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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백하오관중탕 (赤白何烏寬中湯)


명방신석(名方新釋)은 명방(名方)을 본초학적 관점으로 풀이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다시 말하면 가감에 참고할 수 있도록 처방 안에서의 개개 본초의 상호 작용에 대한 한방적 이해를 도모함이 주요한 목적입니다. 그러므로 ‘모 질병에는 모 처방’식의 해석은 지양합니다. 또한, 여기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관점이 여과 없이 제시되므로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Guemsan Lee. Dept. of Herbology, Wonkwang Univ.
revised by Jung-Hoon Kim. Div. of Pharmacology, Pusan Univ.
clinical advised by Myoung-Gil Kang1.

일러두기. 일반적으로 한방에서 水濕의 대사를 運化와 泌別淸濁, 蒸化 등으로 설명한다. 이 중 소화기계 바깥의 運化를 언급할 때는 三焦氣化라 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글에서는 三焦를 運化의 통로이자 氣化의 장소로 국한시켰습니다. 또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신체 위치로서의 三焦는 흉부, 복부 등으로 표기하였습니다.
더불어 공정서 기준으로 赤何首烏는 ‘何首烏‘, 白何首烏는 ‘白首烏‘가 본초명이나 赤•白 두 종의 배합을 혼동치 않고 설명하기 위해 赤何首烏, 白何首烏라는 이름으로 서술하였습니다.

 

흔히 四象方이라 불리는 «東醫壽世保元»의 처방은 체질 판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사상방 중 赤白何烏寬中湯을 체질과 결부시키지 않고 순수하게 본초의 효능과 배합,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동무는 赤白何烏寬中湯에 대해 古方에 乾薑 良薑 靑皮 陳皮를 등분하여 湯丸하여 寬中湯한 것을 들어 유래를 설명했다. 또한, 藿香正氣散 香砂六君子湯 寬中湯 蘇合元은 모두 張仲景의 瀉心湯의 變劑라고도 하였다.

«東醫壽世保元» 辛丑本 少陰人胃受寒裡寒病論. 藿香正氣散 香砂六君子湯 寬中湯 蘇合元 皆張仲景瀉心湯之變劑也

«東醫壽世保元» 辛丑本 新定少陰人病應用要藥二十四方. 赤白何烏寬中湯 古方 有乾薑 良薑 靑皮 陳皮 等分 作湯丸 名曰寬中湯 嘗治少陰人 小便不快 陽道不興 四體倦怠無力者 用之 必效百發百中

[사진. 寬中湯 구성 한약재의 기원식물]

瀉心湯의 공통 주치증인 心下痞, 寬中의 의미가 가운데를 너그럽게 또는 느슨하게 하다는 뜻을 고려한다면 寬中湯은 積과 같은 소화기계 증상을 치료하는데 응용하였다 볼 수 있다.

처방 중 乾薑은 溫中散寒 回陽通脈 溫肺化飮하는 약물로 대표적인 溫脾陽하는 본초이며, 高良薑은 乾薑에 비해 溫中하는 효능은 부족하지만 溫胃止嘔 散寒止痛에 장점이 있는 약물이다. 이는 곧, 두 본초가 배합되었다는 것은 脾陽虛로 인한 脘腹冷痛, 嘔逆, 呑酸 등이 주요 증상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나머지 陳皮와 靑皮는 三焦氣滯로 인한 積聚 등에도 사용하므로 처방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결국 寬中湯은 脾陽虛로 인해 溫運 작용의 부족으로 발생한 水濕이 三焦에서 氣化하지 못한 상태로 저체되었을 때 쓰는 처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寬中湯만으로도 심각한 浮腫 같은 증상이 없는 초기의 脾陽虛證에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寬中湯에 머무르지 않고 赤白何烏寬中湯을 사용하였으니 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東醫壽世保元» 辛丑本 新定少陰人病應用要藥二十四方. 赤白何烏寬中湯 白何首烏 赤何首烏 良薑 乾薑 靑皮 陳皮 香附子 益智仁 各一錢 棗二枚 治四體倦怠 小便不快 陽道不興 將有浮腫之漸者 用之

왜 하필이면 赤何首烏와 白何首烏, 香附子, 益智仁, 大棗를 가미했을까?

[사진. 赤白何烏寬中湯에 추가된 한약재의 기원식물]

결론부터 말하면 그 해석의 실마리는 ‘四體倦怠 小便不快 陽道不興 將有浮腫之漸者‘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脾陽虛를 넘어서 腎虛의 증상이 추가되었음을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본초를 더하여 脾胃가 溫運하게 되어 저절로 運化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利小便과 通便을 통해 몸 안에 정체된 水濕을 빨리 내보냄으로써 脾胃運化의 기능이 더욱 더 빨리 자리 잡도록 함과 동시에 腎虛의 증상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처방이 형성되었으리라 본다.

더해진 것 중 益智仁은 脾와 腎의 陽氣를 돋구어 水濕의 運化와 蒸化를 촉진시키면 자연스레 水濕이 小便으로 빨리 제거되도록 하고 溫運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益智仁의 가미는 기존의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생강과(Zingiberaceae) 기원의 본초를 3 종이나 배합하여 溫運과 消積을 비교적 강하게 도모할 수 있지만 虛熱이 있는 상황-예를 들면 갱년기-에서 溫陽의 작용이 과다하여 엉뚱하게 肝腎虛로 인한 血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寒濕’이라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기존의 ‘虛를 기반으로 하는 血熱(≒血虛燥熱)’이라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으니 이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通便’, ‘血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凉血과 通便의 효능을 동시에 지닌 것이 들어가면 될 일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이 처방은 虛證에 응용하였으므로 淸熱凉血藥이나 瀉下藥과 같은 비교적 편성이 강한 본초를 가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淸虛熱과 완만한 潤下의 효능을 겸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赤何首烏]

이에 적당한 본초가 赤何首烏다. 사람들은 何首烏를 장복하면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변한다는 내용에 관심을 가질 뿐 그 상세한 내용은 보질 않는다. 한방에서 흰머리가 갑자기 늘어난다면 血熱을 최우선으로 의심하면서 말이다. 赤何首烏가 무슨 凉血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赤何首烏는 마디풀과(Polygonaceae)에 딸린 하수오 Reynoutria multiflora (Thunb.) Moldenke [= Polygonum multiflorum Thunb.]의 덩이뿌리이다. 마디풀과에 딸린 식물을 기원으로 하는 본초의 효능을 검색하면 약재에 따라 표현은 다르지만 그 근간에서 ‘凉血’이라는 공통 효능을 추정해낼 수 있다2. 이에 더하여 赤何首烏는 凉血을 통한 간접적인 補血인 養血의 효능 이외에도 肝腎陰虧의 제증에 補肝益腎하는 효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益智仁을 추가하며 생긴 脾腎陽氣의 증가에 肝腎陰虧의 효능이 있는 赤何首烏가 균형을 맞춰가며 肝腎을 고르게 보익할 수 있다. 益智仁이 腎陽虛를 강하게 補益하지는 않으므로 赤何首烏로 충분하였다 본다.

그리고 이 赤何首烏에는 안드라퀴논 계열의 성분이 들어있다. 이는 瀉下力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전탕하면서 그 瀉下力을 대부분 잃게 되지만 益智仁이 가미된 寬中湯이 溫運하여 양이 줄어든 하부 소화기계의 水濕을 몰아내는 데는 충분하게 작용할 터이다.

그럼 이것으로 충분했을까?

아니다. 赤何首烏의 편성을 고려해야 한다. 赤何首烏는 그렇게 편성이 강한 본초가 아니다. 게다가 새로운 문제도 있다. 전탕하면서 瀉下力을 많이 잃게 되지만 장점막을 자극하는 효과가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기에3虛證 상태에 赤何首烏 투여시 위장관보호’라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赤何首烏를 보조하면서 위장관보호를 겸하는 다른 본초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선택된 본초가 白何首烏이다.

何首烏는 赤白 2가지가 있다는 말이 이어져 내려오며 赤何首烏의 효능이 白何首烏의 효능으로 검증 없이 기록되었다. 더욱이 赤白 2개를 같이 쓰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등의 언급이 있는 터라 대게는 의심 없이 동용4하고 있다.

[사진. 白何首烏]

白何首烏는 협죽도과(Apocynaceae) – 과거엔 박주가리과 Asclepiadaceae -의 큰조롱(은조롱) Cynanchum wilfordii (Maxim.) Hemsl.의 덩이뿌리이다. Cynanchum속에 속한 식물을 기원으로 삼는 대표적인 약재는 白薇, 白前, 徐長卿이다. 이 중 白薇와 白前은 古代에 구분 없이 쓰이기도 하였다. 민간에서 이 약재들이 쓰인 것을 추적하면 공통적으로 약한 血熱-예를 들면 産後虛熱-의 증상과 胃痛에 사용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이 약재들이 완전히 다른 효능을 지니지는 않을 것이니 백하수오의 효능도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또한, 古書에서 白何首烏와 그 근연식물 약재-지금은 위품으로 취급되는 태산우피소, 이엽우피소 등-의 효능주치를 뽑은 뒤 赤何首烏의 효능주치로 짐작되는 것을 빼면 ‘健脾消食’의 효능이 남는다. 이는 위장관보호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5로 뒷받침 될 수 있다. 그러므로 赤何首烏의 凉血을 기반으로 하는 養血을 보조하고, 赤何首烏가 장점막을 자극하는 것에 대응하여 위장관을 보호(健脾)하고, 약간의 利水 작용도 겸하며, 寒積으로 인한 복통을 약간이라도 진정시킬 수 있는 白何首烏가 赤何首烏의 가장 어울리는 짝이 된다.

여기에 香附子를 더해 血滯를 疏泄하여 처방의 補益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였고, 營氣를 補하는 大棗도 소량 가미하여 營衛가 不和하지 않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대략적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寬中湯 + 益智仁 → 治脾(腎)陽虛, 消積 利小便

赤何首烏 → 治肝腎虛, 약한 通便

白何首烏 → 赤何首烏의 養血 보조 + 健脾 (赤何首烏로 인한 위장관 장애 방지)

香附子 → 補益에 방해되는 血滯를 疏泄

大棗 → 營衛調和

그럼 赤白何烏寬中湯은 어디에 쓰일까?

첫째, 寬中湯 적응증에서 약간 진행된 脾陽虛로 寒積便祕와 寒積泄瀉가 번갈아 나타나며 더불어 脘腹冷痛, 胃寒嘔吐, 噯氣呑酸 등의 증상이 겸하였을 때 응용67할 수 있겠다.

둘째, 위와 같은 脾陽虛에 腎虛까지 겸하여 나타나는 갱년기증후군과 같은 질환의 증상인 四體倦怠 小便不快 陽道不興 浮腫 등에 응용8할 수 있다.

 

이러한 처방의 특성을 이용해 임상가에서는 열감이 있고 복부에 적취가 있으며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있고 위완부의 속쓰림 또는 팽만감, 소화불량, 소변불리, 부종, 성기능저하 등이 나타나는 갱년기증후군9의 증상에 응용한다고 한다.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물론, 이런 식물학적인 내용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주치를 분석하여 赤何首烏의 烏髮이라는 효능이 養血(補血 + 凉血)로부터 유래했음을 유추할 수 있으나 위 내용이 이해하기 훨씬 편하다.
  3. 赤何首烏를 補益肝腎의 목적으로 응용할 때에는 黑豆와 함께 쪄서 製首烏로 만들어 쓴다. 굳이 黑豆를 사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한다. 첫째, 약재를 찌면 그 전체 효과는 떨어지므로 떨어진 만큼의 補益 효능을 보충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완전하게 瀉下力을 제거할 수 없어 利水力이 있는 약재를 보료로 사용해 便이 묽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4. 물론 ‘淸越之力이 人參보다 못하다’는 언급이 있다. 또한, 險病 危證에서 人蔘2錢 이상 써야한다면 白何首烏로 대용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白何首烏는 元氣를 보하는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과 다름없다.
  5. Shan L, Liu RH, Shen YH, Zhang WD, Zhang C, Wu DZ, Min L, Su J, Xu XK. Gastroprotective effect of a traditional Chinese herbal drug “Baishouwu” on experimental gastric lesions in rats. J Ethnopharmacol. 2006 Oct 11;107(3):389-94.
  6. 赤白何烏寬中湯이 사용되는 상태에 비해 三焦氣化가 불능 직전의 상태까지 가서 심한 浮腫과 더불어 복부의 積聚가 촉진될 정도로 증상이 진행되었다면 十二味寬中湯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7. XU Yu-jin, ZHANG Shun-hua, LI Tai-feng. Clinical observation on treatment of 40 cases of Shaoyin patient’s peptic ulcer with the Guanjung Tang Decoction. Journal of Medical Science Yanbian University. 2014;37(3):208-210
  8. 101개의 한약재를 대상으로 5개의 세포주에 estrogenic activity를 스크리닝한 결과 갈근, 사인, 감초, 생강, 장엽대황, 울금, 비파엽, 고삼, 지모, 하수오, 도인, 여정자, 남사삼에서 높게 측정되었으며, 특정 세포주에서 비파엽의 세포독성이 가장 높았다. Kang SC, Lee CM, Choi H, Lee JH, Oh JS, Kwak JH, Zee OP. Evaluation of oriental medicinal herbs for estrogenic and antiproliferative activities. Phytother Res. 2006 Nov;20(11):1017-9.
  9. 현재(May 2019, PubMed 기준) 백하수오 단독으로 갱년기증상을 호전시켰다는 직접적인 연구결과는 없다. 갱년기증상을 호전시켰다는 연구결과는 백하수오와 다른 약물과의 혼합물이 재료이다. 오히려 estrogenic effect에 있어서 적하수오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각주 8)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