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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볍씨와 보리씨를 싹틔워 약으로 쓰는 까닭은?

Written by Guemsan Lee. Dept. of Herbology, Wonkwang Univ.
Picture by Young-Sung Ju. Department of Herbology, Woosuk Univ.
Revised by Goya Choi.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Pusan National Univ.
Published online : April 9, 2020.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은 고문헌에서는 ‘發生之氣가 왕성한 상태’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本草經疏≫ 麥糵 功用與米糵相同 而此消化之力更緊 其發生之氣 又能助胃氣上升 行陽道而資健運 故主開胃補脾 消化水穀及一切結積冷氣脹滿

≪本草彙言≫ 大麥芽 和中消食之藥也. 補而能利 利而又能補 如腹之脹滿 膈之鬱結 或飲食之不納 中氣之不利 以此發生之物而開關格之氣 則效非常比也.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인위적으로 싹을 틔울게 아니라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도록 흙에서 저절로 싹이 난 것만 고른다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이른 봄 길가의 이름 모를 풀의 싹 달린 씨앗 또한 發生之氣가 왕성할 터이니 비슷한 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땅에 심어서 얻은 것을 쓴다는 말도 없거니와, 무명의 풀에는 그러한 말이 없으니 무언가의 이유로 굳이 벼와 보리, 조 등의 씨를 싹틔워 썼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본초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主治 즉, ‘어떠한 질병에 사용하였나?’이다. 그럼 맥아(麥芽, 싹틔운 보리씨, 엿기름)와 곡아(穀芽, 싹틔운 볍씨)는 어디에 사용하였을까? 李時珍은 ‘쌀과 면뿐만 아니라 모든 열매로 인한 食積을 消導한다’고 하였다.

≪本草綱目≫ 麥糵 穀芽 粟糵 皆能消導米麵諸果食積. 觀造餳者用之 可以類推. 但有積者能消化 無積而久服 則消人元氣也 不可不知. 若久服者 須同白朮諸藥兼用 則無害.

  옛날의 주식이 주로 곡식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두 약물이 응용되었던 식적(食積)의 원인이 탄수화물과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체하였는데 탄수화물 덩어리를 약으로 썼다는 말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바로 ‘싹을 틔운다’는 포제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씨앗에는 배와 배젖(胚乳)이 있는데, 영양분 덩어리인 배젖을 분해하여 이것을 자양분 삼아 싹이 난다. 볍씨와 보리씨의 배젖에는 무엇이 가장 많을까? 당연히 탄수화물이지 않겠는가. 탄수화물을 분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렇다. 사람의 침샘과 이자에 분비되는 아밀레이스(amylase)와 같은 효소가 필요하다. 두 약물에서 이 효소가 가장 왕성하게 배젖을 분해하고 있는 시기가 바로 싹이 나는 시기이다.

  이러한 효소가 가장 많은 싹나는 시기야 말로 식적(食積)에 쓰는 약으로 딱 맞지 않겠는가?

  더불어 싹을 틔우느라 어느 정도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써버렸으니 탄수화물 때문에 생긴 식적에 써도 별 부담이 없다는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좌. 보리와 麥芽 , 우. 벼와 穀芽]

  또한, 이 효소는 싹틔운 볍씨 보다는 보리씨에 더 많이 들어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처방에서 맥아(麥芽)는 단독으로 가미된 경우는 많은데 비하여, 곡아(穀芽)는 굳이 맥아(麥芽)와 동시에 가미된 경우가 많은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古人은 이를 자세히 알 수는 없었겠지만 곡식으로 인한 食滯에는 싹틔운 볍씨와 보리씨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수많은 사용 경험을 통해 알았기에 ‘이름 모를 풀의 싹’이 아닌 ‘싹틔운 볍씨와 보리씨’에 發生之氣 운운하였던 것이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