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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도 신경통이? 비증(痺證)과 어혈자통(瘀血刺痛)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 한방에서의 비증(痺證)과 어혈자통(瘀血刺痛)의 일부가 신경통과 유사한 면이 많다.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 젊은 사람에게도 흔한 세 가지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신경이 압박받아 생기는 통증에 ‘진통제 처방’과 같은 동일한 치료법을 행하지는 않는다.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과 그 위치, 통증의 양상에 따라 그 질환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처방도 술기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경통이 있다. 흔히 할머니들만 신경통 있는 줄 알고 있다. 아니다. 신경통은 그냥 신경 문제로 생긴 통증이다. 근육 문제면 근육통, 신경 문제면 신경통. 그래서 결국 신경통도 근육통처럼 젊은 사람에게도 오는 통증이다. 세 가지 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몸 속에 보이지 않는 이 있어요, 어혈자통(瘀血刺痛)

  ‘사고’ 님은 20대 퀵 서비스 직원이다. 오토바이를 탄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차들 사이로 빠져나가 신호 위반하고 달린다. 그렇게 달려야 일당이 맞다. 아니 그렇게 달리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 정말 빨라야 한다.

  오토바이 타는 일이 보통 그렇듯이 ‘사고’ 님도 지난여름 사고가 났다. 신호 무시하고 좌회전을 급하게 하다가 도로에 모래가 모여 있는 데를 밟아 오토바이가 미끄러졌다. 입원했다. 첫날은 허리가 아팠다. 3일쯤 지나 왼쪽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다리 바깥쪽으로 전기 오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잘 수가 없었다. 잠 좀 들었는가 하면 저려서 깼다.

  이렇게 다친 허리를 한의학에서 ‘어혈(瘀血)2’이 생겼다고 한다. 어혈은 간단히 말하면 이다. 피부 바로 아래에 멍들면 눈에 보이는 시퍼런 멍이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데서 멍이 드는 수도 있다. 둘 다 어혈이다. 허리에 어혈이 생기면 자다가도 아프다.

  허리 어혈이 심하면 통증이 다리로 타고 내려가기도 한다. 멍든 피가 흘러내려 가는 것은 아니고 다리로 가는 신경이 멍 때문에 눌리게 된다. 신경이 몸살을 앓게 되고 신경통이 생긴다. 저린다. 쏟아진다. 터진다… 한의학에서는 어혈이 경락 흐름을 막았다고 한다. ‘사고’ 님은 2주 치료하고 나았다.

 

이 신경을 누르고 있네요, 기비(肌痺)


‘일만’ 님은 IT 업종에서 일하는 38세 남자다. 원래는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다. 체격도 괜찮았다. 대학교 때 밤새 프로그램 짜는 생활이 몸에 배면서 체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도 컴퓨터로 게임을 잡고 살았다.

  지금은 거의 외계인 E.T 모양이 되어 가고 있다. 배는 나오지요, 팔다리 근육 탄력 소실되지요, 늘 먹는 습관도 있지요… 작년부터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올봄부터는 팔이 저렸다. 다리도 팔도 오른쪽이 저려 중풍인가 하고 한의원을 가봤는데 전혀 아니라 한다.

  정형외과를 갔다. 사진을 찍었는데 디스크가 좀 있어 보인다 한다. 치료받으면 거의 나았다가 일 많이 하면 도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만’ 님도 신경통이다.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이 뭉치고 뭉친 근육이 신경을 누를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근력이 부족해 관절이 틀어지고 신경이 눌리는 수도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목이나 허리 디스크 위치를 고정하지 못하고 디스크가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기도 한다.

  어떤 상황이든 신경통이 생긴다. 팔이 저리고 다리가 저린다. 한의학에서는 ‘기비(肌痺)3’라 한다. 기(肌)는 살이고, 비(痺)는 저림이다. 살에 저린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치료 잘하는 대표 질환 중 하나다. 보통 4주쯤 잡으면 된다.

 

날씨가 영 … 팔다리가 쑤시네, 삼비(三痺)


‘날구지’ 님은 48세 주부다. 약한 사람이다. 가을 찬바람 나기 시작하면 다리가 저린다. 해마다 생기는 일이다. 여름에도 날 흐리면 저리기는 하지만 날 풀리면 풀어지니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다. 가을 찬바람에 시작한 저림이 봄까지 가니 그게 힘들다.

  좌골신경통이라 진단받고 치료받곤 한다. 어느 해부턴가 한의원을 갔는데 잘 나았다. 한의원을 다닌 후에도 가을 되면 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는 추석 지나고 예방 한약을 먹었다. 2주 정도 한약을 먹었는데 고맙게도 신경통 없이 지나갔다.

  ‘날구지’ 님도 신경통이다. 몸이 약하면, 더 정확히는 경락 기능이 약하면 외부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는 세 가지인데, 일교차 심한 것과 추운 것과 습한 날이다. 그런 날이면 신경통이 도진다. 한의학에서 ‘풍한습비(風寒濕痺)4’라 한다. 풍이 일교차 심한 날이고, 한이 추운 날, 습이 습한 날이다. 풍한습이 원인이 되어 비(痺)라는 저림을 만든 병. 즉, 날구지 신경통이다.

  다친 경우에도, 일만 한 경우에도, 날구지 신경통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온찜질이다. 저린 자리에 뜨거운 찜질을 하면 도움 된다.

  운동은 ‘일만’ 님처럼 운동 부족이나 자세 불량으로 발생한 경우만 해당한다. 일반적인 한방 치료와 더불어 자세 불량이라면 추나 요법을, 운동 부족이라면 운동 처방을 겸한다.

  ‘날구지’ 님은 스트레칭이 도움 된다. 하지만 운동은 중요하지 않다. 근력 문제 아니다. 운동보다 환절기 돌아오면 예방 한약을 먹는 것이 좋다5. 끝.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어혈로 인한 통증은 아픈 부위가 비교적 일정하고, 일반적인 진통제로 진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간단한 영상촬영으로는 그 원인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瘀血이 발생한 원인과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약물을 사용하여 빠른 회복을 유도한다. 그렇기에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타박상의 한방 치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다.
  3. 만성적인 자세 불량으로 인한 것이면 ‘肌痺’, 운동 부족이 심하여 생긴 것이면 ‘血痺’로 세분할 수 있는데, 대게의 환자가 두 가지를 겸하고 있다. 肌痺의 경우 자세를 교정하면 증상이 완화되나 血痺는 자세와는 상관 없고 麻木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肌痺가 추간판탈출처럼 병이 심화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움직일 수 없게 되며 이를 한방에서는 ‘筋痺’나 ‘骨痺’로 간주한다. 筋骨痺는 한약뿐만 아니라 추나, 약침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肌痺를 방치하여 병을 키우지 않는게 최선이다.
  4. 한의학에서는 이를 ‘三痺’라 통칭하고 그 양상에 따라 行痺(風痺), 痛痺(寒痺), 着痺(濕痺)로 나눈다. 즉, 여기저기 쑤시고 저리는 것이 주된 증상이면 行痺, 쥐가 자주 나고 심한 통증이 주된 증상이면 痛痺, 사지의 감각이 저하되고 관절의 붓기가 주된 증상이면 濕痺라 한다. 또한, 行痺는 기온과 기압의 변화가 심하면서 흐린 날, 痛痺는 추운 날, 濕痺는 비오거나 눈오는 날에 심해지는 특징을 지닌다. 단, 심한 화끈거림이 있을 경우에는 별도로 熱痺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현대의 급만성 관절염이나 류마티스관절염과 유사하며 앞의 三痺와는 자못 다른 범주로 취급한다. 이러한 병증을 방치할 경우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진행되므로 조기에 예방하여야 한다.
  5. 허증에 기인한 三痺라면 땀을 뻘뻘 흘릴 정도의 운동은 삼가한다는 의미이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요가나 스트레칭을 완만하게 꾸준히 병행하여 외부 변화에 잘 견디도록 해주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