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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자원조사(호북성) 1-2일차 답사기


 한의사, 한약관련전공자, 한약관련 연구 및 현장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대한본초학회 주관으로 매년 해외 한약자원조사가 열립니다.

 최근 답사는 2016년에 안휘성 및 강소성, 2017년에 운남성 및 광서성, 2018년에 신강위구르이었으며, 금년 (2019년)은 호북성 지역입니다.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기록을 남기질 않았는데, 한약자원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3회에 걸쳐 답사기를 남깁니다.


Written by Guemsan Lee. Dept. of Herbology, Wonkwang Univ.

Picture by Eui-Jeong Doh. Research Center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Revised by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Pusan National Univ.

 

이번 일정은 5박 7일 동안 武漢시(호북성) – 英山현(호북성) – 宜昌시(호북성) – 恩施土家族苗族自治州(호북성) – 重庆 – 貴陽(귀주성)을 아래 사진과 같이 진행하였습니다.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를 다른 색깔로 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일정은 예전 같으면 교통이 항공편이나 전세버스 뿐이라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고속철으로 이동하다 보니 수면 시간은 확보하게 되었다는게 좋은 점입니다.

(그래도 처음 참가하신 모 연구기관소속 분들은 이동시간이 많아 힘들었다고는 하십니다. 일정표에 방문지가 하나만 있어서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웬걸….)

 

 

1일차 – 무한시 – 8월 4일 맑음 + 습한 무더위 + 땡볕

 

 오전 9시 비행기로 인천에서 출발합니다. 공항에서 7시 미팅이었는지라 먼 곳에서 오시는 분은 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하셨다 합니다. 정오 즈음 무한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팀원 중 1명이 열이 1도 높다고 입국수속에 약간 시간이 걸렸습니다.

 간단한 점심 후 무한식물원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학회의 경우 도착일에는 쉬거나 짧은 산책 겸 관광이 있지만 본초학회는 틈만 나면 식물원에 방문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식물을 관찰할 수 있기도 하고 긴 이동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는 저쪽으로 가면 어떤 유명 관광지가 있고 운운하지만 대부분 관심없어 하기에 이제껏 만난 가이드는 이구동성 ‘특이한 집단’이라고 평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남아 관광지에 가자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니 가이드가 낯설어할만 합니다(이번 가이드는 예전에 겪어 본터라 ‘그런갑다’하며 아예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갈수록 참가인원이 적어지고 있다는 평도 있지만, 앞으로도 비슷하리라 봅니다.

 온통 공사판인 무한 시내를 지나 유명한 도심 호수 ‘동호’일대를 빙 돌아 오후 2시 반쯤 무한식물원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여 일단 약도를 보고 ‘본초원’이나 ‘약용식물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몇 년전에 방문하고 다시 찾은 무한식물원은 이제 중국인민들을 위한 흔하디 흔한 공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잘 정리되어 있던 식물은 팻말과는 따로 놀고 잡초가 무성하여 덤불이 되어 동네 야산에 방문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멀리까지 왔으니 옛 기억을 더듬어 이곳 저곳 뒤지고 다닙니다.

이제 막 심은 듯한 석창포, 잡초와 얽혀 자라는 삼엽목통, 시든 잎과 가지만 남은 모창출, 그나마 멀쩡한 사간, 사람 키 보다 훌쩍 커버린 청상자, 율무, 익모초, 고삼 등 생명력이 강한 식물만 남아서 무성합니다.

 잘 구획되어 있던 무산음양곽, 전엽음양곽, 유모음양곽 등은 이제 한 데 모여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다 보니 혼종되어 고유 형질이 섞여버려 종간 구분이 무의미하게 된 것도 다수입니다.

 본초원이 이 모양이니 다른 곳은 안봐도 뻔하지만 그래도 멀리까지 왔으니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본초를 찾아봅니다. 그래봤자 대여섯 종만 더 찾았을 뿐입니다.

 식물원 닫는 시간이 다가와 마지막으로 급하게 발을 놀려 온실을 둘러 봅니다.

 용혈갈입니다.  사람들이 수피를 벗겨둔지 한참 지났는지 진한 적흑색의 수지가 맺혀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용혈갈은 캄보디아용혈수나 검엽용혈수를 기원으로 하는 용혈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아주 오래 전에는 저 수지를 ‘용혈갈’로 취급하였습니다.

이번 무한식물원 방문에서는 용혈수의 수지가 삼출되는 모양을 확인한 것이 수확아닌 수확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오후 7-8시 즈음 숙소에 체크인하고 후다닥 찍고 넘어간 사진을 확인합니다.

 꽤 규모가 큰 식물원을 몇 시간 내에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식물 확인은 숙소에서 합니다. 이러다 보니 밤 늦게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2일차 – 모창출 재배지(호북성 황강시 영산현) – 8월 5일 맑음+땡볕  

 

 이제부터 본격적인 답사입니다. 재배지가 편도 3시간 이상 거리이기 때문에 6시 기상 7시 20분 출발입니다.

 원래 3시간 예상이었으나 무한시내의 교통혼잡때문에 정오를 넘어 12시 반쯤 도착합니다.

 재배지 관계자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모창출 재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밭이 산 중턱에 있어 버스가 들어가지 못한다 하여 승용차 3대로 나누어 약 1-20분을 이동합니다.

 쯔무라제약과 계약 재배를 한다는 농민의 모창출 밭에 도착합니다. 위 사진에선 농민 분의 뒷모습만 보이는군요.

 모창출은 문헌에 이 지역보다 동쪽인 모산 일대에서 난다고 되어 있으나 지금은 기후 변화 때문인지 그보다 서쪽인 영산현에서 대부분 생산한다고 합니다. 약 20여년 전에 일본인 주도로 재배기지화되었다고 합니다. 종자를 일본에서 주면 그것을 심어 재배한다고 합니다.

  최근 일부 문헌은 북창출, 모창출, 관창출을 동일한 종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만, 현재 약재시장에서는 나누어 유통되기 때문에 한약 관련 분야에서는 여천히 별도의 종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확인 및 검증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모창출 대량 재배지를 수배했는데 이제서야 야생이 아닌 재배품을 이렇게 확인합니다. 문헌만 믿고 모산 동쪽 지역에서 찾아 헤맨 세월이 ….

 농민 분이 친절하게도 몇 뿌리 채취해 주어 모창출의 단면 특징도 확인합니다. 예전엔 이 모창출이 북창출에 비해 가격이 더 높았으나 지금은 북창출의 가격이 높다고 합니다. 3여년 전 흑룡강성의 북창출 재배지에서는 모창출 가격이 높다고 했었는데 그새 시장 변화가 생긴 듯합니다. 요 몇 년간 약재 시장의 변화가 극심한 터라 이렇게 재배지 확인을 통해 후속 연구를 계속 해야 합니다만 여러 상황이 여의칠 않다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중국 현지업체의 사장님(한국인)이 이 모창출을 건조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흰색의 침상 결정이 석출(起霜, 白毛)되는데 이게 한국에서 곰팡이 난 것이라고 반송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기상(起霜) 또는 백모(白毛)가 있는게 맞는데 한국에서는 그간 모창출을 보기 어려웠기에 모르는 사람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지금은 꾸준히 학생 교육 또는 보수 교육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너무 걱정말라는 취지로 말해줍니다. 오히려 지금 북창출 가격보다 낮아진 상태니 예전에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못 썼던 모창출을 사용하기에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고 의견도 피력해 봅니다.

 이런 저런 말을 나누며 심은지 1년, 2년, 3년 되는 밭을 둘러 본 후 가공 공장으로 내려옵니다.

  중국 현지업체 사장님이 안휘 광동 등에서 채취한 것을 받아 안국에서 싣고 온 파극과 백화전호입니다. 자신들은 기원종을 가지고 제조했는데 한국 수출이 자꾸 막힌다면서 이번 기회에 확인 바란다고 채취해 온 것입니다.

  백화전호와 파극 둘 모두 기원 식물임을 확인한 뒤에 그 특징을 설명합니다.

  백화전호의 경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배품을 한국에 수출하였으나 현재는 재배지의 오염으로 중금속 함량이 초과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수출품의 경우에는 야생의 것을 채취해서 생산한다고 합니다. 야생의 미나리과(Apiaceae) 식물의 뿌리는 대부분 개화기를 거치면 목질화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목질화 된 백화전호에 익숙치 않아 착오가 생긴 듯하다고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파극은 가공법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대표적인 은시파극을 채취해서 비교하여 제시한 뒤 여러 경로로 홍보나 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말이 많아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올 때 예상보다 1시간 정도 지체되었는데 갈 때는 어떨지 모른다하여 친절히 대해준 관계자께 인사 후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재배지 수배는 답사 일정을 계획할 때 ‘여행사-현지 여행사-재배지-농민’ 또는 ‘국내 모 제약회사 – 중국 거래 업체 – 재배지 생산 업체 – 농민’의 순으로 연락하여 이루어집니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거래선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려하여 재배지를 직접 방문 확인하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만 이번엔 잘 된 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재배지 방문확인에 힘써주신 모 제약회사 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그러나, 무한시로의 귀환길은 3시간 정도였습니다. 복령 재배지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오후 7시쯤 무한 고속철역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자 마자 식사를 철도역내 식당에서 대충 때웁니다. 중국 고속철역에는 출발 2시간 전까지 도착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사람이 넘쳐나다보니 검문검색(공항검색대와 유사한 과정을 거침)에 시간이 꽤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가이드의 활약(?)으로 원래 시각보다 1시간 앞당긴 표를 구해 8시 고속철에 몸을 싣습니다. 검색대를 통과하니 여유시간이 약 10여분 정도라 다들 급한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의창시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입니다만 잠 자리에 들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 날도 역시 당일 답사에서 얻은 사진과 수확물(?)을 확인하고 25시 넘어서 잠자리에 듭니다.

대한본초학회 주관 2019 해외 한약자원조사(호북성) 1-2일차 답사기 끝. 3-4일차는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