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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출산의 복병. 산후풍(産後風)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주. 예로부터 산과는 중히 다룬 분야이기에 한의학에서도 산후질환을 다양하게 분류하여 치료하고 있다. 그 중 산후풍(産後風, Postpartum strokes)은 산욕기에 관절이 시리거나 아프고 오한이 들며 땀을 심하게 흘리는 등의 질환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어혈(瘀血)과 혈허(血虛), 풍한(風寒), 신허(腎虛)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 글에서는 신허(腎虛), 즉 평소 신체가 허약하여 생긴 산후풍을 제외한 앞의 세 가지의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산후풍의 가장 흔한 원인인 어혈(瘀血)2

  ‘보라’ 님이 결혼한 것은 서른 넘어서였다. 서른 두 살부터는 5일씩 하던 생리도 3일로 줄어 내심 걱정이 있었다. 정성이 지극해서 그랬을까. 누나 둘 이후 외아들인 남편도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약국에서 임신 진단 스틱으로 허니문 베이비를 확인하고도 산부인과로 달려가 다시 확인했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입덧 그리 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기도 덜 걸렸다. 계획한 것도 아닌데 출산 예정일은 크리스마스 시즌. 기쁨이요 감사였다.

  출산하던 날 진통이 심했다. 진통이 시작되기도 전에 조금 아픈 것 때문에 병원으로 먼저 간 게 잘못이었다. 꼬박 10시간 넘게 긴장과 통증의 공포에 시달렸다. 출산하고는 산후 조리원에 2주 있기로 했다.

  칠순 가까운 친정 어머니라 무릎이 아팠고, 아이 목욕시킬 힘이 못되셨다. 출산하고 3일 지나서도 온 몸 아픈 것이 가시지를 않았다. 아랫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오로가 나오는 데 검은 색이었다.

  아프다고 주무르는 남편 손은 통증 가속기였다. 만지면 더 아팠다. 일주일 지나서도 배가 아파서 다시 초음파를 하였다. 자궁에 피가 다 빠져 나오지 않았다 한다. 시술할 만큼 많은 양은 아니고, 2주 정도 기다리면 나올 것이라 한다.

  하지만 아팠다. 모유 주는 데 진통제를 먹기도 그렇고 해서 다음 날 한의원을 찾았다. 산후풍이라 한다. 출산과 함께 어혈이 다 빠져 나갔어야 했는데, 어혈이 남아서 온 몸이 아픈 거라 한다.

  주무르지 말라 한다. 남편이 성의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어혈 때문에 아플 때는 원래 만지면 더 아픈 거라 한다. 한약을 먹은 지 2일 되자 오로 양이 많아졌다. 덩어리진 오로가 흘렀다. 차츰 덜 아프기 시작하더니 10일 정도 지나 씻은 듯이 나아졌다.

 

둘째, 부족해졌어요, 혈허(血虛)3

 

  원래 몸이 약한 ‘핑크’님은 남편이 주물러줘서 고마웠다고 한다. 남편이 열많은 사람이라 손이 따뜻한 데, 그 따뜻한 손으로 아픈 데에 대고만 있어도 아픈 게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참, 사람들 가지가지다.

  핑크 님은 피가 부족해서 생긴 산후풍이다. 피를 보충하는 한약을 쓴다. 피만 보충하는 게 아니라 약해진 기도 같이 보충해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뜨겁게 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면 땀과 함께 양기가 빠져 나가 몸이 더 피곤해지고 힘이 빠진다.

  따뜻하되 덥지 않게 몸을 잘 모셔야 한다. 옛날에도 산후에 뜨겁게 하는 것만 권하지 않았다. 여름에 출산 예정인 왕비를 위해서 출산하는 방에 얼음을 두었다. 빙산(氷産)이라 한다. 에어컨 틀어 놓고 출산한 것이다. 너무 더운 방에 뻘뻘 흘리는 땀은 기운 빠지는 산후풍의 원인이 된다.

 

셋째, 산후조리 잘 못해서 찬바람 들었어요, 풍한(風寒)4

  ‘자주’님도 아프다 하였다. 쾌활한 성격인 자주 님은 출산하고 날아갈 듯한 기분에 샤워를 하였다. 젖은 머리 말리는 데 친정어머니가 들어오더니 호통을 치신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부터 감기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1주일 정도 지나 감기 몸살은 나았는데, 온 몸의 관절에서 찬바람이 들어왔다.

  이해도 안되었지만 창피했다. 할머니들이나 든다는 찬바람이 내 무릎에 들다니…. 한약을 한 달은 먹은 것 같다. 산후에 걸린 감기는 관절에 찬바람 드는 후유증을 남긴다고 산후풍이라고 하였다.

 

  산후풍은 세 가지 유형이 가장 흔하다.5

  온 몸에 뭉친 피가 돌아다니면서 아프게 하는 어혈형의 피 색깔은 보랏빛이라고 상상하면 쉽다. 사실은 보랏빛이라기보다 검은 색에 가깝다.

  아이 낳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몸이 아픈 피부족형의 피 색깔은 핑크빛이라고 보면 된다.

  아이 낳고 찬바람을 쐬어서 심한 감기에 걸린 뒤 관절에 찬바람 드는 감기형의 피 색깔은 자줏빛으로 상상하자.

  이 세 가지 유형의 산후풍을 예방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산후 보약이 단순한 보약만은 아니다. 체질과 출산 전후 정황 파악을 근거로 산후풍을 예방하고자 하는 약들이다.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출산할 때 태반의 남은 찌거기와 정체한 피, 점액 등을 한의학에서 오로(惡露)라고 통칭한다. 일반적으로 2-3 주내에 자연적으로 배출되나 사람에 따라 극심한 하복부 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이 자체가 어혈(瘀血)이 되어 관절과 같은 다른 부위에 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산후풍의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한방의료기관에서는 일반적으로 산후 초기에 이 어혈 치료에 중점을 둔다.
  3. 임신기에 철분 관리에 소홀히 하였거나 장시간의 분만으로 출혈이 심하였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극심한 피로감, 기분 나쁜 은은한 발열, 심하지 않은 일시적 두통이나 어지러움, 수면장애 등을 동반한다. 이런 경우 민간에서 산후에 쓰는 익모초(益母草)즙은 오히려 회복에 방해되거나 부종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4. 일반적으로 발열과 심한 통증, 열감, 부종을 동반한다. 통증 부위가 일정치 않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분만할 때 기력을 과다하게 소모하여 외기에 취약해졌다고 보고 ‘풍한(風寒)’으로 분류하였다. 단, 일반적인 실증(實證)이 아닌 허실지간(虛實之間)의 증(證)으로 간주하여 치료한다.
  5. 나머지 유형인 신허(腎虛), 즉 평소 신체가 허약하여 생긴 산후풍은 예방이 원칙이나 대비하지 못했다면, 이 세 가지를 먼저 처치한 후에 치료하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