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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

두려움이 밀려오는 어지럼증. 현훈(眩暈)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주. 한의학에서 아찔아찔하게 어지러운 병증을 현훈(眩暈)이라고 한다. ≪東醫寶鑑≫에는 風暈, 熱暈, 痰暈, 氣暈, 虛暈, 濕暈의 6가지 眩暈이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여섯 가지 眩暈 중에서 가장 흔한 痰暈, 虛暈, 風暈을 위주로 설명한다.

 

  어지러움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 아찔한 어지러움이 있은 후 메슥거리고 멍한 상태로 며칠씩 고생하는 예가 있다. 어떤 경우는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면 멍~하니 어지럽기도 하다. 또 감기 걸린 후에 어지러움을 겪는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예를 얘기하려 한다. 실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어지럼들이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것도 힘든데 메슥거림까지, 담훈(痰暈)

담훈

  ‘휘청’ 님은 60대 중반의 어머님이시다. 주요 일과는 손주 보기와 가사 노동. 큰 병 없이 잘 지내셨는데 2주 전에 어지러움이 생겼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핑 돌아서 쓰러졌다. 1분 정도 엄청나게 어지러웠다.

쓰러진 상태에서 일어나긴 했는데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어지러움이 계속 있었다. 핑 도는 건 아니었지만, 머리가 맑지 않고 약간씩 어지러웠다. 온종일 고생하다 다음 날 한의원을 찾았다. 진단은 ‘담훈(痰暈)’2.

담(痰)은 체액이 맑지 않다는 말이다. 안쪽 귀에 림프액이 들어 있다. 이 림프액에 돌가루가 흘러들어와 탁해지면 어지러움이 생긴다. 이 탁해진 림프액은 담의 일종이다. 담으로 인한 어지러움은 메슥거림이 따라온다. 심하면 토하기도 한다. 귀 안의 림프액만 탁해진 게 아니라 온몸의 체액이 탁해졌기 때문에 귀 안에도 문제가 온다. 그래서 메슥거리고 토한다.

훈(暈)은 어지럽다는 말이다. 실제로도 담훈으로 고생한 경험을 들어보면 스트레스가 있었거나 컨디션이 안 좋았다3고들 하신다. 젊은이들에게도 오긴 하지만 50세 넘어서 더 흔하게 온다. 짧으면 2~3일 고생하고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보통은 2주 정도 고생한다. 가장 길게는 2년 가는 경우도 있다. 고마운 것은 2년 고생할지언정 결국은 낫는 병이라는 것. 중풍 올까 걱정하는 분들 많은 데 그렇지 않다4.

 

앉았다 일어나면 핑~, 허훈(虛暈)

허훈

  ‘약골’ 양은 여고생이다. 뽀얀 피부가 매력이긴 하지만 못 먹어서 만들어진 얼굴이라 스스로는 자랑스럽지 않다. 수업 끝나면 일어나기가 무섭다. 일어나면 꼭 어지럽다. 어지러워서 멍하고 서 있으면 친구들이 웃는다.

늘 그러니까 걱정도 되고, 친구들이랑 같이 웃을 수 없었다. 약골인 것을 인정하고 나니 쉬는 시간에도 그냥 앉아 있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약골’ 양의 어지러움은 압력 문제다.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뇌가 일시적으로 저압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뇌에 압력이 모자라면 피가 부족하게 되고 피부족으로 인해 어지러운 것이다. 뇌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전신 혈압이 떨어진 거다. 혈압계로 재면 보통 20mmHg 떨어져 있다.

수축기 혈압이 120mmHg였던 사람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100mmHg로 떨어지니 뇌는 사건이라 인식한다. 몸의 시스템이 엉성하지 않아서 조금 지나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진단은 ‘허훈(虛暈)5’이다. 혈압 조절 시스템을 기(氣)가 맡고 있다. 기가 허해지면 혈압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어지러워진다. 약골 체질을 보강하면 된다.

 

봄, 가을만 되면 온 세상이 어질어질, 풍훈(風暈)

  ‘귀염’ 님은 40대 아줌마이시다. 귀염 님 가족에게 이상한 병이 있다. 봄 가을 감기 치레하고 나면 온 가족이 어지러움에 시달린다. 일주일 안에 낫기는 하지만 연중행사로 자리 잡은 지 수년 되었다. 감기 걸리면 귀 안에 염증이 생겨서 어지러워진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산다.

감기 걸리고 귀 안의 염증이 왔다 해서 중이염인가 했는데, 중이염도 아니라 한다. 더 안쪽에 있는 귀이고 전정신경에 생긴 염증이라 했다. 오래되어도 귀먹는 일 없다 하니 연중행사라도 별걱정은 없다. 감기 걸리고 어지러워지면 한의원에 가서 가족 한약 3일씩 지어 먹으면 대부분 넘어간다.

귀염 님의 진단은 ‘풍훈(風暈)6’. 여기에서의 풍(風)은 일교차가 심한 날씨를 상상하면 된다. 환절기에 감기로 인해 어지러움이 생기게 대부분이라 풍훈이라 한다. 으슬으슬 떨리고 약간 열 나면서 식은땀 나는 감기에 동반된다. 이때도 메슥거리는 일이 종종 있다.

한약은 감기와 어지러움 치료의 복합 처방이다. 오래 고생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한약으로 치료 잘된다.

예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귀 안의 평형감각에 문제를 일으킨 휘청님의 담훈과 귀염님의 풍훈은 평소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운동하면 평형 기관이 단련된다. 약골 양의 허훈은 심한 운동을 삼가하고 꾸준히 보약 먹는 것이 예방이다. (끝)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水濕이 정상적으로 생리 작용을 하지 않고 맴돌다가 그 성질이 변하여 痰이 되었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체의 水濕의 운행과 변화가 주로 이루어지는 소화기계가 ‘담을 만드는 근원’이라고 하며, 그 증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인 호흡기계를 ‘담을 저장하는 그릇’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痰과 연관이 있는 질병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소화기계 또는 호흡기계에 전조 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痰과 연관된 소화기계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 ‘메슥거림’이다.
  3. 몸이 무거운 듯하고, 건망증은 아닌데 몽롱하여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소화가 어째 신통치 않는 등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듯한 증상이 꽤 긴 시간 선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4. 일반적인 痰暈이 中風으로 전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痰濕이 痰熱로 변하여 극심한 頭痛과 함께 감각 및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면 이는 일반적인 담훈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간주하고 담열로 인한 중풍 예방에 힘써야 한다.
  5. 虛暈의 대부분은 이 글에서 제시한 內傷氣虛로 인한다. 기타 로는 産後(失血), 心脾虛怯, 老人陽虛, 腎虛氣不歸元이 있으나, 失血을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補氣治痰의 치료법을 적용한다.
  6. 여기에서는 外邪로 인한 것만 다루었다. 만약, 평소 頭風(이목구비와 연관된 감각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의 風暈이라면 이목구비와 관련된 뇌신경의 이상이나 肝虛 여부를 파악하여 치료에 반영한다. 또한, 어지러움뿐만 아니라 통증이 심하거나 귀울림 같은 청각 이상이 생겼다면 耳鳴 및 耳聾, 厥聾 등으로 다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