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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담약

제13장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

현대의 한의학에서는 인체에서 대사가 이루어진 후 노폐물이 몸 안에 남아 여러 병증을 일으키는 것을 통털어 담(痰)이라 한다. 어떠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담은 순환기계 또는 소화기계, 근골격계 등에서 다양한 병증을 일으킨다 보았고, 각 경우에 따라 증상을 판별하는 기술과 약물이 비롯되었다. 그러나 질병에 대한 인식 범주가 상대적으로 좁았던 한의학 초기에는 담(痰)이라 하면 객담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장에서 다루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의 대다수 약물의 주치증에는 다양한 양상의 객담이 기술되어있다. 
 점차 객담과 흔하게 동반되는 기침을 분류하면서, 반드시 삼출물이 기침을 유발하는 게 아닌 다른 원인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약물이 편입되기도 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소화기계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수분 대사의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오래 머문 물질을 지목하면서 이 또한 담(痰)으로 편입되었다. 이에 기존의 약물의 사용 범위를 확장하거나 신규 약물이 도입되었다.
 더불어 ‘담 결렸다’라고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근골격계의 운동 또는 감각 이상 질환도 정상적이지 않은 물질이 원인이라 생각하고 이 또한 담(痰)과 관련된 질환으로 편입되면서 약물 사용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단순한 담 결린 증상을 넘어서 중풍이나 경간 등에도 사용하며 종국에는 신경정신적인 증상에도 이 분류군의 약물이 응용되었다.
 이렇게 이 분류군의 약물은 한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개념이 덧붙여진 담(痰)을 대상으로 하므로  학습할 때에는 반드시 변증과 배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제1절 온화한담약(溫化寒痰藥)

누구나 차디찬 곳에 있을 때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르는 경험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외한(外寒)으로 인한 것이라 하여 한담(寒痰)의 일종으로 분류 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찬 곳에 가지 않았거나 찬 것을 접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맑은 콧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 초기에는 내한(內寒)으로 인한 것이라 하고 앞과 동일하게  한담(寒痰)의 범주로 취급하였다. 즉, 옛사람은 무언가의 차가운 기운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한 기관인 허파가 차가워져서 그렇다 생각했다. 그래서 한담(寒痰)을 개선하는 약물을 두고 온폐거한(溫肺祛寒)한다 하였다. 
 그러나 질병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면서 이 분류에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그 중 하나는 소화기계와 연관된 것이다. 소화기계에서 수분대사가 오래 정체되어 허파의 기능에 까지 영향을 미쳐서 생긴 콧물과 가래까지 인식이 확대되었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는 습담(濕痰)이라 별도로 분류하였다. 더불어 콧물 가래가 없어도 동반 증상이 많은 부분 유사하면 동일하게 습담으로 취급하였다. 여기에 사용한 약물을 두고 탁해진 수분을 개변하여 나아졌다 해서 조습화담(燥濕化痰)한다 하였다.
 또 하나는 근골격계와 연관된 것이다. 담(痰)이 콧물이나 가래뿐만 아니라 인체의 수분이 변질되어 생긴 모든 것이라는 의미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나서는 이것이 경락에 머물러 있다가 병증을 일으켰다고도 본 것이다. 이 경우에는 원인에 따른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증상에 따라 한담(寒痰) 또는 습담(濕痰)으로 분류하고 앞서의 약물 중 편성이 비교적 강한 약물을 응용하였다.
 온화한담약에 속하는 약물은 흉강에 정체된 삼출물을 강하게 배출시키거나 생성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호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거나, 인체에 정체된 수분 대사를 물리화학적으로 강하게 촉진시키는 약물이 많다.  그러므로 상대적인 수분 부족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응용을 피하거나, 적절한 배합이 필요하다.

반하(半夏) Pinelliae Tuber

끼무릇의 덩이줄기를 ‘반하’라 한다. 한방에서 한담이나 습담으로 인한 가래기침, 소화장애, 정신기능이상, 운동 및 감각기능이상 등에 거의 필수적으로 쓰이는 약재이다. 옛사람들은 반하의 작용을 두고 ‘開宣滑降’이라 표현하였다. 다만 옥살산칼슘침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포제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위품이 존재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천남성(天南星) Arisaematis Rhizoma

천남성과(Araceae)에 딸린 둥근잎천남성 또는 두루미천남성, 중국천남성의 땅속줄기가 부풀어 생긴 덩이뿌리를 ‘남성(南星)’ 또는 ‘천남성(天南星)’이라 하여 약용한다. 한의학 초기에는 반하(半夏)와 쓰임새가 비슷하여 가래기침에 사용된 예가 있다. 그러나 중후기에 천남성은 그 편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삼아 경락에 저체된 담(痰)으로 인한 질병에 국한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운동과 감각 기능의 이상을 겸한 담증(痰證)에는 필수약이라고 할만큼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한편, 소아나 허약자에게 응용할 경우에는 강한 편성을 완화시켜 사용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여러 방법을 통해 포제한 것을 사용하였는데, 그 중 소의 담즙과 버무려 발효시킨 우담남성이 영유아의 질환 치료에 많이 응용되었다.

백부자(白附子) Aconiti Coreani Tuber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에 딸린 노랑돌쩌귀의 덩이뿌리를 ‘백부자(白附子)’라 한다.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터라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식물명이 ‘백부자’이다(2024년 기준). 부자나 초오의 근연식물이지만 상대적으로 편성이 약하다 알려져 있다. 주로 구안와사로 알려진 말초성 안면마비의 주약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각종 경련이나 마비를 동반하는 질병에도 응용하였는데, 간질에 사용된 예가 많다. 한편, 중국에서는 천남성과(Araceae)에 딸린 독각련의 덩이뿌리를 ‘백부자’로, 노랑돌쩌귀의 덩이뿌리를 ‘관백부’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대 중국 유래의 처방을 응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백개자(白芥子) Brassicae Semen

배추과(Brassicaceae)에 속한 갓과 그 변종의 씨를 개자(芥子)라 하여 약용한다. 흔히 말하는 ‘겨자’는 ‘개자(芥子)’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하니, 결국 한약재의 ‘개자’는 ‘겨자’와 다름 없다. 주로 맑은 가래가 지속적으로 끓고, 그 양도 많은 증상에 사용했다. 근대에는 늑막염의 필수약(본문 말미의 《청강의감》에서 백개자의 활용 참조)처럼 쓰이기도 하였다. 또한 나름대로의 진통력이 있어 습담이 유주하여 발생한 동통에 쓰는 처방에도 사용된 예가 있다. 다만, 위장 자극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용량 및 용법에 주의토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