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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耳鳴)

귀가 저 혼자 울어요. 이명(耳鳴)과 이롱(耳聾), 궐롱(厥聾)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이재성. 이재성한의원.
Edited by
금산. 포라메디카닷넷.

 

편집자 주. ≪東醫寶鑑≫에서 귀울림(耳鳴)의 원인을 영양부족(胃中空則宗脈虛), 기운 저하(上氣不足), 수해 부족(髓海不足), 기운이 위로 몰린 것(氣逆) 등이라 말한 초창기 한의학 시대의 기록을 전하고, 연이어 담화(痰火), 신허(腎虛), 외사(外邪) 침습 등을 주원인으로 제시하였다. 그 외에 귀먹먹함(耳聾)이 심해져 청력이 소실되고 어지러움(眩暈 ; 눈앞이 아찔하며 도는 듯함)이 주증상인 궐롱(厥聾)을 언급하고 있다. 이 글은 현대인에게 자주 나타나는 담화이명(痰火耳鳴), 신허이명(腎虛耳鳴), 궐롱(厥聾)의 임상 증상을 설명하였다.

 

  귀가 우는 병1이 있다. 안 겪어본 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아무 소리 없는 데도 내 귀에서 나만 들리는 소리가 난다. 맴맴 하면서 매미 우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버스럭거리며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청력이 떨어지고, 어지러우면서 귀가 우는 수도 있 다. 더 많은 원인과 소리 형태들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특징적인 이 세 가지 경우를 소개하려 한다.

 

 

내 귀에 위이윙~위이잉 파도가 생겼던지,   매미가 살고 있나봐요

 

이명(耳鳴)‘맴맴’ 님은 사십대 남자다. 사업한다. 크지는 않지만 잘 되는 편이다. 그래도 맴맴 님은 늘 고민이 많다. 열 명밖에 안 되는 직원들이 무슨 개인사가 그리도 많은 지 한 명씩 일이 생기면 맴맴 사장님이 직접 빈 자리를 채운다. 맴맴 사장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수금이다. 경기 어렵다고 뉴스가 돌면 돈 있는 분들도 결재를 미룬단다. 귀에서 소리 가 나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이었다. 낮에 사람들과 얘기하는 동안에 도 소리가 나서 대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밤이면 스피커를 설치한 듯 소리가 커졌다. 손으로 귀를 막아도 소리는 여전했다. 며칠을 고생하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혈액순환 장애라 하였다. 치료율이 높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이비인후과 선생님을 보고 있으니 더 답답했다.

  한 달쯤 고생하다 한의원을 찾았다. ‘담화이명(痰火耳鳴)2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 탓에 담이 생기고 화가 생겼다 하였다. 맴맴 님 이 또 하나 가지고 있는 병이 있었는데, 염이었다. 위염도 담화 탓이라 하면서 치료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하였다. 일주일 정도 침 맞고, 한약 먹었을 때 소리가 3분의 1로 줄었다. 살 것 같더니 좀 지나 그 소리도 짜증이 났다. 한 달 정도 치료받고 거의 없어졌다.

 

 

만 되면 어디선가 버스럭거려요.

 

  ‘버스럭’ 님은 65세 어머니시다. 올봄부터 귀에서 소리가 났다. 나뭇잎 버스럭거리는 소리인데 사람들하고 말하는 낮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혼자 있거나, 밤 조용한 시각이면 소리가 들렸다. 손으로 막으면 소리가 거의 안 났다. 그러지 않아도 계모임에서 몇 명이 귀에서 소리 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이 들면 소리 나는 것이라 하는 친구도 있었고, 치료받고 나았다는 분들도 있었다.

  ‘신허 이명(腎虛 耳鳴)3이다. 한의학에서는 귀에서 잡음 안 나게 통제 하는 일을 신장이 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귀의 잡음 통제 능력을 잃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퇴행성 질환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생긴 경우라 해도 귀에서 소리 나기 시작한 지 오래지 않으면 치료가 된다. 치료 기간이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리기도 한다. 약해진 신장을 튼튼하게 보수해주는데 걸리는 시간이라 길다.

 

 

온 세상이 뱅뱅돌면서 귀가 ~한 뒤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어지럼’ 님은 귀 울면서 잘 안 들리고 어지럼이 같이 온 예다.

  어느 날 어지럼증이 생겼다. 5분 정도 빙빙 돌았다. 메슥거리고 넘어올 것 같 았다. 5분 쯤 지나 어지럼은 없어졌는데 한 느낌은 다음 날까지 갔다. 귀가 꽉 막힌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럭저럭 병원 안가고 버텼다.

  한 달쯤 지나 전화를 받는 데 왼쪽 귀가 잘 안 들렸다. 대학 병원으로 갔다. 신경과에서 뇌에 이상 없다고 이비 인후과로 보내줬다. 이비인후과 갔는데 이미 청력이 많이 소실되었다고 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젊은 나이에 귀가 안 들리다니…. 메니에르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가 한의원을 찾았다. 어지럼이 발작할 때마다 한방 치료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기로 하였다. 한 달쯤 치료받았을 때 어지럼과 귀 우는 횟수는 거의 없어졌다.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았는데 청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한의학에서 메니에르병은 궐롱(厥聾)4이라 한다.

 

  맴맴 큰 소리 나는 담화이명은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성격 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 흔하다.

  버스럭거리는 신허이명은 어르신 된 후나 몸이 약해졌을 때 흔하다.

  궐롱(≓메니에르병)은 젊은 여자에게 많고 나이 들어서 올 수도 있어 특정 나이가 없다. 어지 러우면서 귀가 꽉 막히고 울면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귀 안 들리는 것은 한쪽 귀만 안 들리는 일이 흔하여서 환자 자신은 모르기에 십상이다.

 

 




각주

  1. 한의학에서는 비정상적인 귀울림을 이명(耳鳴)이라고 하며, 귀가 꽉 찬 느낌이 나며 먹먹한 것은 이롱(耳聾)이라고 한다.
  2. 한의학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담음(痰飮)은 ‘가래’이지지만, 그 외에도 인체의 수분대사가 여러 원인에 의해 정체되면 그 성질이 변하여 ‘담음(痰飮)’이 된다고도 보았으며, 이것이 새로운 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담음은 폐의 활동을 방해하는 가래처럼 몸 안 어디에서 정상적인 기혈의 운행을 방해한다. 차가운 곳에 잠자고 일어나서 뻐근한 것을 ‘담 걸렸다’고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쉬이 이해할 듯하다. 담화(痰火)는 앞의 담음(痰飮)이 다른 작용을 받아 그 성질이 재차 변하여 그 증상이 주로 머리, 안면, 흉곽, 소화기계 등에 나타난 것이다.
  3. 크게 신음허(腎陰虛)와 신기부족(腎氣不足)으로 나누는데, 전자가 더 흔한 편이다.
  4. 발병 초기의 궐롱은 한방치료로 비교적 잘 되는 편이나 청력 소실이 이미 진행된 후의 치료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