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와 천남성처럼 독성이 있는 한약재는 어떻게 사용할까?

Posted: 2022-01-05 , Last Updated: 2022-02-09

고대로부터 치료에 필요한 효능을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 한약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였습니다. 이를 한의학에서 ‘포제(炮製)’라고 지칭합니다. 다양한 포제법 중에서 명백한 부작용이나 독성을 줄이는 방법도 개발 및 정착 되었는데,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는 약재 중 대표적인 것이 천남성과에 딸린 식물을 기원으로 하는 반하(半夏)와 천남성(天南星)입니다. 옛사람들이 이의 포제 과정에 사용하는 보조재료인 생강(生薑), 백반(白礬), 담즙(膽汁)이 독성을 감소시킨다는 언급을 하였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 언급한 바는 드뭅니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키 위해 이번 글에서는 논문 ‘炮製에 의한 半夏와 天南星의 침상결정 유발 독성 감소 기전 고찰’ 중 고문헌고찰을 제외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논문의 원문은 여기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reported by Jung-Hoon Kim. School of Korean Medicine, Pusan National Univ.
Guemsan Lee.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Goya Choi.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Young-Sik Kim.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osuk Univ.
Seungho Lee.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osuk Univ.
Hongjun Kim.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osuk Univ.
edited by Jung-Hoon Kim. School of Korean Medicine, Pusan National Univ.

반하(半夏)와 천남성(天南星)을 적절하게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복용할 경우 위장관 및 구강 점막에 강한 자극성 통증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런 강한 점막 자극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으로 구성된 침상결정(針狀結晶, raphides)이 지목된다. 일부 식물은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목적으로 가시모양(acicular) 또는 바늘모양(needle-shaped)의 형태로 옥살산(oxalic acid)과 칼슘이온(Ca²⁺)이 결합된 불용성 염(salt)인 옥살산칼슘을 형성한다. 이러한 침상결정은 천남성과(Araceae)에 딸린 식물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독성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이며, 이를 인간이 섭취할 경우 위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반하와 천남성을 포제하여 청반하(淸半夏), 강반하(薑半夏), 법반하(法半夏), 우담남성(牛膽南星) 등의 가공품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약재 특유의 점막 자극성이 줄어들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게 되므로, 고대로부터 생품보다는 이러한 가공품을 위주로 응용하였다. 이는 포제를 통해서 약재에 함유된 침상결정에 물리화학적인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특히, 반하의 경우 본초문헌에서는 생강(生薑)을 주요 보료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사용되는 청반하, 강반하 모두 백반(白礬)이 공통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생강뿐만 아니라 백반도 주요한 독성 감소 목적으로 보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하와 천남성의 포제에 주로 활용되는 보료인 생강, 백반, 담즙(膽汁)이 이들 약재의 자극 유발물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 보고된 연구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침상결정의 물리화학적 특성

반하와 천남성에 존재하는 침상결정은 양 끝부분이 뾰족한 가늘고 긴 형태로 표면에 작은 가시와 홈이 존재하는데, 뾰족한 끝부분이 기계적으로 점막을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침상결정에 함유된 독성 단백질의 일종인 lectin과 응집소(agglutinin) 단백질이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L-arabitol, L-mannitol, D-glucose, D-galactose 등의 당류도 함유되어 있다. 침상결정은 pH 1~2정도의 강산 또는 pH12 정도의 강염기 하에서 변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강(生薑)에 의한 침상결정의 변화

반하(半夏) 분말을 각각 건강(乾薑) 전탕액 및 분말과 혼합 후 40℃에서 2시간 동안 보관하면 침상결정 함량이 감소하였고, 보관시간이 증가할수록 침전결정물의 변성정도가 증가하였다. 반하 분말과 생강즙을 혼합한 경우에도 침상결정의 변성이 관찰되었고, 건강에서 추출한 친지성 성분(lipophilic components)과 반하 분말 및 침상결정 현탁액과 혼합하였을 때에도 침상결정이 변성되는 것을 통해 건강(또는 생강)에 함유된 친지성 성분이 침상결정의 구조적 변성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백반(白礬)에 의한 침상결정의 변화

반하를 백반 용액에 담그면 침상결정이 부식되거나, 구조가 깨지거나 용해되는데 이는 백반에 함유된 알루미늄 이온(Al³⁺)이 침상결정의 용해 및 구조 변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옥살산칼슘에 함유된 칼슘이온과 백반에 함유된 알루미늄 이온의 교환이 발생하여 옥살산과 알루미늄 이온이 결합된 [Al³⁺+C₂O₄^2-]의 복합체가 형성됨으로써 침상결정의 구조에 손상을 일으켜 결정의 구조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백반에 의해 침상결정의 구조가 손상되어 점막에 자극을 발생시키지 않을 정도고 크기가 감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Figure 1).

또한, 백반 용액이 침상결정 표면에 함유된 lectin 단백질에 구조적 손상을 일으킴으로써 이로 인한 염증성 반응이 감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Calcium oxalate

[ Figure 1. 옥살산칼슘의 구조(위)와 백반으로 처리한 후 알루미늄-옥살산 복합체(아래) ]

담즙(膽汁) 혼합 발효에 의한 침상결정의 변화

담즙산염(bile salt)의 주요 구성물질인 cholate, deoxycholate, chenodeoxycholate, lithocholate 등이 옥살산칼슘에 함유된 칼슘이온과 결합하여 옥살산칼슘의 침착(precipitation)을 억제하는데, cholate 등의 스테로이드 골격에 존재하는 수산화기(OH)가 옥살산칼슘의 카르복실기(COO^–)와 수소결합을 형성하여 옥살산칼슘 결정의 성장과 응집을 저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식품의 발효에 주로 관여하는 Lactobacillus acidophilus 등의 Lactobacillus속 균주가 포함된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과 Bifidobacterium lactis는 formyl-CoA transferase (oxalate CoA transferase)를 통해 oxalate에 CoA를 결합하여 Oxalyl-CoA를 생성하고, Oxalyl-CoA decarboxylase를 통해 CO₂를 제거하여 다시 Formyl-CoA로 변환함으로써 체내 oxalate를 분해하는데, 우담남성(牛膽南星)에 함유된 다양한 발효균 중 간균(bacillus)으로 추정되는 균종에 의해 침상결정 내 옥살레이트가 분해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보료로 사용되는 생강, 백반, 담즙 등이 반하와 천남성 내 침상결정의 주요 구성 성분인 옥살산칼슘의 구조를 변형시키거나 분해를 촉진함으로써 침상결정의 구조적 손상을 야기하고, 생체에 대한 자극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藥性의 손실뿐만 아니라 인체에 잔류되는 알루미늄에 대한 우려가 있으므로 백반(白礬)의 사용량에 대한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