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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cedani Radix

식방풍(植防風)은 방풍(防風)으로 써야 할까, 전호(前胡)로 써야 할까?


 한의학에서는 지역에 따라 같은 식물을 다른 목적으로 응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각 지역 간의 교통이 원활치 않았기에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인이 사용했던 대로 응용하는데 그쳤지만, 국가 간 무역이 극대화된 현대에서는 당연히 어느 쪽으로 사용할런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또는, 현대의 동식물분류학이 유전 및 화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고도화되면서 그간의 한방 효능에 기초한 한약재의 분류가 의문시되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 의문을 해소키 위해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 필요성에 비해 연구가 더디게 이루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그간의 활용이 의문시되는 식방풍(植防風)을 주제로 연구한 결과를 예로 들어 봅니다. 이 글을 계기로 식방풍(植防風)을 방풍(防風)과 전호(前胡)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약물로 취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랍니다. 관련 논문의 원문은 여기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written by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School of Korean Medicine, Pusan National Univ.
Eui-Jeong Doh. Research Center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Guemsan Lee. Department of Herbology,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현재1  《대한민국약전외한약규격집(KHP)》은 산형과(Apiaceae)에 딸린 갯기름나물 Peucedanum japonicum Thunb.의 뿌리를 ‘식방풍(植防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오랜 기간 植防風이 防風2의 대용품으로 취급되어 온 것이 반영되었다 볼 수 있다.

 그러나 《Flora of China》 및 《中華本草》에서는 植防風이 아닌 ‘濱海前胡’로 기재하여 前胡3의 일종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化痰止咳의 목적으로 활용한다 하였다. 이는 發散風寒藥에 속하여 風藥 중의 潤劑로 간주되는 防風과는 다른 효능을 지닌다고 본 것과 다름이 없다.

  이처럼 植防風이 국내에서는 防風의 아류, 중국에서는 前胡의 아류로 각각 취급되어 임상에서의 적극적인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활용이 달랐다는 경험적인 이유만 있었을 뿐, 여전히 식물분류학적인 견해 이외의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였다.

  약재의 구체적인 효능의 차이는 임상적 활용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약재 응용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약효 발현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약재 내 주요 성분들의 차이도 효능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근연 관계에 있을수록 함유 성분의 구성도 유사하기 마련이므로 상대적인 유전거리를 확인함으로써 문헌에서 표현된 효능의 상대적인 차이를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植防風 및 白花前胡, 紫花前胡, 防風을 중심으로 유전 및 화학적 분석을 통해 그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논문 중에서 화학적 상관관계를 발췌 및 요약하여 제시하였다.

 

식방풍(植防風) 및 백화전호(白花前胡), 자화전호(紫花前胡), 방풍(防風)의 화학적 연관성 분석

Chemotaxonomic Classification of Peucedanum japonicum and Its Chemical Correlation with Peucedanum praeruptorum, Angelica decursiva, and Saposhnikovia divaricata by Liquid Chromatography Combined with Chemometrics

 

○ 실험방법

유전자 분석을 통해 기원이 확정된 植防風(濱海前胡) 시료 16점, 白花前胡 시료 27점, 紫花前胡 시료 7점, 防風 시료 10점을 methanol로 추출한 후, HPLC 기반 성분 프로파일 분석을 진행하였다. 군집분석(cluster analysis)과 피어슨상관계수(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을 이용하여 각 시료의 상호 연관성을 측정하였다.

 

○ 결과

 

[그림 1. 주성분분석 결과. PJ: 植防風(濱海前胡), PP: 白花前胡, AD: 紫花前胡, SD: 防風. ]

植防風(濱海前胡)은 계통분류상 防風보다 白花前胡에 더 높은 연관성을 나타냈고, 군집분석에서는 防風보다 白花前胡와 더 근접한 군집을 형성하였다(그림 1).

 

[그림 2. 피어슨상관계수 히트맵. PJ: 植防風(濱海前胡), PP: 白花前胡, AD: 紫花前胡, SD: 防風. The range of the coefficient is –1 (red color) < r < 1 (blue color). r : 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 ]

피어슨상관계수에서는 防風보다 白花前胡 및 紫花前胡와 비교적 더 높은 상관계수를 나타냈다(그림 2).

 

○ 결론

  植防風(濱海前胡)에 함유된 성분들이 Saposhnikovia屬 식물 기원인 防風보다는 Peucedanum屬 식물 기원인 白花前胡와 보다 높은 화학적 유사성을 갖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화학적 유사성에 근거하면 현재(2022년 기준) 국내에서 防風의 대용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植防風(濱海前胡)은 前胡의 효능에 보다 가까울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植防風과 前胡 간의 구체적인 효능 차이는 앞으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심도 깊은 연구에 의해 밝혀질 필요가 있다.

 

All figures are referred from the article: Kim J-H, Doh E-J, Lee G. Chemotaxonomic Classification of Peucedanum japonicum and Its Chemical Correlation with Peucedanum praeruptorum, Angelica decursiva, and Saposhnikovia divaricata by Liquid Chromatography Combined with Chemometrics. Molecules. 2022; 27(5):1675. https://doi.org/10.3390/molecules27051675




각주

  1. 2022년 4월 기준
  2. 방풍 Saposhnikovia divaricata (Turcz.) Schischk.의 뿌리
  3. 白花前胡 Peucedanum praeruptorum Dunn 또는 바디나물(紫花前胡) Angelica decursiva (Miq.) Franch. & Sav. [= Peucedanum decursivum (Miq.) Maxim.]의 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