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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돌아갔어요. 구안와사(口眼喎斜)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편집자 주. 일상적으로 접하는 한의학 용어가 꽤 많다. 구안와사(口眼喎斜)도 급작스런 안면근육마비를 지칭하는 한의학 용어로 크게 중경락(中經絡)과 중혈맥(中血脉)으로 나뉘는데, 이는 현재의 말초성 및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대응된다. 이 글에서는 중풍의 주증상 또는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중혈맥(中血脉)으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 중경락(中經絡)으로 인한 구안와사(口眼喎斜)의 세가지 임상예를 설명하였다.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눈이 안 감기고 웃으면 얼굴이 비대칭으로 찡그려지는 병이 있다. 구안와사다. 흔히 발생하는 구안와사는 세 가지 정도2이다.

 

너무 쓰면 입 돌아가요

  첫 번째로 피곤해서 입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과로’ 님의 직업은 영어 학원 원장님이다.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유학까지 다녀왔다. 영어 학원 시작한 지는 5년 남짓 되었는데 너무 힘들다. 혼자 거의 다 한다. 학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기사를 쓸 정도는 아니다. 수업에 운전에 부모님 상담까지 하루가 빽빽하다.

  요즘 동네 인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좀 수월하리라 생각했는데, 인구가 늘어나자 영어 학원이 생겨났다. 경쟁 분위기로 급변하면서 안 하던 휴일 보충 수업도 하게 되었다. 지난여름 ‘과로’ 님의 입이 돌아갔다. 한 달 치료하는 동안 내내 한의원에서 수면 시간 늘리기 요청을 받았다. 정말로 많이 잤다. 치료는 깨끗이 되었다.

  양의학에서는 벨이라는 의사가 발견했다고 하여 ‘벨 마비3’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피곤해서 경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한다. 얼굴에 있는 경락은 족양명경이라는 경락이다. 경락 기능이 떨어져서 병이 왔다는 것은 뇌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얼굴 문제라는 말이다. 경락이라 하니까 온 몸이 다 똑같이 움직이는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얼굴만 문제 되는 경우다.

 

너무 많이 바람 쐬면 입 돌아가요

  두 번째는 날씨 때문에 생긴 구안와사다. ‘원콜’ 님이 택시를 하신 지는 20년 가까이 된다. 움직이는 네비게이션이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자체를 훤히 안다. KTX 멈추는 시간에 맞춰 용산역에 내린 손님 태우고 수원, 성남 가는 일이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한 밤중에 가는 일이 많다. 갈 때는 손님이 있어서 긴장이 되고 졸음이 안 온다. 늘 오는 길이 문제다. 오는 길에는 긴장이 풀어져 졸음이 온다. 창문을 연다. 한 밤중에는 15도가 못되는 기온이라 싸늘하다. 엊그제 인천 갔다 온 날도 창문 열고 왔었다.

  자고 일어 났는 데 양치하는 물이 입가로 흘렀다. 세수를 하는 데 눈에 비눗물이 들어가서 아팠다. 밥을 먹는 데 입 한쪽으로 밥알이 고여서 잘 안움직였다. 이상해서 거울을 보고 얼굴을 찡그려 봤는데 한쪽만 찡그려졌다. 마비된 쪽은 찡그려지지 않았다. 눈도 잘 감기지 않았다.

양의학에서는 신경 손상 없이 입이 돌아간다고 하여 이 것도 ‘벨 마비’라고 한다. 별다른 원인이 없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다르다. 중풍4이라 한다. 찬 기운이 경락을 침범한 중풍이라 한다. 경락만 침범한 중풍, 즉 뇌에 문제없는 중풍이다. 경락 이름은 당연히 족양명 경락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부엌을 시멘트로 고친 집이 많았다. 여름에 시멘트 바닥에 누우면 시원했다. 신기하기도 해서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일이 많았다. 차가운 바닥에 얼굴 닿은 채로 자고 나면 다음날 입이 틀어진 일이 많았다. 이것도 찬 기운이 침범한 경락에 생긴 중풍5 이다. 치료는 어렵지 않다. 한 달이면 대부분 치료된다.

 

입 돌아 간 뒤에 곧바로 몸살 감기가 왔다구요? 빨리 진료를 받으세요.

  세 번째로 바이러스가 침범하는 수가 있다. 보통은 몸에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얼굴에 관련된 신경을 침범하면 얼굴 신경이 손상되면서 얼굴이 일그러진다6. 대상포진의 대상은 띠 모양이라는 말이고, 포진은 물집이 생겨 진물이 흐른다는 말이다. 대상포진은 몸 어느 부위에 생기든지 신경을 침범한다. 그래서 신경통이 생긴다. 심한 경우는 출산과 맞먹는 통증이 오는 수도 있다. 그리고 신경이 손상된 후에 재생되지 않아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얼굴도 마찬가지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침범한 경우에는 얼굴이 틀어진 채로 살아가야 하는 수도 있다. 얼굴 신경을 침범하여 문제가 되는 부위는 대개 귀 뒤이다. 귀 뒷편이 매우 아프다. 얼굴까지 아프기도 한다. 1주 정도 아픈 뒤에 귓바퀴나 귀 안쪽에 물집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입이 돌아간다. 한의학에서는 ‘풍열독’이 침범하였다고 한다.

  흔히 구안와사는 한의원에 가서 침 맞으면 쉽게 낫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치료에 임하는 한의사들은 늘 긴장이다. 특히 귀 뒤에 통증이 있을 때에는 빨리 한의원에 가야 한다. 혹여 풍열독이 침범했다면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귓바퀴에 물집 생기고 나면 늦는다. (끝)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이 글에서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에 해당하는 중혈맥(中血脉)으로 인한 구안와사(口眼喎斜)는 제외하였다.
  3. 벨마비(Bell’s palsy).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라고도 한다. ‘특발성’이란 말은 병의 원인이 불확실하다는 의미이다. 발병 환자의 약 70% 정도는 완전 회복되고, 약 15% 정도는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나, 나머지 약 15% 정도는 후유증이 남게 된다. 열흘 ~ 보름 안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여 한 달 반 정도에 회복되는 경우가 있고, 두 달 정도 지나서 증상이 호전되어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으므로 발병 초기의 치료가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상한(傷寒)이나 기허(氣虛)에 준해서 침과 약침을 위주로 치료하는데, 발병 일주일 정도 경과 후 호전이 없으면 한약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4. 한의학에서는 중풍을 경중에 따라 중경락(中經絡), 중혈맥(中血脉), 중부(中腑), 중장(中臟)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중경락은 말초 신경의 이상과 대응되며, 중혈맥-중부-중장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중추신경 이상을 일으킨 경우와 대응된다.
  5. 陽明經은 多氣多血하여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추위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평소 氣虛가 있는데 과하게 기력을 소모하였거나, 과도한 寒氣에 노출되는 경우 絡脈이 손상을 입어 급격히 운동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 그 足陽明經의 絡脈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얼굴이기 때문에 ‘차가운 데서 잠을 자면 또는, 찬 기운 많이 쐬면 입 돌아간다.’는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
  6. 람세이헌트 증후군 2형(Ramsay Hunt Syndrome type II, RHS type 2). ‘이(耳)성대상포진(herpes zoster oticus)’이라고도 한다. 안면의 신경절에 잠복해있던 대상포진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발생한다. ‘귀 뒤쪽의 통증’이 주요 증상으로 지목되나 환자에 따라 늦게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오진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초기 치료를 놓치면 안면근육의 영구 손상, 청력 소실 등의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급작스레 안면근육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몸살감기처럼 오한과 발열이 있다면 빨리 진료를 받도록 한다. 한방에서는 온병(溫病)에 준해서 치료하며 초기부터 한약을 투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