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라메디카닷넷

한약의 모든 것

메인상단(header advertising area)

숨차면 천식인가요? 단기(短氣)와 소기(少氣), 폐창(肺脹)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주. 비정상적으로 숨 차는 증상의 원인이 되는 질병은 여러 가지이나 그 증상 자체의 양상은 비교적 단순하다. 한방에서는 폐(肺) 자체의 이상으로 숨 차는 증상을 단기(短氣)소기(少氣), 폐창(肺脹)으로 구분하였다. 여기에서는 숨 차는 증상의 원인 질환이 아닌, 증상의 양상 세 가지를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숨쉬기 힘들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 천식과 할아버지 해수 같은 경우들이다. 할아버지 해수는 나이 드신 후에 기침·가래·호흡곤란이 번갈아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예전에 시골 정자에는 꼭 가래 뱉는 할아버지들이 계셨다.

  어린이 천식과 할아버지 해수는 기전이 다르다. 두 경우 모두 코에서 폐까지 가는 길이 좁아져서 숨쉬기 힘들어진 것이다. 코에서 폐로 가는 길을 공기의 길, 즉 기도라고 한다. 어린이 천식은 천식 아닐 때면 기도가 정상으로 열린다. 그러나 할아버지 해수는 숨 쉬기 나아진 때도 기도가 좁아져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뻐요, 단기(短氣)

‘골초’ 님은 45세 남자다. 대학 입학과 함께 부여받은 자유가 있었는데 술과 담배였다. 신입생 설명회 날 저녁에 교수님이 ‘계엄령 해제!’하시더니 선배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셨다. 아, 자유…. 그때부터 열심히 연습한 담배가 지금은 자타 공인 절친이다. 보험 영업하다 보니 경기 안 좋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골초’ 님이 지금 또 하나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25년 절친인 담배를 끊을 상황이 된 것. 작년에 받은 건강 검진에서 ‘만성 폐색성 폐질환2’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인터넷에 쳐 보니 요점은 할아버지 해수 같은 거였다.

폐활량 검사였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후 한 번에 세게 뱉으라 하였다. 최대한 들여 마신 공기를 1초 만에 70% 이상 불어내야 정상인데, ‘골초’ 님은 50%밖에 못 불어 냈다. 당장 증상은 없어도 점점 진행된다고 한다. 20년 넘게 담배 피우면 기도가 좁아진단다. 어찌하리요 이 절친을….

한의학에서는 ‘단기(短氣)’라 한다3. 숨이 짧다는 말이다. 숨 드나드는 길이 좁아지니 한 번에 들어오는 공기량도 줄어든다. 그래서 폐에서는 자꾸 여러 번 들여 마시게 된다. 당연히 숨이 짧아진다. 폐가 약해졌다고 한다. 숨을 들이마셔 하늘의 기운을 몸 안으로 넣어주는 게 폐가 하는 일인 데, 숨이 짧아졌으니 폐가 약해졌다고 한다.

담배 끊고 폐를 보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폐활량 검사를 받아야 한다. 흔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로, ‘담배 끊고 운동하면 숨차는 거 좋아져 ~ 한다. 그런 경우도 실제 폐활량 검사에서는 통과 못 하기 십상이다. 담배로 파괴된 폐는 쉽게 원상회복 되지 않는다.

 

힘 없어서 숨 쉬기 힘들어요, 소기(少氣)

‘할머’ 님은 담배를 피운 적도 없는 70세 여자분이시다. 폐활량 검사에서 안 좋다고 했다. 늘 숨이 찬다. 계단 오르기는 물론 숨차고, 집에서 시장까지 겨우 2킬로 가는 길에도 숨이 차서 여러 번 쉰다. 기운도 없다. 말도 하기 싫다. 여러 해 되어서 아들딸도 그냥 그런 사람인 듯 취급하고 만다. 하지만 ‘할머’ 님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숨도 안 차고 기운도 있었으면 좋겠다.

한의학에서 ‘소기(少氣)4’라 한다. 기운의 총량이 적은 상태다. 숨 쉬는 기운도 기운이고, 움직이고 말하는 기운도 기운이다. 그 총량이 적어진 거다. 폐활량 검사에서 문제 많다고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더 문제는 양방 검사에 없는 ‘기운 부족’ 증상이다.

노환이라고 하기에는 겨우 70세. 사실은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젊은 날부터 날씨 추워지면 천식이 있었다. 감기가 꼭 천식을 데리고 왔다. 천식이라고 숨 못 쉬고 쓰러질 정도가 아니라, 가슴에 안개 낀 듯 답답했다. 병원에 가면 감기로 천식이 같이 온 거라 하였다. 그렇게 오래 지내서 폐 기능이 점점 약해진 것이다.

 

기침과 가래 때문에 누워서 잘 수가 없어요,  폐창(肺脹)

‘할아버’ 님은 50년 흡연 경력의 70세 남자이시다. 일하면 숨 차는 것이야 아주 오래된 얘기고 요새 기침·가래로 고생한다. 기침이 한 번 나오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가 된다. 가래도 늘 나온다. 기침하다 보면 피 넘어올 때도 있다.

한의학에서 ‘폐창(肺脹)5’이라 한다. 폐 손상이 심해지면 폐에 피 순환 장애가 생긴다. 그러면 폐가 붓는다. 폐로 와야 하는 심장의 피가 못 오고 심장까지 무리를 준다. 담배 절친 50년이면 이렇게 된다.

 

예방법이 있다.

폐가 약한 ‘할머’ 님은 폐를 보하는 한약이 예방 치료다.

‘골초’ 님은 흡연 경력 20년 되기 전에 담배 끊었어야 했다6. 담배 피워도 운 좋으면 폐암 안 걸릴 수 있지만, 숨 차는 병을 피할 수는 없다. (끝)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가장 흔한 원인은 흡연이고 그 외 생활환경의 분진 흡입, 만성기관지염 등이 원인이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며 갱년기 전후로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심해진 뒤로는 회복이 어렵다. 발병 초기에는 심하게 움직일 때 숨이 가쁘며 간혹 기침이나 가래를 동반한다. 심해지면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며 쉽게 피로해지고 기침과 끈끈한 가래가 심해지며 감기에 자주 걸리고 회복도 더뎌진다.
  3. 숨이 가쁘고 짧은 것을 단기(短氣)라 한다. ≪東醫寶鑑≫은 短氣의 원인으로 結胸, 停水怔忡, 風濕相搏, 素弱氣虛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 가장 흔했던 원인은 胸有痰飮으로 小便不利를 동반하는 특징을 지니며 한방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장 흔한 원인은 흡연이며, 그 외에 분진(작업장의 먼지, 대기오염 등)에 반복적 노출, 과거 폐질환 경력 등이 있는 短氣로 한방치료도 증상의 개선은 도모할 수 있으나 완전 회복은 어렵다. 단기(短氣)가 만성적으로 진행되어 숨 쉴 때 흉곽의 호흡보조근이 발달하면서 폐가 확장되면 폐창(肺脹)으로 진행되어 심혈관 질환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4. ’氣少不足‘이다. 대부분 과거 병력이 노화와 겹친 결과로 한방에서는 부족해진 원기(元氣)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5. 심한 기침 가래가 동반되며 누워있으면 기침이 심해진다. 급성일 경우 호흡기 감염에 준해서 치료한다. 만성일 경우 흉부영상촬영에서 호흡보조근의 발달이 관찰되며, 한양방 공통으로 기침이나 가래를 줄여 심신을 안정시키는 정도의 치료가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는 만성일 경우만 예시를 들었다.
  6. 흡연자가 자주 착각하는 게 있다. 정기검강검진 등에서 흉부방사선촬영 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흉부방사선촬영은 염증삼출물의 여부를 판별하여 폐렴, 결핵 등의 다른 질환의 여부와 폐의 확장 등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즉, 폐의 호흡 기능이 정상인지는 알려면 폐활량을 측정(1초 안에 내쉬는 숨이 들이쉰 숨의 70% 이상이 정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