용하되 열증의 여부에 따라 가감한다. 체질에 따라 사상방을 응용하기도 한다. 노인층뿐만 아니라 운동부족이 극심한 청장년층에게도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