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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물이라도 부위에 따라 다른 약으로 쓰기도 한다.

같은 식물이라도 부위에 따라 다른 약으로 쓰기도 한다.

그런데, 나뭇가지는 뻗어나가는 기운이 충만하니 팔다리의 병증에 사용한다?

 

Written by Guemsan Lee. Department of Herbology,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Eui-Jeong Doh. Research Center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School of Korean Medicine, Pusan National Univ.
Revised by Goya Choi.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본초학에서는 ‘기원’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한약재의 ‘기원’이라 함은 원재료가 되는 식물 또는 동물, 광물을 단순히 지칭하는 것만이 아니라, 약용부위나 가공법, 심지어는 채취시기 등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특히, 식물을 기원으로 하는 한약재는 식물 전체가 아닌 잎이면 잎, 뿌리면 뿌리 등의 한정된 부위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식물에서 유래했다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다른 효능을 지닌 약재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麻黃의 지상부는 解表藥인 반면, 지하부는 止汗藥입니다. 石榴의 열매껍질은 收澁藥인 반면, 뿌리껍질은 驅蟲藥입니다. 이외에도 川楝子와 苦楝皮, 地骨皮와 枸杞子, 天花粉과 瓜樓仁, 桂枝와 肉桂 등도 서로 다른 효능군으로 분류되는 한약재입니다. 물론, 金銀花와 忍冬藤, 紫蘇葉과 紫蘇梗, 荊芥와 荊芥穗 등처럼 다른 효능군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응용하는 증상의 범위 정도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식물 전체를 단일 효능의 약재로 사용하다가 점차로 분리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사용 연원이 오래된 한약재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쉽게 관찰됩니다. 이는 곧 약재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레 특정 증상에는 특정 부위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수백 년 동안 반복되어 기록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의 증가와 더불어 부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이유를 모양이나 생활사, 생태 등에 빗대어 설명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을 처음 접하거나, 본초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간혹 이러한 약용부위에 따른 사용과 그에 덧붙여진 설명에 혼란을 겪곤 합니다. 여기에서는 뽕나무에서 유래한 한약재 4종을 옛사람의 설명과 현대의 분석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의학에서 뽕나무의 잎은 解表藥인 桑葉, 줄기는 祛風濕藥인 桑枝, 뿌리껍질은 化痰止咳平喘藥인 桑白皮, 열매는 補陰藥인 桑椹子로 각각 사용됩니다. 고문헌에는 桑葉과 桑枝, 桑白皮는 각각 表部, 四肢, 肺 등에 정체된 風濕(熱)을 滲하거나 散하는 효능이, 桑椹子는 益血除熱의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약용부위에 따른 효능의 차이를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가지는 뻗어나가는 기운이 있으니 뽕나무의 가지는 윗팔의 통증에 쓰고 … 뿌리껍질은 실이 겹치고 겹친 모양이 폐와 비슷하니 기침에 쓰고 … ’ 등과 같이 그 시대에 통용되었던 언어로 말입니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을까요?

 아래의 논문에서 제시된 것처럼 뽕나무는 약용하는 부위에 따라 성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효능의 차이가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뽕나무의 경우엔 아쉽게도 이러한 성분의 차이가 어떠한 효능의 차이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전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 기전을 밝히는 일은 앞으로의 연구에 달려있겠지만, 단일 성분이나 몇 개의 복합성분으로 이루어진 현대의 약물도 그 기전이 100% 밝혀진 것이 드물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기술의 발전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식물의 약용부위에 따라 성분의 차이가 있고, 이 성분의 차이가 효능의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한방임상에서 고문헌에 기록된 효능 차이를 기반으로 약용부위에 따라 별도의 약물로 활용되어 왔다는 것 또한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경험의 소산임은 분명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지금의 학자들은 옛사람들의 언어를 현대의 분자생물학이나 이화학 기술을 도입하여 근거와 기전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의계 일각에서는 ‘그 성분이 어떠한 효능 차이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으므로 별 의미가 없다.’ 또는 ‘일부 효능 실험에 기반한 것으로 한의학적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옛사람의 자연친화적인 설명을 고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에게 본초학의 역사에서 다루는 내용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證類本草》의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본초의 효능을 위주로 기록되어 있되 그 기전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금원시대를 거치며 그 시대의 학문 탐구의 도구였던 陰陽學說이 약물의 기전을 설명하는데 사용됩니다. 이후 시대의 학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서적이 《東醫寶鑑》입니다. 《東醫寶鑑》의 湯液編에는 陰陽學說을 기반으로 하는 약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흔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옛사람들도 그렇게 필요에 따라 이론을 취사선택하여 기록하고 사용하였습니다. 현대의 우리도 특정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기술이 한약재를 더 정교하게 응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런지요.

  본초학의 역사에 대해 더 언급하면 다소 주제에서 벗어날 듯하여, 기원과 관련된 내용 중 채취시기와 관련된 물음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뽕나무의 잎인 桑葉은 霜降이후에 채취한 것이 좋다 합니다.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가을의 끝과 겨울 초의 기운을 받았기에 肺의 肅降을 원활케 함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형상학설이나 음양오행학설에 낯선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이들에게 조금 더 낯익은 설명은 없을까요 ?  .끝.

 

주. 식물의 약용부위에 따른 성분상의 차이는 이외에도 많은 연구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저널과의 저작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포라메디카의 구성원이 발표한 논문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 저널의 허락을 받은 뒤 요약 정리해서 제시합니다. 다른 약재가 궁금하시면 Pubmed 등에서 학명이나 생약명으로 검색하여 관련 정보를 파악하시길 바랍니다. 아래 논문의 원문은 여기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논문요약 : HPLC를 이용한 뽕나무의 약용부위에 따른 지표성분 정량 분석

Jung-Hoon Kim, Eui-Jeong Doh, Guemsan Lee. Quantitative Comparison of the Marker Compounds in Different Medicinal Parts of Morus alba L. Using 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Diode Array Detector with Chemometric Analysis. molecules. 2020;25(23):5592.

  일반적으로 식물에 함유된 성분, 즉 이차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s)은 식물의 부위마다 생합성(biosynthesis)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거나, 혹은 기관 특이적(organ-specific)으로 특정 부위에서만 생합성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위별 이차대사산물의 차이는 주로 해당 부위에 존재하는 생합성 효소의 활성 및 해당 효소의 유전자 발현 정도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식물의 생육환경에 따라 성장, 방어 기전, 색소 발현, 수분, 타감 작용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부위별로 다른 대사산물 합성 정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약용식물의 부위별 이차대사산물의 합성 및 함량 차이는 약효발현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동일 식물의 각 부위가 다양한 효능을 가진 약재로 사용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뽕나무는 한 식물의 다양한 부위가 약용되는 대표적인 약용식물로 뿌리껍질, 가지, 잎, 열매가 각각 桑白皮, 桑枝, 桑葉, 桑椹子라는 이름의 약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각 부위별 성분 구성이나 함량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1. 실험방법

  현지에서 채취하거나 수집한 桑白皮(시료코드: SB) 시료 15점, 桑枝(시료코드: SJ) 시료 11점, 桑椹子(시료코드: SS) 시료 12점, 桑葉(시료코드: SY) 시료 19점을 분쇄하여 체로 거른 후 70% 메탄올로 초음파추출 방법을 이용하여 30분 동안 추출하였다. 이후 추출물을 농축하여 70% 메탄올로 재용해한 후 HPLC-DAD를 이용하여 각 약재별로 함유된 skimmin, mulberroside A, chlorogenic acid, 4-hydroxycinnamic acid, rutin, taxifolin, isoquercitrin, oxyresveratrol, astragalin, quercitrin, kuwanon G, morusin 등 12가지 성분을 분석하였다(그림 1).


[그림1 . 성분]

2. 결과(그림 2 참조)

  桑白皮에는 스틸벤(stilbene) 구조인 mulberroside A와 플로보노이드 구조인 kuwanon G, morusin 등이 두드러지게 높은 함량을 보였다. 추출물에 함유된 mulberroside A(stilbene 구조)와 kuwanon G, morusin(이상 flavonoid 구조)의 함량은 桑枝 추출물에 함유된 각 성분의 함량보다 높게 나타났다. 桑椹子(SS) 추출물에도 morusin이 함유되어 있었으나, 함량은 桑白皮 추출물에 함유된 함량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桑白皮 추출물에서의 taxifolin(flavonoid 구조)의 함량은 桑椹子 추출물에서의 함량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桑枝에는 페놀산 구조인 4-hydroxycinnamic acid이 두드러지게 높은 함량을 보였다. 桑枝 추출물의 oxyresveratrol(stilbene 구조)의 함량은 桑白皮 추출물에 함유된 함량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4-Hydroxycinnamic acid 역시 桑枝에서의 함량이 桑椹子에서의 함량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桑葉에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구조인 rutin, isoquercitrin, astragalin, 쿠마린(coumarin) 구조인 skimmin, 페놀산(phenolic acid) 구조인 chlorogenic acid 등이 두드러지게 높은 함량을 보였다. 桑葉 추출물에 함유된 chlorogenic acid와 rutin, isoquercitrin의 함량은 桑椹子 추출물에 함유된 함량과 桑白皮 추출물에 함유된 함량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桑葉 추출물에서는 skimmin, astragalin과 quercitrin이 각각 검출되었는데, 이 성분들은 다른 약용부위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桑椹子에는 taxifolin, 4-hydroxycinnamic acid, chlorogenic acid, rutin, isoquercitrin 등이 다른 부위에 비해 낮게 함유되어 있었다.


[그림 . 히트맵 분석 결과. SB: 桑白皮, SJ: 桑枝, SS: 桑椹子, SY: 桑葉]

All figures are referred from the article: Kim et al., Molecules 2020, 25, 5592; doi:10.3390/molecules25235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