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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치매와 심허열(心虛熱)


 이 글은 기초의학에 종사하는 한의사의 의안(醫案)입니다. ※ 여기의 처방은  문헌에 근거하여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와 배합원리를 적용하여 구성한 것이므로 응용하는 질환의 특성상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없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임의로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약사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임의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자격자가 이 처방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제제 개발에 활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Reported by Guemsan Lee. Department of Herbology, Wonkwang Univ.
Revised by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Pusan National Univ.

updated : 2023.05.04 (오탈자, 문장, 주석 수정)
updated : 2023.05.09 (상황에 따른 약물 가감법 추가)
updated : 2023.05.12 (환자의 실제 연령 및 추후 확인 내용 추가. 주석-5 참조)

 

  최근 의료계에서는 ‘치매(痴呆)’라는 질병명이 온당치 못하다 하여 다른 이름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이름으로 변경되든 해당 질환은 환자나 가족에게 감내키 어려운 고통을 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의 일을 겪기 전 본초표본실 소속 학생연구원들에게 류마티스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매와 같은 대사기능이상질환 등에서 완치는 어려울지라도 한의학적 접근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용이할 수도 있다는 짤막한 의견을 류마티스환자와 관련된 내부 의안을 들어 피력한 적이 있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얼마 뒤 지인의 모친께서 치매로 진단받으셨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지인의 가족들 전부 합심하여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중 인연이 닿아 불행 중 다행으로 한의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의안이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1. 치매

  2023년 2월 중순 즈음, 개인 사무때문에 차량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평소 연구와 교육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시고 제 개인적으로도 많이 의지하는 사장님(한약사, O제약 대표)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인이 있는데 어찌해야할지 물으십니다. 지인의 부모님쯤 되나 싶어 등급판정을 위해 일단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게 우선이라 말씀드립니다. 그리고서는 제 사돈어르신이 가성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는데 그때 증상이 어떠어떠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치매 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 매제 가족 모두 고생하다가 실패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대화가 길어져 자동차를 시골의 한적한 갓길에 세워놓고 한참을 얘기하다가 사장님의 모친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 아차 싶었습니다. 일단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렸습니다. 평소 요점만 잘 추려서 말씀하시던 분이 이 날따라 두서없이 묻고 답하셨으니 무슨 일이 있었음을 알아챘어야 했습니다만 입방정을 떨었습니다.

  치매 판정을 받게 되면 경제적인 부담 완화는 차치하고서라도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을 수 있어 장기 치료에 이로움이 아주 많으니 일단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시라 권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증상에 대한 질답이 이어집니다. 언제부터 증상이 나타났는지 여쭤봅니다. 2주 정도 되었다 합니다. 어떤 일을 새까맣게 잊을 때가 많고, 잠을 못 주무시고 방 한 켠에 앉아서 중언부언하며, 정신이 돌아올 때는 이러다 어떻게 되는가 싶어 매우 불안해하신다고 합니다. 특정 한방 처방을 권해드리니 이미 불면이 심하여 인근 한의원원장님께 溫膽湯류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계시고 조금 나아졌다 합니다. 여하튼, 치매 환자에 대한 검사나 등급 판정 등의 알고 있는 상식선의 얘기를 드리며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2. 의학 진단

  2023년 3월 7일, 연락이 닿았습니다. 아래와 같이 진단 받았다 하시며 후속 조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 하십니다. 치매등급은 2등급1으로 받았다 하시며 이런저런 걱정을 내비치십니다.

F00.1 (주상병)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 치매(G30.1†)

F02.8* (R/O상병) 루이소체 치매(G31.82†)

※ 환자분의 실제 나이는 87세임 (2023.05.09 확인. 당시 가정 형편으로 매우 늦게 출생 신고).

 

 일단 판정을 받아 요양급여2도 지급되고 경제적인 여건도 나쁘지 않으므로 누워만 있는 요양원보다는 집 근처로 모시고 와서 전문적인 요양보호사가 운영하는 노치원(노인유치원)에 등원시켜 활동을 하시는 것이 좋다고 권해드렸습니다.

 

3. 증상

  아직 양한방 공히 이렇다고 할 만한 결과가 없는 분야라 질병 자체에 대한 대화는 겉을 맴돕니다. 조심스레 혹시 한방 처방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시다면 증상을 세세히 알아다 주십사 말씀드려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말하는 건지 되물으시며 지금 아는 대로 답해주시겠다며 운을 뗍니다. 아래는 3월 7일 통화에서 파악한 증상입니다.

○ 주증

· 불면 : 여전히 잠을 못 주무시냐고 했더니 일전의 한약(溫膽湯류) 복용이 끝날 무렵에는 전처럼 불면에 시달리신다 합니다.
· 건망 : 어떤 당부를 해도 금방 새까맣게 잊으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옛날 일은 잘 기억하시기도 해서 가족들을 답답하게 만드신답니다.
· 불안 : 간간이 정신이 돌아올 때(몇 주 전보다 드물게 돌아오신다 합니다)는 심하게 불안감을 비치십니다.

○ 차증

· 언어 : 발음이 어눌하며 목소리에 힘이 없고 옆 사람은 잘 알아듣지 못할 옛이야기를 중얼거리며 반복하신다 합니다.
· 행동 : 아침에 힘이 없어 하시고 우울증 걸린 듯 조용히 있으시다가도 가족에게 심한 역정을 내시기도 하신답니다.
· 식사 : 입맛이 없어 보이나 일단 식사를 시작하시면 잘 드신다 합니다.
· 대소변 : 현재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합니다.
· 기타 : 인삼이 체질에 잘 받으시나 질문을 드렸더니 작년에 보약으로 경옥고를 드셨을 때 힘이 나서 좋아하셨다 합니다.

○ 복용약 (이때는 모두 기억하지 못하셔서 대략적으로만 파악) : 치매 관련 약, 항우울증약 2 종류

 

4. 한방 진단 및 처방

  루이소체가 우연히 어제 오늘 급작스레 생기고, 또 급작스레 저 모든 증상을 발현시키지는 않았을테니 일단은 뒷켠으로 미뤄놓고 辨證합니다. 溫病의 말기에 급격한 氣血 및 陰液의 소실로 心虛熱이 발생하여 나타나는 神志昏迷와 매우 유사합니다. 다만, 溫病으로 인한 것은 급성이고, 이 경우엔 만성이라는 점만 다르고 변증 결과는 같으니 장기 복용을 염두에 두고 조방해야 합니다.

  어찌되었든 작년 말까지 정정하시다가 이번 겨울을 나시면서 2월에 탈이 나신 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입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난지 얼마되지 않았고, 脾胃는 어느 정도 기능하므로 心肺의 기능을 크게 도와주면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 드립니다. 그러고서는 2월 중순에 연락하셨을 때 뒤로 따로 생각해둔 처방이 있는데 조금 고쳐서 드릴테니 지푸라기라도 써보시는게 어떻겠냐고 권해드렸습니다. 다만, 머리 안의 변성된 단백질(루이소체)이 정상으로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다고도 말씀 드립니다. 그러면서 아래 처방의 요지를 대략적으로 설명 드렸습니다. 여러 질문을 하시며 들으시고는 그렇게 해보시겠다고 하기에 加減復脈湯을 아래와 같이 손봐서 보내드렸습니다3.

복맥해울탕(復脈解鬱湯)4

甘草炒 熟地黃 90g
麥門冬 紅蔘6년근 石菖蒲 60g
遠志甘草製 龍眼肉 合歡皮去皮 牡丹皮 45g
溫鬱金 陽春砂 酸棗仁 蓮子心 白茯苓 梔子 30g
黃連薑汁炒 淫羊藿 仙茅米泔水沈 10g
竹瀝 20 mL

3시간 전탕, 40포

총 10일분, 일 4회(6시간마다) 복용

※ 주증이 확연히 개선된 뒤 몸에 열감이 강해지거나 혈압이 높아지면 복용 횟수를 점차적으로 줄여가거나 또는 紅蔘을 반으로 감량하고 麥門冬 牡丹皮를 증량함5

 

5. 경과

2023년 3월 20일, 경과가 궁금해서 연락을 드려볼까 싶었는데 때마침 문자가 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어머니 처방해 주신 것 드시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독립하셔서 혼자 생활하고 계십니다. 내일부터 노치원 등원합니다. 여러모로 신경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음 졸였는데 다행이다 싶어 곧바로 전화를 드려 경과를 여쭈어 봅니다.

  목소리가 전보다는 많이 밝아지신게 느껴집니다. 모친께서 온정신이 아니다보니 일 4회를 지키기가 어려워 최소 일 2회 복용하셨다 합니다. 복용 후 며칠 지나서부터 점차 주증상이 완화된 틈을 타서 집 근처로 모시고 왔다 합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집을 더 크게 지어서 모셨을 것이라 안타까워 하시길래, 그 집(전에 집들이로 잠시 방문했었습니다)은 턱이 많고 계단도 많아 위험하니 조건에 맞는 집을 따로 구하시는게 좋다 말씀 드립니다. 그랬더니 안그래도 집 근처에 괜찮은 집이 있어 임대를 하셨다 합니다.

  경과는 어떠신지 물어보니 모친께서 이제 정신이 좀 드시고 나서 그간 일에 미안(자식들에게)해 하신다 하고, 요양등급평가하시는 분들이 보시고는 이 추세라면 낮은 등급(4~5)으로 전환이 될 수도 있다 하였답니다.

  처음부터 장기 복용을 위해 조방했고 노치원에서 시간 맞춰 투약해주니 한약은 일 3회 이상 꾸준하게 드시면 된다고 말씀 드립니다. 나중에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약간만 손을 보면 될터인데 혹 제가 잊을지 모르니 그때 저에게 상기시켜 주십사 말씀 드립니다.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 정신없던 시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말미에 여러 가지를 물어보십니다.

  항우울제로 사람이 너무 처진다고 병원에 말하니 아래 처방에서 한 알을 빼줬다 합니다. 3년여 전부터 경계성 고혈압이 생겨서 혈압약을 복용 중인데 계속 복용을 해야 하냐고 물으십니다. 급작스레 중단하는 것보다 혈압 추이를 살펴봐서 괜찮으면 병원에 얘기해서 테이퍼링을 문의하시라 했습니다. 음식은 평소대로 하되 우유 1팩과 달걀 1개를 매일 드시고 노치원에서 비용을 받고 병원에서 파견 나와 놔주는 주사영양제도 주기적으로 맞으시라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서는 노인에게 모든 영양제는 안먹는 것보다 낫다고도 덧붙입니다.

 

2023년 4월 6일, 경과 재확인을 겸해 부탁할 일도 있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중증치매 환자가 다니는 노치원에서 경증치매 환자 또는 정신질환은 없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다니는 노치원으로 옮기셨다 합니다.

  걱정하는 자식들을 생각하시며 ‘이러다가 (한약먹고) 더 오래 살면 안된다.’고 한약 먹기를 간혹 저어하신다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노치원에서 아침에 운동치료, 오후에 인지치료하시는데 재밌어 하신다고 합니다.

  통화 말미에 자꾸 그런 답답한 소리를 하시면 이렇게 말씀 전해주시라 부탁드렸습니다.

한약 먹고 오래 살 요량이면 진시황은 아직 살아 있겠지요. 화타가 살아 돌아와도 하늘에서 정해준 명(命)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명이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냐, 골골 대며 앓으며 지내냐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약 잘 드시고, 식사 잘 하시고, 운동 잘 하시며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도록 잘 유지하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때까지 재미있게 지내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2023년 4월 24일, 웹페이지에 의안을 쓰려고 허락을 받기위해 연락드렸습니다.

  좀 어떠시냐 했더니 아주 펄펄 날아다니신다 합니다. 요전 통화 말미에 전해달라는 말씀을 들으시고는 ‘그 말이 맞다.’고 하시고는 한결 활달해지셨다 합니다. 몸에 열이 난다고 하시길래, 그건 그간 알게 모르게 체력이 저하되어 추위를 느끼시다가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 상대적으로 열을 느끼는 것일 뿐이라 답해 드렸습니다. 여하튼 모친께서는 인생 2막을 넘어서 3막, 4막을 사시는 듯 소풍도 가시고 아주 즐겁게 보내신다고 하며 웹페이지에 의안의 게재를 흔쾌히 허락 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3개월치 한약을 전탕하려고 한다 하십니다.

 

2023년 4월 27일, 문자로 진단서나 소견서 등의 필요 자료를 요청 드렸더니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고는 답문을 주셨습니다.

 

처방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엄니 날아 다닙니다. ㅎㅎㅎ 너무 기운이 나셔서 저희가 버겁네요 ㅎㅎ

 

6. 처방 해설

  환자분은 心虛熱로 인한 神志昏迷에서 보이는 ‘불면, 불안, 건망’이 강하게 나타난 경우입니다. 運化는 그럭저럭되어 脾胃는 그런대로 기능하는 편이나 心肺를 정상적으로 滋養할 만큼은 안되는, 즉 효율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부족함을 해소키 위해 밤늦게까지 어거지로 氣血을 운행하다보니 입면 장애에 빠지게 되며, 이는 다시 충분한 휴식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거기에 心虛熱에서 자주 관찰되는 不安焦燥는 몸을 자양해야할 氣血이 엉뚱하게 ‘걱정’으로 소모되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즉, 이 환자분의 경우에는 ‘불안’이라는 것이 증상이자 병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까지가 한약사이시기도 한 보호자분께 설명드린 내용입니다. 이 아래의 처방 해설은 3월 7일 학생연구원6에게 설명한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加減復脈湯을 君藥으로 삼아 主證인 心虛熱에 대응하고, 安神解鬱湯을 臣藥으로 삼아 不眠 및 不安을 해소하고, 菖蒲鬱金湯 및 淸心蓮子飮, 二仙湯, 加減黃連阿膠湯, 啓膈散 등의 일부 약물 조합을 떼어 佐藥 겸 使藥으로 삼아 健忘을 개선하고  君臣藥을 돕게 하며 深部에 引藥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약물 간의 相須 또는 相使 배합을 유지하고 장기 복용을 위해 일부 약물을 상황에 맞게 대체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復脈을 위해 甘草와 紅參을 다량 사용합니다.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血熱에 대응하기 위해 芍藥보다는 牡丹7을 선택하고 麥門冬을 더합니다. 환자의 연령을 고려하여 乾地黃을 熟地黃으로 대체합니다. 이 세 약물과 더불어  蓮子心 白茯苓 竹瀝의 조합으로 心熱이 내려가는 통로를 확보8해 둡니다. 더불어, 心熱이 해소되는데 방해가 되는 胸悶에 대응하기 위해 鬱金 梔子 砂仁의 조합을 사용하여 氣化가 용이토록 해주고, 앞선 蓮子心 白茯苓 竹瀝과도 相使를 유지시킵니다. 黃連 阿膠의 조합에서 농후한 藥味로 運化가 방해받지 않고 장기 복용에도 탈이 나지 않도록 阿膠를 龍眼肉으로 대체합니다. 또한, 黃連보다는 合歡皮와 酸棗仁을 중히 써서 장기 복용으로 인하여 나타날 수 있는 소화장애를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환자의 소화기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므로 痰을 滑降시키는 작용이 강해 燥證을 일으킬 수 있는 천남성과(Araceae) 기원 한약재는 사용치 않습니다. 대신 濕濁을 化하는데 장점이 있는 창포과(Acoraceae) 기원 한약재를 선용하고, 콩과(Fabaceae) 및 원지과(Polygalaceae) 기원 한약재 중 三焦 裏部의 운행에 장점이 있는 것을 조합하여 응용합니다. 이에 더해 二仙湯에서 仙茅와 仙靈脾(淫羊藿)만을 차용하여 淸陽之氣가 운행되는 곳의 정체된 濕을 약간만 치워 遠志 및 石菖蒲, 合歡皮가 빠르게 작용할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즉, 二仙의 興陽의 약리가 裏部에 작용하도록 補陽藥이 아닌 理氣安神開竅藥과 배합하고 두 약물이 직접적인 효과를 내지 않도록 용량을 조절9합니다. 이렇게 배오하면 장기 복용이 어려운 半夏나 天南星을 사용하지 않고도 심부의 濕濁을 제거하기 용이합니다.

 요약하면 신체의 특히, 心肺의 효율 저하로 滋養받지 못해 神志의 이상이 생긴 것을 紅參 甘草 地黃 麥門으로 滋養시키고, 推陳致新에 이르도록 心熱의 통로를 확보한 뒤, 上焦의 鬱滯를 풀어내고 三焦의 裏部에 잘 작용토록 다양한 처방에서 약물을 뽑아오되 相須 및 相使를 이루게 하여 적은 용량으로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이 이 처방의 지향점입니다.

 조선시대보다 의식주의 환경은 개선되어 아주 심한 肝腎兩虛의 유형은 줄었고, 60세는 새로운 인생시작이라고 말하는 고도로 고령화된 현대 사회에서 많이 접하는 유형입니다. 노인질환에 종종 유사한 방식을 사용해오다가 이번에 편의상 ‘復脈을 하되, 復脈을 돕기 위해 각종 통로에 존재하는 鬱滯를 풀어 소통을 원할케 한다.’는 의미에서 ‘복맥해울탕(復脈解鬱湯)’이라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7. 고찰

  위 해설과 같이 이 처방은 엄밀하게 말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痴呆)’라는 질환을 대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닙니다. 관점을 달리하여 ‘극에 다다른 健忘’이라는 증상의 원인을 노화로 인한 신체의 전반적인 효율 저하로 판단하여 ‘心虛熱’의 범주로 취급하였습니다. 즉, 신체 기능의 전반적인 효율 저하10를 한약으로 보조한 것에 불과합니다. 바꿔 말하면, 이 처방을 복용해서 여러 증상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생긴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집합체인 루이소체는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환자의 경우에는 발병하자 마자 가족들의 초기 대응이 매우 빨랐으며 후속 조치도 적절했기에 한약이 비집고 들어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즉,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면, 불안, 건망’이 서로 증상이자 원인이 되어 악순환을 시작하는 시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중요11하다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추정 원인으로 지목된 루이소체를 당장은 제거할 수 없다할지라도, 이 환자의 예처럼 발병 초기에 적절한 한방 치료 및 기타 처치12가 이루어져 주요 증상의 확연한 개선13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경과와 처방을 최대한 상세히 기록하여 공개14합니다. 아무쪼록 뛰어나신 임상의에 의해 분석과 개선, 응용 등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8. 참고처방

○ 가감복맥탕 加減復脈湯 《溫病條辨》 風溫‧溫熱‧溫疫‧溫毒‧冬溫 邪在陽明久羈 或已下 或未下 身熱面赤 口乾舌燥 甚則齒黑唇裂 脈沉實者 仍可下之, 脈虛大 手足心熱甚於手足背者 加減復脈湯主之 … 溫病耳聾 病系少陰 與柴胡湯者必死 六‧七日以後 宜復脈輩復其精 … 勞倦內傷 復感溫病 六‧七日以外不解者 宜復脈法 … 溫病已汗而不得汗 已下而熱不退 六‧七日以外 脈尚躁盛者 重與復脈湯 … 溫病誤用升散 脈結代 甚則脈兩至者 重與復脈 雖有他證 後治之 … 汗下後 口燥咽乾 神倦欲眠 舌赤苔老 與復脈湯 … 熱邪深入 或在少陰 或在厥陰 均宜復脈.
: 炙甘草六錢 乾地黃六錢(按地黃三種用法 : 生地者 鮮地黃未曬乾者也 可入藥煮用 可取汁用 其性甘涼 上中焦用以退熱存津, 乾地黃者 乃生地曬乾 已為丙火煉過 去其寒涼之性 本草稱其甘平, 熟地制以酒與砂仁 九蒸九曬而成 是又以丙火‧丁火合煉之也 故其性甘溫. 奈何今人悉以乾地黃為生地 北人並不知世有生地 僉謂乾地黃為生地 而曰寒涼 指鹿為馬 不可不辨) 生白芍六錢 麥冬不去心,五錢 阿膠三錢 麻仁三錢 (按柯韻伯謂 : 舊傳麻仁者誤 當系棗仁. 彼從心悸動三字中看出傳寫之誤 不為無見 今治溫熱 有取於麻仁甘益氣 潤去燥 故仍從麻仁). 水八杯 煮取八分三杯 分三次服. 劇者加甘草至一兩 地黃‧白芍八錢 麥冬七錢 日三夜一服.

cf. 일갑복맥탕 一甲復脈湯《溫病條辨》 下後大便溏甚 周十二時三 四行 脈仍數者 未可與復脈湯 一甲煎主之, 服一二日 大便不溏者 可與一甲復脈湯 … 下焦病 但大便溏者 即與一甲復脈湯
: 即於加減復脈湯內 去麻仁 牡蠣一兩

cf. 이갑복맥탕 二甲復脈湯《溫病條辨》 熱邪深入下焦脈沉數 舌乾齒黑 手指但覺蠕動 急防痙厥 二甲復脈湯主之
: 即於加減復脈湯 生牡蠣五錢 生鱉甲八錢

cf. 삼갑복맥탕 三甲復脈湯 《溫病條辨》卷三. (滋陰淸熱 潛陽熄風) 溫病後期 熱爍肝腎之陰 虛風內動之手指蠕動 甚則心中痛 舌乾齒黑 唇裂 脈沉細數.
即於二甲復脈湯內 加生龜板一兩

二甲複脈 防痙厥之漸 即痙厥已作 亦可以二甲複脈止厥. 茲又加龜版名之三甲者 以心中大動 甚則痛而然也. 心中動者 火以水爲體 肝風鴟張 立刻有吸盡西江之勢 腎水本虛 不能濟肝而後發痙 既痙而水難淬補 心之本體欲失 然大動也. 甚則痛者 陰維爲病主心痛 此證熱久傷陰 八脈麗於肝腎 肝腎虛而累及陰維 故心痛 非如寒氣客於心胸之痛可用溫通 故以鎭腎氣·補任脈·通陰維之龜版止心痛 合入肝搜邪之二甲 相濟成功也.

○ 안신해울탕 安神解鬱湯unknown 顔面紅潮 心煩焦燥 失眠多夢 頭暈乏力 汗出 食慾不振 顔面四肢浮腫 月經不調 
: 茯苓 石菖蒲 合歡皮去皮 各1.5錢 蓮心 1錢 溫鬱金 牧丹皮 淫羊藿 五味子 女貞子 各7分  仙茅米泔水浸 梔子,各5分.

○ 창포울금탕 菖蒲鬱金湯《溫病全書》 伏邪風溫 辛涼發汗後 表邪雖解 暫時熱退身涼 而胸腹之熱不除 繼則灼熱自汗 煩躁不寐 神識時昏時清 夜多譫語 脈數舌絳 四肢厥而脈陷 症情較輕者
: 石菖蒲三錢 炒梔子三錢 鮮竹葉三錢 牡丹皮三錢 鬱金二錢 連翹二錢 燈心二錢 木通一錢半 淡竹瀝(沖)五錢 紫金片(沖)五分. 水煎服.

cf. 창포울금탕 菖蒲鬱金湯《溫病縱橫》
: 鮮石菖蒲一錢 廣鬱金一錢半 炒山梔二錢 連翹三錢 菊花一錢半 滑石四錢(包) 竹葉三錢 丹皮二錢 牛蒡子三錢 竹瀝三匙(沖) 薑汁六滴(沖) 玉樞末五分(沖服)

○  청심연자음 心蓮子飲《太平惠民和劑局方》 治心中蓄積 時常煩躁 因而思慮勞力 憂愁抑鬱 是致小便白濁 或有沙膜 夜夢走泄 遺瀝澀痛 便赤如血. 或因酒色過度 上盛下虛 心火炎上 肺金受克 口舌乾燥 漸成消渴 睡臥不安 四肢倦怠 男子五淋 婦人帶下赤白. 及病後氣不收斂 陽浮於外 五心煩熱. 藥性溫平 不冷不熱 常服清心養神 秘精補虛 滋潤腸胃 調順血氣.
 : 黃芩 麥門冬去心 地骨皮 車前子 甘草炙,各半兩 石蓮肉去心 白茯苓 黃耆蜜炙 人參各七兩半. 上銼散 每三錢 麥門冬十粒 水一盞半 煎取八分 去滓 水中沉冷 空心 食前服. 發熱加柴胡 薄荷煎.

cf. 태음인청심연자탕 淸心蓮子湯《東醫壽世保元》 (太陰人) 虛勞 夢泄無度(腎氣無力) 腹痛 泄瀉 舌卷 中風(前兆症) 食滯 胸腹痛.
:蓮子肉 山藥 各二錢 天門冬 麥門冬 遠志 石菖蒲 酸棗仁 龍眼肉 柏子仁 黃芩 蘿葍子 各一錢 甘菊花 三分. 水煎服.

○ 이선탕 二仙湯《婦產科學》 溫腎陽 補腎陰 瀉腎火 調理衝任 陰陽兩虛者. 用於治療更年期綜合症15 高血壓 閉經 以及其他慢性疾病見有腎陰 陽不足 而虛火上炎者. 有溫腎陽 補腎精 瀉腎火 調理衝任之功效.
: 仙茅 仙靈脾 當歸 巴戟天9g 知母 黃柏4.5g. 水煎服 每日1劑 日服2次.

cf. 이선탕가미 二仙湯加味16 治疗更年期综合症
: 淫羊藿20g 仙茅10g 巴戟天15g 當歸20g 知母15g 黃柏10g 太子參30g 五味子10g 酸棗仁30g 杜仲20g 牛膝20g. 上述藥物煎煮前需冷水浸泡一晚 水煎煮口服 於每日早中晚各服用1次. 患者持續治療3天.

○ 가감황련아교탕 加減黃連阿膠湯《溫病條辨》 (甘寒苦寒合化陰氣法) 春溫內陷下痢 最易厥脫 加減黃連阿膠湯主之. 春溫內陷 其為熱多濕少明矣. 熱必傷陰 故立法以救陰為主. 救陰之法 豈能出育陰堅陰兩法外哉! 此黃連之堅陰 阿膠之育陰 所以合而名湯也. 從黃連者黃芩 從阿膠者生地 白芍也 炙草則統甘苦而並和之. 此下三條 應列下焦 以與諸內陷並觀 故列於此.
: 黃連三錢 阿膠三錢 黃芩二錢 炒生地四錢 生白芍五錢 炙甘草一錢五分. 水八杯 煮取三杯 分三次溫服.

○ 계격산 啓膈散 《醫學心悟》 通噎膈 開關之劑 屢效.
: 沙參三錢 丹參三錢 茯苓一錢 川貝母去心 一錢五分 鬱金五分 砂仁殼四分 荷葉蒂二個 杵頭糠五分. 水煎服. 虛者 加人參. 前症若兼蟲積 加胡連 蕪荑 甚則用河間雄黃散吐之. 若兼血積 加桃仁 紅花 或另以生韭汁飲之. 若兼痰積 加廣橘紅. 若兼食積 加蔔子 麥芽此症有生蛇者 華佗以醋蒜食之 令飽 則吐物而出 眞神法也.

 




각주

  1. 치매 등급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있고, 숫자가 낮을수록 중증에 해당합니다. 그 외 ‘인지지원등급’이라 해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낮은 환자에게 부여하는 등급이 있습니다.
  2. 치매 환자의 많은 분이 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반포기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요양급여가 경제적 부담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금액일지라도 ‘국가에서 지원이 나오니 걱정말고 치료받으세요.’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됩니다. 즉, 환자의 심적부담을 덜어주기에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최소한이라도 운동 및 인지치료가 가능해져 중증에서 경증으로의 전환도 유도할 수 있으니 사회 전체의 의료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제도가 더욱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3. 한약 품질의 실무에 관해서는 전문가 빰치시는 분이기에 처방전만 문자로 보내드렸습니다. 국내외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품질이 좋은 약재만 사용(2023.05.09 확인)하셨다 합니다.
  4. 별도로 존재하는 처방이 아니라 여러 처방을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새로이 조합하였습니다(아래 처방해설 참조).
  5. 2023.05.09 기억력도 또렷해지고 힘이 넘쳐서 한시도 가만히 안계신다 합니다. 냉탕에도 두세번 들어갔다 오셔도 시원해서 좋다하셨답니다. 더위가 시작될 초여름에나 살짝 손보면 되겠다 싶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빠르게 나타납니다. 한약의 반응이 좋은 이유의 하나는 두 사람 모두 약재의 품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품질의 약재를 정량 쓰는 것이 저품질의 약재를 고용량 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입니다.
  6. 올해 최고참인 학생은  표본실 자체과정 중 《溫病條辨》의 下焦가 끝나가는 중이어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꽤 많은 설명을 했는데, 이제와서 정작 글로 정리하려니 어렵습니다.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기록합니다.
  7. 앞의 두 약물에 대해선 相畏에 해당하나, 地黃과의 관계에선 相使에 해당합니다.
  8. ‘木通’이 나을 수도 있으나 환자의 대소변 상태가 양호하고, 장기 복용을 위해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9. 이것을 ‘病情藥引’이라 합니다.
  10. 한의학에서는 이를 陽虛의 범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 환자의 경우에는 부족의 의미보다는 기능저하의 의미가 강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처방에서 근간으로 삼은 ‘復脈湯’이라는 처방 이름이 아주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11. 이 글의 초안을 작성한 뒤 표본실 소속 학생연구원들에게 4월 이후의 경과를 설명해주고 ‘이번에 느낀건대 ‘운’이라는게 존재하나보다. 환자에게나 나에게나 말이지. 3개월만 지났어도 한약을 자신있게 권하지 못했을꺼야.’라고 부언했습니다.
  12. 가족의 탄탄한 지지가 제일 큰 긍정적 요인입니다. 그리고 방치하지 않고 활동을 유지케 한 것이 두번째 긍적적 요인입니다. 들은 바를 종합하면 옮겨 가신 두 번째 노치원의 프로그램이 아주 적절합니다. 기혈순환의 관점에서도 운동과 인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요양병원에 누워만 있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 두가지가 없었다면 한약이 이렇게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13. 2023년 5월 초 현재, 치매 환자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주증과 차증이 사라져 컨디션이 매우 좋다 합니다. 본인께서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 하시며 미래의 계획도 세우신다 합니다. 만약 이 환자가 꾸준히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환자 입장에서 치매가 치료가 된 것일까요, 아닐까요?
  14. 질환의 특성상 당사자 및 보호자가 공개를 꺼려하는데, 이번엔 환자와 보호자가 흔쾌히 허락하였습니다. 이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15. 更年期綜合症 中醫認為是腎氣衰 天癸竭 衝任虛損所致. 本方有溫補腎陽 滋養腎精之仙茅 淫羊藿 巴戟天, 調理衝任之當歸 巴戟天, 瀉腎火之知母 黃柏 故而效果可靠. 「二仙」 即本方有仙茅 仙靈脾(即淫羊藿之另一名稱)兩藥 並以其為首 故名之. 另外亦寓運用之後 功效奇特如神似之意.
  16. 王宁, 崔瑞艳, 赵继福. 赵继福教授运用二仙汤加味治疗更年期综合症临床疗效观察. 实用妇科内分泌电子杂志. 2020(11):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