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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10 해외 한약자원조사 - 호북성

한약자원조사(호북성) 3-4일차 답사기


한의사, 한약관련전공자, 한약관련 연구 및 현장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대한본초학회 주관으로 매년 해외 한약자원조사가 열립니다.

최근 답사는 2016년에 안휘성 및 강소성, 2017년에 운남성 및 광서성, 2018년에 신강위구르이었으며, 금년 (2019년)은 호북성 지역입니다.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기록을 남기질 않았는데, 한약자원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3회에 걸쳐 답사기를 남깁니다.


Written by Guemsan Lee. Dept. of Herbology, Wonkwang Univ.

Picture by Eui-Jeong Doh. Research Center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Revised by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Pusan National Univ.

 

1-2일차 답사기 : https://foramedica.net/archives/1670

3-4일차 답사기입니다.

5박 7일 동안 武漢시(호북성) – 英山현(호북성) – 宜昌시(호북성) – 恩施土家族苗族自治州(호북성) – 重庆 – 貴陽(귀주성) 순서로 아래 그림과 같이 답사하였습니다. 3-4일차는 녹색과 연두색으로 표시한 부분입니다.

 

 

3일차 – 의창(장양토가족자치현) – 8월 6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해발 1900 미터 이상에 위치한 재배지를 찾아가는 길을 시작합니다.

 목적지가 얼마 전의 비 피해로 산사태가 나서 공사 때문에 통행 가능 시간에 맞추어 가야 합니다.

 몇 년전 사고냥산에서 홍수 피해로 돌이 굴러떨어지는 산길을 짚차에 나누어 타서 하루 종일 올라간 일이 있었습니다. 쿵쿵 돌 떨어지는 소리에 가이드가 자기 회사에 전화해서 ‘나 죽이려고 여기 보냈나?’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달래고 달래서 간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이번엔 학회 공식 행사이라 일정에서 뺄까 고민도 많이 해봤지만 어렵게 수배한 재배지를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여행사와 협의하여 일단 가보자고 했습니다만 걱정이 앞섭니다. 게다가 처음 참가하는 분들도 있으니 …..

 산 길을 가야한다 해서 작은 버스에 오릅니다. 10여명의 캐리어를 짐칸에 모두 싣지 못해 맨 뒷 자석에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새벽 5시 반에 출발하여 식사를 못하니 호텔 측에 부탁해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길 가는 버스 속에서 빵과 과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합니다.

 두 시간여를 달려 의창시의 외곽으로 나온 뒤 고된 길이 산 밑에서 시작합니다.

  버스가 심하게 덜컹거려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도 힘듭니다. 1차선인데 비포장도로입니다.

  이런 길을 두 세시간 가야 도착한다 하여 잠은 포기합니다.

 좌석에서 1-2 미터 떨어진 곳은 낭떠러지입니다. 으레 있는 일이라 별 감흥은 없지만 살 없는 엉덩이가 아파옵니다.

 앞에서 고냉지배추를 가득 싣고서 내려오는 트럭과 만날 때면 오르는 차가 양보하는게 관례라하여 약간 넓은 곳이 나올 때까지 버스가 후진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깨어있는 일행이 ‘어 – 어-‘ 소리를 냅니다.

 중간에 공사 담당자를 제 시간에 만나 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의창에서 약 4시간 중에서 산 밑으로부터 약 2시간을 올라 도착한 재배지입니다.

 타지 사람이 흔치 않은 곳인데 외국인이 우르르 몰려다니니 동네주민이 모두 나와 구경합니다.

 이 일대에 10여년만에 방문했습니다. 당시에 비가 심하게 내려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던 중치독활을 마음껏 관찰합니다.

 ‘이 동네엔 백지가 많네’라며 지나쳤던 식물이 자세히 보니 중치독활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참당귀처럼 추대가 서면 뿌리가 목질화1되기 때문에 꽃대를 꺾어주고 종자를 받는 것만 열매가 맺히게 놔둔다는 등의 실제 재배 상황을 직접 확인한 게 기껍습니다.

 친절한 밭 주인이 직접 캐서 보여줍니다.

 잘라보니 중치독활 특유의 향이 강하게 납니다.

 중국당귀를 재배하는 옆의 밭에서도 한참을 머물면서 관찰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통역에 통역(가이드-현지 담당자-농민)을 거듭하여 재배법 등을 물어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지역에서 이제는 중치독활이나 다른 약재를 재배하는 대신 빠르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고냉지채소 재배로 업종을 빠르게 변경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치독활은 괜찮은 가격을 받는 약재인데다가 중국 내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 이유가 자못 궁금하여 물어보니 약재 시장에서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요 몇 년간 중국 내 시장에서 구당귀가 중치독활로 둔갑하여 팔리더니 이젠 위품인 구당귀가 아예 자리를 잡아버린 탓이 아닌지 추정해봅니다.

 천당삼도 재배한다기에 가보자고 하니 조그만 밭을 보여줍니다.

 올해 심은 것이라고 하며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수확을 앞둔 밭이 있다고 합니다.

 실습용으로 중치독활 등의 건조 약재를 구입하려고 말을 건네는 중에

 농민의 집 앞에서 스티로폼 박스에 기르는 중루를 발견합니다.

 

옆의 스티로폼 박스에는 삼칠(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주자삼’)로 보이는 식물도 있습니다.

일행 모두 달려 들어 사진을 찍고 통역이 괴로워할 만큼 질문을 해대니 그것 또한 신기하게 보였나봅니다.

 더 높은 산(여기도 해발 1900미터인데…. )에 올라가서 잘 찾아보면 있다고 합니다.

 순간 욕심이 났으나 오늘 은시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습니다.

친절한 주민이 자신이 키우는 천당삼을 캐다 주겠다고 기다리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천당삼은 그간 여럿 확인한 터라 교실의 대학원생에게 재배지 확인 경험도 쌓으라는 의미에서 주민과 딸려 보냅니다.

기다리는 동안 천속단도 찾아서 관찰하고,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길 가의 당잔대도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천황백도 찾아 관찰합니다.

  자신의 집 앞에 있는 나무에 여럿이 달려 들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양이 신기했던 동네 꼬마가 우리 일행에게 담배를 하나씩 꺼내서 줍니다.

 꼬마가 담배를 권하니 다들 기겁합니다.

 ‘하하. 지금은 흔치 않게 되었지만 중국에서 귀한 손님에게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주면서 권합니다. 아이가 담배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귀한 손님이라고 주는 것입니다.’고 하니 그제서야 일행의 얼굴이 펴집니다.

 물론 저는 흡연가이기 때문에 아주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한국에서 가져간 사탕을 몽땅 꺼내 답례품으로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손짓으로 ‘나는 흡연을 하지만, 저 사람들은 흡연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니 그때서야 꼬마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같이 사진 찍자고 합니다.

 그 근처에 있던 일행과 사진을 찍고 나니 아이의 할머니께서 차를 내주십니다.

 멀리서 다른 일행이 부르는 소리에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섭니다.

 재배하여 수확을 앞둔 천당삼을 주민과 같이 가지러 갔던 신선생(원광대)이 무언가 몽땅 펼쳐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재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라드는 일행이 신기했었는지 천당삼말고도 다른 약재를 종류별로 채취해줬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이것저것 캐다 주는 것을 일단 받아왔다고 합니다.

 덩이뿌리가 방울방울 달린 주자삼도 있고,

 

 귀한 칠엽일지화의 땅속줄기(중루)도 있습니다.  사진은 빠졌지만 다화황정, 몇 년은 익히 묵었을 튼실한 천당삼도 있습니다.

 한참을 사진 찍고 잘라서 확인하고 있으니 통행시간 맞추려면 식사해야 한다고 부릅니다.  현지 관계자와 식사하며 이것 저것 물어봅니다. 약재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새로 임용된 현의 현장이 약용식물로 소득을 올리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등의 기대감을 보입니다. 더 높은 곳에 가면 흔치 않지만 대황도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주 값진 경험을 얻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산사태 복구를 위한 공사로 통행시간이 제한되기에 욕심을 뒤로 하고 오후 1시 반 즈음 버스에 오릅니다.

 흡족한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이어서인지 버스창 밖으로 보이는 본초가 이제서야 눈에 뜨입니다.

 모과, 지부자, 당후박, 비자, 현삼, 토사자, 패란, 목통, 삼엽목통, 저실자, 종려 등, 당후박을 제외하면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본초지만 그래도 눈에 박아둡니다.

 내려오는 길 역시 한참입니다. 그래도 길을 헤매지 않아서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일반도로로 내려왔습니다. 은시의 식당에 6시 즈음 도착합니다.

 숙소에는 7시, 8시 즈음에 이틀간 밀린 사진 확인과 샘플 등을 정리하고 나서 26시 즈음 잠자리에 듭니다.

 

4일차 – 화정식물원 (호북성 은시) – 아침부터 비

 

 6시 모닝콜 8시 출발입니다. 아침부터 시작한 비가 어째 그치질 않습니다.

 무늬만 포장도로이거나 비포장도로인 곳을 달리다보니 느릿느릿 가는 길입니다. 도로가 곳곳이 무너져 내린 모습과 중장비가  자주 보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엉덩이가 괴롭습니다.

 비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 예상시각보다 1시간 정도 늦어 화중약용식물원에 10시 반쯤 도착합니다. 해발 약 1500미터에 위치한 식물원입니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려 비옷과 우산을 챙겨듭니다. 그래도 곳곳을 둘러보자고 결심하고 발을 옮깁니다.

 몇 년 전과는 다르게 곳곳에 철망이 쳐져 있습니다. 비 때문에 안그래도 걱정이었는데 가까이 볼 수도 없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철망 사이로 죽절삼과 우백부, 일파산남성이 보입니다.

 철망 가까이 있는 죽절삼입니다. 인삼보다 강모가 발달하고 뿌리도 대뿌리처럼 생겼다는게 특징입니다.

 

철망에 붙어 자라는 마두령을 관찰합니다.

우백부, 관화마두령, 중국고본, 당후박, 산계초, 오두, 운목향 등을 보고 나니 약속한 시간이 다되어 갑니다. 일단 버스로 돌아가 정오로 예정된 식사 시간을 뒤로 미루고 일행 일부와 함께 더 둘러 보기로 합니다.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넓어진 느낌입니다.

  당후박은 식물원 외곽에 흔하게 있습니다.

  이젠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집니다. 학생들로 보이는 다른 방문객은 모두 돌아갔습니다. 사진은 포기하고 모두 둘러보는데 집중합니다.

  외각으로 가니 백화패장이 있고, 황정, 약용대황, 중치독활, 황련, 중루 등이 보입니다. 빗속에서도 꼼꼼하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합니다. 눈으로라도 새겨 두어야 헛된 답사가 아니게 되니….

  넓디 넓은 곳을 모두 둘러 본 후 온 몸이 젖은 상태로 시간에 맞추어 버스에 도착합니다. 꽤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도 모두 둘러보는데 약 3시간여를 보냈습니다. 배고픔이야 좀 참으면 되지만 우산이 쓸모없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가 일정을 중단케 만듭니다. 빗속에서 움직일 버스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엔 도시락을 준비해서 천천히 둘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후 2시 반을 넘어 하산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날씨가 점점 맑아지더니 3시즈음 식사를 위해 식당 앞에 내리자 비가 서서히 멈추더니 곧 해가 쨍쨍합니다.

온 몸은 젖은 상태에다가 사진도 못 건지고 …. 어째 하늘이 얄밉습니다.

맑은 날씨가 되니 생각보다 빨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일정이 무려 두 시간이나 앞당겨진 셈입니다.

가이드가 앞당겨진 시간에 맞춰 열차표를 바꾸러 간 사이 쨍쨍한 햇볕에 젖은 신발, 옷가지, 가방 등을 늘어놓고 말립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게 민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썩는 냄새와 남은 일정을 보내야 하니 잠시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6시 열차를 타고 충칭에 8시 반쯤 도착하여 숙소에 9시쯤에 도착합니다.

젖은 옷과 물품을 처리한 뒤 그나마 건질 사진이 있으면 그것으로 식물을 확인하고 재배지에서 얻은 샘플을 정리하다 보니 역시 26시 즈음에 잠에 듭니다.

 (항공편으로 이동하여 26-7시에 숙소에 들어가는 일이 흔했던 5-6년 전 일정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공항에서 소요되는 3-4시간, 심지어는 연착이 일상화된,보다는 고속철로 이동하니 수면시간이 확보됩니다.)

 

대한본초학회 주관 2019 해외 한약자원조사(호북성) 3-4일차 끝. 5-7일차는 다음편에 계속.

 

각주

  1. 2-3년생을 놔두면 꽃대가 올라와 열매가 맺혀 뿌리가 질기고 단단하게 되는 것. 보통 재배 농민들이 ‘추대가 섰다’라고 표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