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라메디카닷넷

한약의 모든 것

메인상단(header advertising area)

일교차가 심해진 뒤로 콧물병이 오래 가요. 비염인가요?


 ※ 여기의 한약재나 처방은  문헌에 근거하여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에 따라 제시한 것입니다. 질환의 특성상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없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임의로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약사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임의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자격자가 이 한약재나 처방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제제 개발에 활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written by 이금산. 포라메디카닷넷.

 요즘 날씨(2025년 9월 기준)는 참으로 종잡을 수 없습니다. 습하고 무더운 날이 계속되다가 하루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침 강의에 여기 저기 코 푸는 소리가 들립니다. 감기처럼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비염 환자 마냥 아침, 저녁으로 화장지에 손이 갑니다.

 비염1일까요? 비염일까 싶어 병원에서 항히스타민제나 소염제를 처방 받아 복용해도 그 때뿐이고 별 무소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모른다 하여 특발성 비염(idiopathic rhinitis)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또한, 혈관운동성 비염(vasomotor rhinitis)이라고 규정하기도 하나 딱 부러지는 치료법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옛사람도 이러한 일을 많이 겪어서인지 한의학에는 정말 다양한 처치 방법이 기록되어 있고 그 효과도 좋습니다. 콧물과 연관이 있는 여러 병증 중에서 이번 년도처럼 갑자기 찬 기운에 노출되어 생기는 콧물, 코막힘, 재채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말을 쉽게 이어가기 위해 여기에서는 ‘콧물병’이라고만 지칭하겠습니다.

 

1. 증상

 아침, 저녁으로 콧물이 나는데 낮엔 괜찮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기 전까지 콧물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나옵니다. 콧물의 양이 많다 보니 기침도 터져 나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따뜻한 물로 세안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집니다. 감기인가 싶지만 체온도 정상이고 목이 쉴 망정 아프지는 않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2. 병인 및 병기

 사람의 호흡기는 둔감한 듯해도 매우 민감합니다. 민감한 요소 중 하나는 흡입하는 공기의 온도입니다. 찬 공기를 흡입할 때에는 비강과 구강을 거치며 따뜻하게 변하여 기관지로 넘기게 됩니다. 기관지와 폐포가 차가워지면 긴장하여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기 통로의 온도 조절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기가 유입되는 통로를 데우는 과정에서 열이 나고, 섬모 운동 등을 위해 습윤하게 유지하려고 분비물이 살짝 나오게 됩니다. 겨울에 따뜻한 곳에 있다가 추운 밖으로 나가면 맑은 콧물이 살짝 나다가 마는 것처럼 말이죠. 일단 이 과정이 제 궤도에 오르게 되면 가열과 습도 유지가 적절하게 발을 맞추기 때문에 과하게 콧물이 나지 않고 촉촉한 정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럼 모든 사람들이 다 콧물이 나야 하지 않느냐, 왜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이렇게 많이 나오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찬 기운에 노출되면 콧물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 양이 많아서 밖으로 흐르거나 정체되어 있으면 괴로운 것이고, 적절하게 습윤할 정도로만 적정한 양만 분비되면 괜찮은 것이지요.

 앞서 ‘습하고 무덥다가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이번 가을’을 언급했지요? 이번 늦여름에 덥다고 운동을 게을리 하면서 에어컨을 끼고 산 사람은 이 특이한 콧물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계속 노출되면 인체가 처리할 수 있는 수분 처리 용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 상태에서 땀을 과하게 내면 수분 부족으로 인체의 열을 적정 수준으로 냉각시킬 수 없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밖에서 덥다고 집에 들어와서는 너무 낮은 온도에서 생활하다 보면 오히려 수분 대사가 더디어 몸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은 후자의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기후 변화로 유난히 길었던 습한 폭염이 사람들로 하여금 에어컨을 끼고 살도록 했으니까요. 이 상태에서 시나브로 기온이 내려갔다면 괜찮았겠지만 아쉽게도 오늘부터 가을이라는 듯 기온이 뚝 떨어졌지요.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차가운 공기를 유입할 때에는 비강 등에서 한 번 데워야 하는데 그간 정체된 신체의 수분이 방해가 된 것입니다. 수분은 비열이 높기 때문에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즉, 비열이 높은 수분이 축적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강하게 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처럼 살짝 온도를 높이면서 습윤하게 만들면 될 일인데, 수분 대사가 더디어 정체되어 있으니 과한 에너지를 쓰게 되고 더불어 그 반작용으로 더 습윤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사단이 난 것입니다. 온도를 높이기 위한 에너지 사용은 빠른 반면, 습윤을 위한 분비는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부랴부랴 조치한답시고 과한 분비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2. 이게 요즘 유행하는 ‘콧물병’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맑은 콧물이 나오는 것은 허파가 차가운 증(肺寒證)에 속한다’, ‘(코막힘)이 새로 생긴 것은 찬바람을 맞아서 코가 막히고 목이 잠기고 콧물이 흐르며 재채기가 난다’ 등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쓰는 처방의 이름이 ‘차가운 것을 막는 탕’, ‘폐를 따뜻하게 하는 탕’, ‘기가 통하게 하는 탕’ 등이라는 점3입니다. 이는 현대 한의학에서도 이 콧물병에 대응하는 중요한 단서이자 치료방법입니다.

 

3. 치료

 치료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어렵습니다. 한의학에서 ‘콧물병’ 자체는 그리 처치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인체 전반적인 상황, 특히 수분 대사 정체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어렵습니다. 

 치료는 비강~기관지~폐포의 대응 능력향상시키고 정체된 삼출물을 원활하게 처리함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비염처럼 보이나 본격적인 염증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차가운 공기를 처리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시적인 민감한 상태4이기 때문에 흡기 통로의 건강 상태를 약물 등으로 조절해주면 됩니다. 다만, 건조해지는 본격적인 가을이 다가 오므로 발한이나 이뇨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4. 처방 예시 및 해설

 아래 예시 처방은 콧물병에 걸린지 1주일 이상, 1개월 미만인 사람을 위한 처방입니다. 극초기라면 크게 필요 없는 약물을 제하고 쓰면 됩니다. 즉, 아래 참고처방의 杏蘇散이나 加味香蘇散의 원문을 참조하면 됩니다. 다만, 麻黃湯이나 小靑龍湯은 病機에 비해 매우 과한 처방이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을 지양함이 좋습니다.

가감행소산(加減杏蘇散)《이금산경험방》

紫蘇葉 1.2錢
桔梗 白花前胡(또는 濱海前胡5) 白芷 1錢
香附子 半夏 茯苓 只殼 7分
枇杷葉 甘草 百部根 白前 5分
紫菀 款冬花 3分
杏仁 辛荑 2分
薑三棗二

*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른다면 細辛을,
* 대변이 무르고 습한 날 몸이 매우 무겁다면 朮을,
* 잦은 기침으로 목이 아프다면 牛蒡子, 薄荷 등을 더함.
* 肺氣虛가 있다면 生脈散을 소량 합방함.

, 노란 콧물 가래가 있다면 이미 化熱된 경우이므로 달리 辨證하여 치료하며, 평소 비강 건조감이 심했던 사람 등은 肺虛, 肺脾氣虛, 腎陰陽虛, 肺經蘊熱 등으로 달리 辨證하여 치료하여야 합니다. 즉, 수분대사 촉진으로 인하여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는 쓸 수 없습니다.

 비강-기관지-폐포의 작용이 원활토록 각 부위의 鬱滯된 氣를 풀어 줍니다. 비강에는 白花前胡, 白芷, 辛荑가, 기관지에는 甘桔湯이, 모세기관지 및 폐포에는 杏仁, 枇杷葉, 香附子가 이 역할을 합니다. 과민한 반응을 억제하고 과한 에너지 공급으로 인한 불필요한 열을 내리기 위한 紫蘇葉과 함께 이 약물들이 君을 이룹니다. 폐포나 기관지보다는 비강의 문제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약량을 조절합니다.

 정체된 수분을 대사시켜 적정량으로 맞춰 흡기 통로에서의 온후 작용을 방해하지 않도록 합니다. 본격적으로 건조한 시기가 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桑葉 등으로 上焦를 직접 滲散시키는 것보다는 脾胃運化를 촉진시켜 간접적으로 대사시킴이 낫습니다. 이를 위해 二陳湯을 臣으로 배치합니다.

 콧물이 머무르는 상태에서 각종 균이 자랄 수 있으므로 百部根을 더해 예방합니다. 辛荑 또한 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相須입니다. 분비물이 잘 제거되도록 紫菀과 款冬花로 疏泄시켜 甘桔湯을 左하고, 白前으로 揷水하여 杏仁과 枇杷葉을 左토록 합니다. 항원이 존재했다면 이 약물들을 臣이나 君으로 사용하겠지만 이 콧물병에는 보조적인 역할로도 충분합니다.

 肺臟에 영향을 주는 약물6 이 대다수이므로 별도의 使藥은 배합하지 않았습니다.

 

5. 참고처방

○ 행소산 杏蘇散《溫病條辨》 燥傷本臟 頭微痛 惡寒 咳嗽稀痰 鼻塞 嗌塞 脈弦 無汗 杏蘇散主之
: 蘇葉 半夏 茯苓 前胡 苦桔梗 枳殼 甘草 生薑 大棗去核 橘皮 杏仁

[加減法] 無汗 脈弦甚或緊 加羌活 微透汗,
汗後咳不止 去蘇葉 羌活 加蘇梗,
兼泄瀉腹滿者 加蒼朮 厚朴,
頭痛兼眉稜骨痛者 加白芷,
熱甚加黃芩 泄瀉腹滿者不用.

○ 가미향소산 加味香蘇散《醫學心悟》 有汗不得服麻黃 無汗不得服桂枝. 今用此方以代前二方之用 藥穩而效 亦醫門之良法也. 不論冬月正傷寒 及春·夏·秋三時感冒 皆可取效. 其麻黃湯 若在溫熱之時 則不可妄用. 又體虛氣弱 腠理空疏者 亦不可用. 其桂枝湯 乃治太陽經中風自汗之證 若裡熱自汗者 誤用之 則危殆立至. 又暑風證 有用白虎湯加桂枝者 桂枝微·石膏重 不相妨也. 更有春溫·夏熱之證 自里達表 其症不惡寒而口濕 則不可用桂 宜另用柴葛解肌之類 或以本方加柴葛及淸涼之味. 大凡一切用藥 必須相天時 審地利 觀風氣 看體質 辨經絡 問舊疾 的確對證方爲良劑. (《韓醫方劑學》 適應症: 外感風寒 兼有氣滯 頭痛項强 鼻塞流涕 身體疼痛 發熱惡寒或惡風 無汗 胸脘痞悶 苔薄白 脈浮.)
: 紫蘇葉一錢五分 陳皮 香附各一錢二分 甘草炙,七分 荊芥 秦艽 防風 蔓荊子各一錢 川芎五分 生薑三片.上銼一劑 水煎溫服 微覆似汗.

前症若頭腦痛甚者 加 羌活八分 蔥白二根,
自汗惡風者 加 桂枝·白芍各一錢,
若在春夏之交 惟恐夾雜溫暑之邪 不便用桂 加 白朮一錢五分,
若兼停食 胸膈痞悶 加 山楂·麥芽·卜子各一錢五分,
若太陽本證未罷 更兼口渴溺澀者 此爲膀胱腑證 加 茯苓·木通各一錢五分,
喘嗽 加桔梗·前胡一錢五分 杏仁七枚,
鼻衄 或吐血 本方去生薑 加 生地·赤芍·丹參·丹皮各一錢五分,
咽喉腫痛 加 桔梗·蒡子各一錢五分 薄荷五分,
便秘 加 卜子·枳殼.
若兼四肢厥冷 口鼻氣冷 是兼中寒也 加 乾薑·肉桂之類 雖有表證 其散藥只用一二味 不必盡方,
若挾暑氣 加 入知母·黃芩之類,
乾嘔發熱而咳 爲表有水氣 加 半夏·茯苓各一錢五分,
時行疫癘 加 蒼朮四分,
梅核氣症 喉中如有物 呑不入 吐不出者 加 桔梗·蘇梗各八分,
婦人經水適來 加 當歸·丹參,
産後受風寒 加 黑薑·當歸 其散劑減去大半.
若稟質極虛 不任發散者 更用補中兼散之法.

○ 지수산 止嗽散《醫學心悟》 止咳化痰 疏表宣肺 主治感受風寒 咳痰不爽 或微惡風寒 頭痛
: 桔梗一錢五分 炙甘草五分  白前一錢五分  橘紅一錢  百部一錢五分  紫菀一錢五分. 水煎服. 風寒初起 加防風荊芥紫蘇子 … 散后肺虛 卽用五味異功散 補脾土以生肺金.




각주

  1. 비염(rhinitis)은 말 그대로 염증이라고 볼 수 있는 증상이 관찰됩니다. 비강 안의 일부가 부어있거나 충혈되어 있으며, 대체적으로 주위 온습도에 따른 콧물과 재채기의 증감이 적거나 없고, 증상도 종일토록 나타납니다. 이 경우엔 염증에 대응하고 비강의 부종이나 충혈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주로 사용하고 이 글의 예시 처방에 쓴 약물은 보조로 사용합니다.
  2. 이래서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나면 콧물이 줄게 됩니다.
  3. 물론 이 처방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분 정체가 한 몫하기 때문입니다.
  4. 온도나 습도는 항원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항원-항체반응으로 인한 과민반응으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항히스타민제가 잘 듣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5. =植防風
  6. 한의학에서의 ‘肺’는 단순히 허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강, 기관지, 폐포 등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맥락에 따라 흉강 전체를 뜻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