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소식약(消食藥)
소식약(消食藥)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첫째는, 소화약(消化藥)이다. 뱃속에 들어간 음식물의 변화를 원활케 유도하는 변화시키는데 장점이 있는 약물이 이에 속한다.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함유하거나 적절한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이기도 하다.
둘째는, 소도약(消導藥)이다. 섭취한 음식물이 장내에 오래 머물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때 빠르게 배출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이는 기체(氣滯)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소식약뿐만 아니라 이기약(理氣藥)의 일부가 이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산사(山楂) Crataegi Fructus
장미과(Rosaceae)에 딸린 아가위나무의 열매를 ‘산사(山楂)’라 하여 약용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다량 섭취하는 중국에서는 식후 간식으로 흔하게 사용된다. 한의학에서는 위액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응용하여 육류 음식을 섭취하고 발생한 소화불량에 널리 응용되었다. 또한 복강의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만성적인 소화불량뿐만 아니라 자궁질환에도 응용한다.
신곡(神麯) Massa Medicata Fermentata
밀가루 또는 밀기울에 팥가루, 으깬 살구씨, 개똥쑥즙, 도꼬마리즙, 버들여뀌즙 등의 재료를 반죽하여 누룩균으로 발효시킨 누룩을 ‘신곡(神麯)’ 또는 ‘신국(神麴)’이라 한다. 즉, 일종의 ‘약메주’에 해당한다. 여러 신곡 중 6 가지 재료로 만든 것이 가장 대표적이었기에 ‘육신곡(六神曲)’이라고도 한다. 일종의 조산제로 작용하므로 위장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응용하였다. 비슷한 이유로 광물이나 패각이 포함된 처방에 배합하기도 한다. 신곡이 들어간 한약은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보관에 유의하여야 한다.
맥아(麥芽) Hordei Fructus Germinatus
벼과(Poaceae)에 딸린 보리의 잘 익은 열매를 발아시켜 ‘맥아(麥芽)’라 하여 약용한다. 발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수화물분해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과다한 곡류 음식의 섭취로 인한 각종 소화불량에 사용하였다. 대량으로 사용할 경우 유즙 분비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젖을 끊을 시기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약물로 인한 니체를 방지하기 위해 배합하기도 하였다. 한편, 맥아를 사용한 한약은 쉽게 발효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기로 복용할 요량이라면 냉장 보관하여야 한다.
곡아(穀芽) Oryzae Fructus Germinatus
벼과(Poaceae)의 잘 익은 열매를 발아시킨 것을 ‘곡아(穀芽)’ 또는 ‘도아(稻芽)’라고 하여 곡류를 섭취한 뒤 발생한 소화불량에 활용하였다. 이는 이제 막 발아하기 시작한 볍씨에는 탄수화물 분해효소가 풍부하다는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영양 결핍이 흔했던 옛날에는 소화를 돕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보익 처방에 응용한 예가 종종 있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조(粟)를 발아시켜 ‘곡아(谷芽)’로 쓰기도 한다.
내복자(萊菔子) Raphani Semen
배추과(Brassicaceae)에 딸린 무의 씨를 ‘내복자(萊菔子)’ 또는 ‘나복자(蘿卜子)’라 하여 약용한다. 위장 운동을 촉진하여 음식물이 장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능이 있어 ‘소도(消導)’를 목적으로 하는 처방에 사용된 예가 많다. 다만, 위의 이유로 소화 흡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약물과는 배합을 피해야 한다. 또한 진해 거담의 효능이 있어 가래가 많아 기침하는 증상에 응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