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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不眠), 한의학에서는?


 ※ 여기의 한약재나 처방은  문헌에 근거하여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에 따라 제시한 것입니다. 질환의 특성상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없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임의로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약사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임의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자격자가 이 한약재나 처방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제제 개발에 활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written by 이금산. 포라메디카닷넷
김진아. 몸이편안한의원

 

 요즈음, 잠 못 이루는 분들 많습니다.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기도 해서 사람 참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불면증’입니다. 요즘엔 ‘수면장애’라 통틀어 말합니다.

 어떤 때는 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분간을 못하고 꿈만 주구장창 꾸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한의학에서는 ‘불수다몽(不睡多夢)’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옛 진인은 꿈을 꾸지 않았다. 정신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古之眞人其寢不夢 寢不夢者 神存故也)’이라 했습니다.

 이는 곧 마음이 편안치 않으니 잠이 불편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몸 상태가 마음에 영향을 끼쳐 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피곤은 덩달아 따라옵니다.

 사람을 매우 지치게 만드는 ‘불면’, 한의학에서는 대여섯가지로 나누어 치료하는데 다음 유형이 대표적입니다.

(설명을 위해 실제 임상사례를 재구성하였습니다.)

 

  첫째는 직장인이나 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위에서는 쪼고, 아래는 말 안 듣고 중간에 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사고라도 치면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억울한 일이 많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걸 확 !!’이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꾹꾹 눌러 참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잠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는 일이 많아집니다. 무엇을 부수거나, 누군가를 쥐어 패는 액션 장르의 꿈을 자주 꿉니다.  어깨와 목이 돌맹이처럼 딱딱합니다. 머리카락이 잘 빠져 걱정하기도 합니다. 눈은 충혈 되어 있고 뻑뻑하여 눈을 비비는 일이 많습니다. 체한 것처럼 속이 편치 않기도 합니다. 소변이 진하고 시원하지도 않을 때도 있습니다. 집에서는 ‘맨날 짜증이야’라는 타박을 듣습니다.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참 피곤합니다.

 모란(牡丹)과 시호(柴胡)라는 한약을 씁니다. 심하지 않다면 잠깐 잠깐 5~10분씩 깊은 숨쉬기 운동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출퇴근할 때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천천히 깊게 숨쉬기하면 됩니다.

 

  둘째는 어르신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이부자리 펴고 누워서 벼라 별 잡생각을 합니다. 잡생각 하느라 잠을 못자는 건지, 잠을 못자니 잡생각이 떠오르는 건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다음 날 꼬리에 꼬리를 문 걱정거리를 자식들한테 말하면 ‘별 쓰잘데 없는 걱정한다.’고 타박 듣습니다. 꿈도 많이 꾸는데 기승전결을 갖춘, 즉 스토리가 있는 긴 꿈입니다. 치매가 아닌가 싶은 건망증도 생기고, 밥맛도 떨어지고 소화력도 떨어져 먹는 양도 줄어듭니다.

 용안육(龍眼肉)과 인삼(人蔘)을 씁니다. 계절마다 경옥고를 복용하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는 갱년기를 앞두거나 겪는 중장년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교육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었지만, 노후를 대비하느라 일을 해야 하는데 몸이 예전만큼 따라와 주질 않습니다. 피곤이 불면을 부르고, 불면이 피곤을 부릅니다. 어떤 날은 뿌리 없는 우울감에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조그만 일에도 감정 변화가 심해서 예전만큼 사람 대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온갖 장르의 꿈을 꿉니다. 그런데 대부분 중간에 장르가 쉬없이 바뀌는 개꿈이 많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푹푹 찌는 열이 나기도 하는데 정작 추위는 더 탑니다. 이런 얘기를 주위와 나누다 보면 ‘OO씨도 갱년기가 왔나보네.’라 말을 듣습니다.

 아교(阿膠)와 황련(黃連)을 씁니다. 가족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려서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가까운 곳 나들이를 자주하면 좋습니다.

+ 특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불면증이라 말하긴 뭐하지만, 그렇다고 푹 잘 자는 것도 아닙니다. 남들은 살이 안 빠진다 걱정하지만, 정작 자기는 속이 받춰주질 않아 영 먹지를 못해 어딜 가든 입이 짧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몸도 항상 나른합니다. 마른 몸매인데도 붓기도 잘 생기고 괜시리 오목가슴이 답답합니다. 어지럽습니다. 심하면 픽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지만 몇 시간도 안되서 걸어 나오기도 합니다. 남들은 괜찮다는 양약, 한약을 자기도 가서 처방받아 복용하면 속이 불편하거나 그때뿐입니다. 그럭저럭 참고 삽니다만, 지금도 이런데 노년에는 괜찮을까 슬슬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비록 증상은 약하지만 위의 경우보다 장기적인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치료도 꽤 오래 걸립니다.

 석창포(石菖蒲)와 울금(鬱金)을 씁니다. 온 몸 구석구석을 고르게 스트레칭할 수 있는 정적인 운동을 꾸준하게 병행함이 좋습니다.

 

  넷째는 정신적 육체적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만년 낙방생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접촉 사고가 났습니다. 다행히 범퍼가 약간 찌그러진 사소한 사고일뿐 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쉬어야겠다 싶어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정신만 말똥말똥합니다. 일종의 트라우마입니다. 괜찮다고 넘겼지만, 저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해서 긴장이 풀리지 않아 생기는 불면입니다. 이런 경우는 하루 이틀 한약 복용하면 쉽게 낫지만, 정말 큰 사고를 겪은 경우엔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질 않습니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만년 낙방생은 시험이나 면접이 다가올 때마다 두렵습니다. 불면도 덩달아 심해집니다. 우황청심환을 사다가 먹어보지만 두근거림이 가시질 않습니다. 이런 경우엔 머리 좋아지게 만든다는 총명탕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분들이 꿈을 꾸면 대게 공포물입니다. 이유없이 무엇에 쫓기는 꿈도 꿉니다. 담력을 키우며 몸을 청정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처방으로 치료합니다.

 죽여(竹茹)와 복령(茯苓)을 씁니다. 담담한 버섯 요리가 약간 도움 됩니다. 소소한 일을 성취할 때마다 작은 선물을 자신한테 주는 것도 회복에 좋습니다. 

 

 불면증은 증상을 겪은 기간과 사람에 따라 예후가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난지 삼개월 이하라면 그런대로 치료하기 수월하지만, 그 이상이라면 소화장애나, 피부병증, 자율신경실조, 불안장애, 우울 등의 다른 증을 동반하기에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특히, 두번째 유형은 노인치매와도 연관성이 있다 추정하므로 간과하지 않아야 하며, 네번째 유형에서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것은 쉽게 재발되므로 장기 치료를 요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