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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저리면 혈액 순환 장애 ?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1회/2주)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편집자 주. 손 저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그 원인 중에는 혈액순환장애도 있지만 신경이 압박을 받아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감각이상이나 저림증을 대체로 마목(麻木)의 범주에 넣고, 신경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저림증은 대체로 비증(痺證)의 범주에 넣는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손저림증 중 가장 흔한 세가지를 소개하였다.

 

  손 저리면 혈액 순환 장애라는 진단을 스스로 내리는 분들이 많다. 진단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치료도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신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혈액 순환 개선제를 사 먹는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놓고 피를 빼 달라고도 한다. 문제는 손 저린 분 중에 혈액 순환 문제가 원인인 예가 드물다는 것.

  대부분신경 문제다. 신경 문제라 하면 스트뤠쓰요? 하는 분들이 많은 데 아니다. 실제 뇌와 연결된 신경이 손까지 오는 길목 어디쯤에서 사고가 난 거다.

 

명절 지나고 나니 엄지부터 중지까지 저려요. 예전엔 이처럼 심하지 않았는데요.

 

‘와이프’ 님은 전공을 제대로 살리신 주부다. 식품 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영양사로 일하시다가 애들 셋 되면서 퇴직 후 살림을 한다. 문제는 전문가 근성을 못 버리고 살림도 영양 살려 한다는 것.

‘와이프’ 님의 음식을 먹어 본 이들이 많다. 학교 운동회 때도 차에 싣고 올만큼 음식을 한다. 엄마들 놀러 가는 데에 고기 빼고는 혼자 다 챙긴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손목이 늘 아프다. 손목 아파 한의원 가면 경근에 무리 간 겁니다… 하고 침 맞으면 그때그때 나았다.

1년 전에 손바닥이 저리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더니 손가락이 다 저렸다. 아! 40대 중반에 혈액 순환 장애 온다더니. 왔구나… 살을 빼기 시작했다. 근데 전혀 낫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나 왼손까지 저려서 일하기가 어려웠다. 오랜만에 찾은 한의원에서 받은 진단은 ‘손목터널증후군2‘. 한의학에서는 수궐음 경락에 기혈 흐름이 막혀서 생긴 거라 한다고…

  치료는 아팠다. 피 빼는 것도 아팠고, 뜸도 아팠다.

  한 달 정도 치료했을 때 거의 없어졌다.

  열심히 한 달 치료한 후에 다음 달부터는 띄엄띄엄 치료받으러 갔다.

  저리다 안 저리다 하다가 나았다. 인터넷 찾아보니 안 나으면 수술한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면 손목 나간다는 말이 진짜예요?

 

  ‘스마트’ 양은 고등학생이다. 남에게 이끌려 해야 하는 ‘공부’보다는 내가 만들어 가는 내 인생 자체에 의미를 더 둔다. 최근 1년간 많이 해온 일은 스마트 폰이다. 트위터도 바쁘고, 애니팡도 바쁘다. 애니팡 하트 새로 나오기 기다리는 8분간 드래곤 플라이트를 한다. 집중력도 좋아서 저녁 시간 내내 훌륭한 자기 시간을 보낸다.

  저번 달에는 손이 저려 치료를 받아야 했다. 뒷목 뭉치는 것은 게임 서너 시간 후에 흔히 있는 일이라 우습게 생각했다. 근데 이번에는 뒷목 뭉치는 것 말고도 오른쪽 팔이 멍했다. 팔에 이 좀 안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진단은 풍비(風痺)3. 목에서 나오는 신경이 눌린 것이라 했다. 팔 전체에 걸쳐 저린 느낌, 아픈 느낌, 멍한 느낌이 있는 거라 한다.

  날씨 흐리면 심해지더냐고 묻는다. 생각해보니 비 온 날 저렸던 기억. 할머니 병인가… 그런 건 아니라고.

  치료는 2주였다. 그렇게 나은 뒤 쟁기자세 요가로 재발 방지 체조를 하고 있다.

 

 

마목(麻木)? 왜 나무처럼 뻣뻣해진건가요?

 

  ‘패트’ 님은 비만하신 50대 남자이시다. 고지혈증으로 약 먹은 지 오래되었다. 비만하신 분들이 그렇듯이 운동은 철저히 피하신다. 손 저림이 있다. 농기계 고치는 일을 하는 터라 손에 힘쓸 일이 많다. 힘써서 기계 고치는 날이면 손이 저린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작업이 많다.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하면 다리도 저린다.

 

‘패트’ 님의 손 저림이 혈액순환장애다. 흔할 거 같지만 손목에 신경 눌린 거나 목에서 신경 눌린 예보다 확연히 적다. 홍화씨 달여 먹으면 골다공증 예방된다고 많이들 달여 먹었던 시절이 있다. 홍화씨는 골다공증 예방도 되지만 원래 혈액순환장애를 치료하는 약이었다.

 

한의학에서 혈액순환장애로 말미암은 손발 저림을 마목(麻木)이라 한다. 마는 마비되었다는 말이고, 목은 나무처럼 뻣뻣해졌다는 말이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다리 저리는 거… 이게 흔히 겪는 마목이다. 물론 ‘패트’ 님은 화장실에 앉은 정도 저린 게 아니다. 일어나서 걸어 다녀도 늘 저린다. 고통이다.

 

 

  손 저림을 혼자 진단하면 안 된다. 실제로는 손목이나 목에서 신경 눌려 그런 예가 많아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도 잘 된다.

 신경 눌렸을 때 혈액 순환제 먹어봐야 거의 효과 없다. 손만 저리면 손목 운동, 팔까지 저리면 쟁기자세가 예방법이다. 혈액순환장애는 뚱뚱해지지 않는 것이 예방이다.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수근관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CTS, 腕管綜合症)이라고도 한다. 손목 가운데를 지나는 정중신경(median nerve)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나 감각 저하, 저림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한방에서는 氣血兩虛 또는 氣滯血瘀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자는 기력을 너무 손실한 나머지 허(虛)한 상태인 것이고, 후자는 담(痰)과 어혈(瘀血)이 급작스레 발생한 상태이다. 둘 모두 발병기간이 긴 만큼 그에 비례해서 상당한 치료기간이 소요된다. 치료는 침구치료나 추나요법,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골프 등과 같은 운동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면 당장 운동을 중지하는 것이 좋으며 이 경우엔 약물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3. 초기 한의학에서 풍(風)은 범위가 넓고 증상의 경중이 고르지 않은 것을 의미하였다. 처방이 발달한 후기 한의학에서 ‘운동기능 이상’과 ‘감각 이상’을 동반하는 증상일 경우에 질환 이름에 풍(風)을 붙이고 해당 한약(재)을 쓰는 경우가 많다. 비증(痺證)은 현대의 신경 압박 또는 손상으로 인한 질환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