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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 후두염과 후비(喉痺)


 이 글은 기초의학에 종사하는 한의사의 의안(醫案)입니다. ※ 여기의 처방은  문헌에 근거하여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와 배합원리를 적용하여 구성한 것이므로 응용하는 질환의 특성상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없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임의로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약사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임의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자격자가 이 처방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제제 개발에 활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Reported by Guemsan Lee. Department of Herbology, Wonkwang Univ.

 

  한의학에서는 후두염(Laryngitis)1을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는 뜻에서 ‘후음(喉瘖)’ 또는 ‘후풍(喉風)’, ‘후폐(喉閉)’, ‘후비(喉痺)’ 등으로 분류하고 다른 인후부 질환과 차별된 증상으로 음아(瘖啞)2와 견폐해(犬吠咳)3를 꼽습니다.

  성인은 자신의 건강 이상에 대해 그나마 빠르게 인지할 수 있기에 초기 대응이 용이하여 급성이라도 위중증에 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표현을 못 하거나 서툴며 병의 진행이 빠른 영유아는 초기 치료를 놓쳐 고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영아는 기도가 막힐 수도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의안은 2023년 여름, 딸(만 10세)의 급성후두염을 한방 치료한 기록입니다.

(7월 12일부터 15일까지는 전조 증상의 대증 치료 기록이고 본격적인 후두염 치료 기록은 16일부터 입니다.)

 

1. 경과 및 처치

7월 12일 수요일 늦은 밤, 37.5 전후의 열이 오릅니다. 며칠 동안 초등학교 필수 방과후학습인 생존수영 때문에 수영장을 갔습니다. 과도한 놀이 뒤에 편도선이 붓는 일이 잦았기에, 銀翹散 엑스제를 찾아 한 포를 복용시킵니다. 복용 후 30여분이 지나자 37도 정도로 열이 떨어져서 그냥 재웁니다.

7월 13일 목요일 아침, 출근 전에 열을 재보니 37.5도입니다. 팔다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혹시 몰라 코로나 간이 키트로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한 줄입니다. 약간의 가래가 낀 듯한 기침을 하나 콧물 가래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눈을 자꾸 비빕니다. 어제 대변도 약간 굳게 봤다고 합니다. 風熱犯肺에 陽明熱證을 겸한 것으로 판단하고 얼려 두었던 銀翹白虎湯을 복용시킵니다. 아이 엄마에게 요즘 독감이 유행하는 상황이라 혹시 모르니 학교를 쉬게 하고, 정오 전에 열이 더 오르면 연락하라고 하고 출근합니다.

  정오 지나서 연락하니 그간 銀翹白虎湯을 1포 더 복용시켰고 37도 정도로 열이 내렸으며 근육통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기침은 간간이 했다고 합니다.

  저녁에 귀가해서 보니 열은 37도, 근육통은 없고, 약간 굳은 대변을 보고 소변이 진하고 적게 나왔다고 합니다. 약 30여분 간격으로 ‘켁켁’거리는 기침을 약간 합니다. 저녁 식사 후 銀翹白虎湯 1포를 복용시킵니다.

7월 14일 금요일 아침,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변도 정상이고 소변도 잘 봤습니다. 가래 없는 기침이 약간 있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銀翹白虎湯을 1포 복용시키고, 학교에서 복용하라고 銀翹散 엑스제 1포를 챙겨주고 등교시킵니다.

7월 15일 토요일. 정오 즈음, 열은 없는데 ‘켁켁’거리는 기침을 합니다. 銀翹散 엑스제를 점심에 복용시켰더니 한참 잠잠하길래 저녁에는 약을 건너뛰고 재웠습니다.

7월 16일 일요일 늦은 아침, 서재에서 다음 학기에 쓸 수업자료를 웹에 정리하는데 어디서 강아지가 ‘컹컹’거리며 자꾸 짖어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건너편 집에서 기르는 큰 개의 짖는 소리와는 약간 달라 이상타 생각만 하고 맙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짖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딸이 옆 방 침대에 누워서 기침하는 소리였습니다. 후두염입니다. 다행히 체온은 정상이고 가래나 콧물은 없습니다. 달리 아픈 곳도 없다고 합니다. 대소변을 물어보니 아침에 무른 변을 봤다고 합니다. 급증이므로 감량치 않고 성인에게 쓰는 용량대로 아래와 같이 처방을 조제합니다.

射干通喉湯加減A

金銀花 連翹 1.5錢
薄荷 玄參 牛蒡子 大菁葉 夏枯草 1錢
黃芩 板藍根 芍藥 菊花 7分
桔梗 射干米泔水沈 蟬蛻 白殭蠶 5分
甘草炒 3分

(집에 射干과 板藍根이 없어서 급한 대로 大菁葉과 夏枯草를 더했습니다.)

위를 1貼으로 하여 2貼을 전탕(1錢 = 4g)하여 800mL 수득.

약을 조제하는 동안 기침 횟수가 늘어납니다. 급한 마음에 중탕기에 포트로 미리 끓인 물을 넣고 1시간 30분만 전탕합니다.

오후 2시 즈음 전탕이 끝나고 薄荷를 後下하려고 보니 이미 약포에 넣었더군요. 당황했나 싶어 헛웃음이 나옵니다. 여하튼 오후 2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100mL씩 복용시킵니다.

  오후 3시 즈음에는 ‘컹컹’ 소리와 ‘켁켁’ 소리가 반반입니다. 몇 가지 약물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두 번 복용한 뒤인 오후 5시 즈음엔 ‘켁켁’거리는 기침만 합니다만, 횟수는 10여분에 2~3회로 여전합니다.

  총 500mL을 복용한 10시 이후에는 2~30분에 한 번꼴로 ‘켁켁’거립니다. 새벽에 깨워서 약을 복용시키기 어려우니 선잠이 든 오후 11시에 150mL을 복용시키고 재웁니다.

7월 17일 월요일. 만약 증상이 잡히질 않으면 응급실이라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딸을 엄마와 자게하고 저는 깨어 있습니다. 다행히 새벽 4시 즈음 자다가 조금 서너 번 켁켁거린 것 말고는 별 변화가 없습니다. 아이 엄마가 깰 시간이 되어 서너 시간 눈을 부칩니다.

  오전 9시 즈음 일어나서 물어보니 딸이 8시에 일어나서 나머지 150mL을 복용시켰고 등교할 때까지 2회 정도 잔기침만 했다고 합니다. 혹시 몰라 銀翹散을 1포 준비해서 보냈다고 합니다. 안심하며 출근을 준비합니다.

 오후에 연락하니 아이가 학교에서 기침을 간간이 했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아래와 같이 처방하고 표본실 학생에게 조제와 전탕을 부탁합니다.

射干通喉湯加減B

金銀花 連翹 1.2錢
玄參 牛蒡子 桔梗 1錢
黃芩 板藍根 芍藥 菊花 薄荷後下 7分
甘草 射干米泔水沈4 5分
蟬蛻 白殭蠶麩炒 3分

위를 1貼으로 하여 2貼을 전탕(1錢 = 4g)하여 650mL 수득.

  오후 6시, 8시, 10시, 11시에 각각 100mL씩 복용시킵니다.

7월 18일 화요일 오전. 일어나서 등교하고 학교에서 생활할 때까지 기침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예방 차원에서 직전 처방 2貼을 준비해서 퇴근합니다.

 

2. 고찰

  위와 같이 처음 며칠은 으레 있던 편도선염으로 간주하여 치료5했고, 열이 내리고 기침도 거의 없어졌기에 모두 나았나 싶어 안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열은 없고 잔기침만 있는 상태로 이틀을 지낸 다음 날, ‘컹컹’거리는 기침 소리에 후두염으로 인지하여 처방을 바꿨습니다.

  風熱犯肺라는 큰 틀에서 보면 雙乳蛾6와 처방의 기본은 유사합니다. 그러나, ‘회염혈 양측이 붓는 것은 속칭 쌍유아이며 치료하기 쉽다 …… 후비는 목구멍으로 숨이 잘 통하지 못하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會厭之兩傍腫者俗謂之雙乳蛾易治 … 喉痺者 謂喉中呼吸不通 言語不出)’이라고 한 것처럼 古代에는 좀 더 위중한 병증으로 취급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옛 문헌에는 비강을 통해 가루로 만든 약물 소량을 천천히 불어 넣어 환부에 직접 접촉케 하거나 환부를 융식시키케 하는 것도 다수 존재하고, 심지어는 대롱을 목에 꽂아 숨 쉬게 만드는 처치 기록도 있습니다. 이같은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도 약물적인 측면, 즉 내복약의 관점에서는 참고할만한 내용이 아주 많습니다.

  喉痺와 관련된 처방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약물은 射干, 馬勃, 山豆根, 白殭蠶, 蚯蚓, 金蓮花7등 입니다. 그러나 약맛이 상당히 독특하여 소아에게 그대로 쓰기가 어렵거나, 부작용이 있거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재가 다수입니다. 그나마 射干을 米泔水沈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白殭蠶을 麩炒하여 맛을 교정하고 용량을 다소 적게 쓰면 소아에게 복용시킬만합니다.

  즉, 위에서 사용한 처방은 乳蛾에 두루 쓰이는 銀翹散과 必用方甘桔湯, 桑菊飮을 골격으로 해서 三焦鬱火에 응용하는 升降散의 약물을 차용하고 喉痺에 더 적합하도록 약물을 더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소아가 복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약맛을 유지토록 가감한 것입니다. 만약, 성인에게 해당 처방을 응용한다면 앞 문단에서 언급한 약물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3. 추천 처방

사간통후탕 射干通喉湯《이금산경험방》 治小兒喉痺8

 金銀花 連翹 1.2錢 
 玄參 牛蒡子炒 1錢
 桔梗 黃芩 板藍根 菊花 薄荷後下 7分
 芍藥 射干米泔水沈 白殭蠶麩炒 5分
 蟬蛻 甘草炒 3分

   上剉作二貼 煎後 日數回分服.

若兼便結 加大黃(後下) 地黃
若兼發熱9 增蟬蛻 白殭蠶麩炒 加蚯蚓酒炙
若兼喀痰 加貝母 天花粉 百部根
若兼雙乳蛾 加夏枯草 荊芥穗
若兼鬱煩 加鬱金 梔子

 

4. 참고 처방

○ 비급단 備急丹《東醫寶鑑》引《醫學綱目》 治咽喉閉
: 靑黛 芒硝 白殭蠶各一兩 甘草四兩. 右爲末臘月牛膽有黃者盛藥蔭四十九日爲末吹入喉中神效

○ 상국음 桑菊飮《溫病條辨》 太陰風溫 但咳 身不甚熱 微渴者 辛涼輕劑桑菊飲主之. 咳 熱傷肺絡也. 身不甚熱 病不重也. 渴而微 熱不甚也. 恐病輕藥重 故另立輕劑方.
: 杏仁二錢 連翹一錢五分 薄荷八分 桑葉二錢五分 菊花一錢 苦梗二錢 甘草八分 葦根二錢. 水二杯 煮取一杯 日二服 二三日不解 氣粗似喘 燥在氣分者 加石膏 知母, 舌絳暮熱 甚燥 邪初入營 加元參二錢 犀角一錢, 在血分者 去薄荷 葦根 加麥冬 細生地 玉竹 丹皮各二錢, 肺熱甚加黃芩, 渴者加花粉.

○ 승강산 升降散《傷寒瘟疫條辨》 溫病亦雜氣中之一也 表裡三焦大熱 其證治不可名狀者 此方主之
: 白殭蠶酒炒二錢 全蟬蛻去土一錢 廣薑黃去皮三分 川大黃生四錢. 稱准 上為細末 合研勻. 病輕者 分四次服 每服重一錢八分二釐五毫 用黃酒一盅 蜂蜜五錢 調勻冷服 中病即止. 病重者 分三次服 每服重二錢四分三釐三毫 黃酒盅半 蜜七錢五分 調勻冷服. 最重者 分二次服 每服重三錢六分五釐 黃酒二盅 蜜一兩 調勻冷服(一時無黃酒 稀熬酒亦可 斷不可用蒸酒). 胎產亦不忌. 煉蜜丸 名太極丸 服法同前 輕重分服 用蜜酒調勻送下.

○ 은교산 銀翹散《溫病條辨》
: 連翹一兩 銀花一兩 苦桔梗六錢 薄荷六錢 竹葉四錢 生甘草五錢 芥穗四錢 淡豆豉五錢 牛蒡子六錢.
上杵為散 每服六錢 鮮葦根湯煎 香氣大出 即取服 勿過煎. 肺藥取輕清 過煎則味厚而入中焦矣. 病重者 約二時一服 日三服 夜一服, 輕者三時一服 日二服, 夜一服, 病不解者 作再服. 蓋肺位最高 藥過重 則過病所 少用又有病重藥輕之患 故從普濟消毒飲時時清揚法. 今人亦間有用辛涼法者 多不見效 蓋病大藥輕之故 一不見效 隨改弦易轍 轉去轉遠 即不更張 緩緩延至數日後 必成中下焦證矣. 胸膈悶者 加藿香三錢‧鬱金三錢 : 護膻中, 渴甚者 加花粉, 項腫咽痛者 加馬勃‧元參 衄者 去芥穗‧豆豉 加白茅根三錢‧側柏炭三錢‧梔子炭三錢, 咳者 加杏仁利肺氣, 二‧三日病猶在肺 熱漸入里 加細生地‧麥冬保津液, 再不解或小便短者 加知母‧黃芩‧梔子之苦寒 與麥‧地之甘寒 合化陰氣 而治熱淫所勝.

○ 이선산 二仙散《東醫寶鑑》引《醫學入門》 治急喉閉及纏喉風危急
: 膽礬一錢 白殭蠶二錢. 右爲末吹少許入喉中

○ 청금화선탕 淸金化癬湯《喉科家訓》 治虛火上炎 肺金太旺 咽喉燥癢 紅絲點粒纏繞 飲食阻礙 微痛 久則喉啞失音 而不可救矣. … 詩曰 腎火爍金喉癬生元麥蘇芥白薇增紫菀蒡草百部並清金殺蟲效如神
: 潤元參 剖麥冬 白蘇子 東白薇 生甘草 炙紫菀 牛蒡子 白芥子 蒸百部. 水煎服.

○ 청인이격산 淸咽利膈散《東醫寶鑑》引《古今醫鑑》 通治乳蛾喉閉等證
: 桔梗 連翹各一錢 大黃 芒硝 惡實 荊芥各七分 片芩 梔子 薄荷 防風 玄參 黃連 金銀花 甘草各五分. 其大黃芩連梔子竝酒炒 右剉作一貼水煎溫服食後

○ 탈명산 奪命散《東醫寶鑑》引《丹溪心法》 治急喉閉
: 枯白礬 白殭蠶 鵬砂 皂角各等分. 右爲末吹少許入喉中痰出卽差

○ 필용방감길탕 必用方甘桔湯《東醫寶鑑》 治風熱咽喉腫痛 或喉痺 神效.
: 桔梗二錢 甘草 荊芥 防風 黃芩 薄荷各一錢. 右剉作一貼 水煎 徐徐服. 加玄參一錢尤妙[必用]

 




각주

  1. 질병관리청의 건강정보에는 이를 크루프에 포함시켜 분류하고 있습니다(관련 내용은 여기를 참조).
  2. 벙어리처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음
  3. 강아지가 ‘컹컹’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기침
  4. 쌀뜬물 대신 고운 쌀가루를 물에 풀어 사용했습니다. 해당 炮製를 처음해 본 학생들이 신기해 합니다.
  5. 급성후두염은 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초기 증상이 기관지염이나 편도선염과 같은 인후부 질환과 유사하여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6. 현대 한의학에서는 편도선염을 일컫는다고 간주합니다.
  7. 큰금매화 Trollius chinensis Bunge
  8. 성인의 喉痺는 위 ‘고찰’ 참조
  9. 39 ℃ 전후의 高熱 또는 근육통을 동반할 때에는 石膏를 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