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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사연, 장년층의 흔한 세 가지 흉통(胸痛)


‘임상칼럼’에는 특정 질환한방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방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임상의에게 기고받은 글을 게재합니다. 다만, 본문 중의 소제목과 주석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집자가 임의로 달았으며, 여기의 내용은 포라메디카닷넷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written by Myoung-Gil Kang1.

주. 古代에는 《內經》에서 ‘胃脘當心而痛’이라 한 까닭에 心痛과 胃脘痛에 대한 기록이 복잡2하게 되었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과 함께 발병 부위에 따른 구분에 痰이나 瘀血, 食積, 七情傷 등의 원인에 따른 구분이 더해졌다. 그 예로 《東醫寶鑑》이 心痛有九種(蟲心痛, 疰心痛, 風心痛, 悸心痛, 食心痛, 飮心痛, 冷心痛, 熱心痛, 去來心痛)과 心痛亦有六(脾心痛, 胃心痛, 腎心痛, 積心痛, 厥心痛, 眞心痛)으로 제시하고 心胃痛의 원인을 ‘七情作心痛 食積痰飮瘀血 皆作胃脘痛’으로 정리한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는 朝發夕死 夕發朝死로 표현되는 眞心痛과 같은 급성심근경색을 제외하고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가슴통증 세 가지를 설명하였다.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다. 스물한 살 푸른 날 입영하며 헤어진 여자 친구 때문에 아픈 가슴은 훈련소 들어가면서 오리걸음 하고 나서부터 잊히고 낫는다. 하지만 50대에 생긴 가슴 아픔은 대부분 치료를 필요로 한다.

 

혈관에 때가 덕지덕지 끼었어요, 궐심통(厥心痛)3

  ‘궐심’ 님은 63년 토끼띠 남자다. 아버지가 환갑쯤에 중풍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그쯤에 협심증이 시작되어 고생하신다. 가만있으면 괜찮은 데. 연립주택 3층 계단 오르고 나면 몇 분씩 왼쪽 가슴을 움켜쥔다. 10년 넘게 협심증이 지속되더니 작년에는 스탠트라는 시술을 받았다.

  ‘궐심’ 님은 성실하다. 작년 12월 어느 눈 쌓인 새벽에도 어김없이 배산 체육공원을 뛰었다. 추웠다. 운동 끝나고 걸어 나오는 데 가슴이 아팠다. 나중에 보니 4분 정도였는데 다시 생각해도 40분은 넘는 거 같다. 겁이 덜컥 났다. 어머니처럼 나도 협심증? 그 뒤에도 같은 시각 운동 후에 두 번이나 아팠다. 한 가지 반성 되는 것은 성실함이 술과 고기까지 연동된 점. 결국, 아무리 운동을 해도 ‘궐심’ 님은 비만이다. 집 근처 체육공원에서 보면 날아다니는 돈가스다.

  대학 병원 검사 후 진단은 협심증. ‘심장 혈관이 두꺼워졌습니다, 기름기가 피를 타고 다니다가 심장 혈관을 두껍게 만들어 심장 혈관이 좁아졌습니다, 좁아진 혈관에 피가 강하게 여울져 흐르다 보니 상처가 나고 피떡이 엉겼습니다, 더 막히면 심장 근육에 쥐가 납니다, 또 심장 혈관에 피가 못 흘러 심장이 저리어집니다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홀어머니 되신 십몇 년 동안 협심증을 봐 왔던 ‘궐심’ 님이다.

  한의학에서는 ‘궐심통’이라 한다. 궐(厥)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다는 말이다. 심(心)은 심장이고. 통(痛)은 아픔이다. 궐심통은 심장에 쥐가 나고 통증이 생겼다는 말이다. ‘궐심’ 님처럼 고지혈증과 혈액 흐름 문제가 같이 문제 되는 예를 두고 담과 어혈이 같이 문제되었다 한다. 피에 기름기 많은 고지혈증이 담(痰)이다. 피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어혈(瘀血)이다.

  양방이나 한방이나 ‘궐심’ 님에게 요구하는 것은 같다. 술, 고기에 성실하면 안 된다. 무조건 끊어야 한다. 고기 먹으면 피에 기름 끼고, 술 먹으면 피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아, 물론 ‘궐심’ 님의 주량은 당연히 매일 소주 1병이다.

 

요즘 잔걱정이 많아 답답하더니 이젠 가슴이 아프네요, 칠정심통(七情心痛)4

  ‘야무진’ 님은 51세 공무원, 남자다. 결혼이 사십쯤이었다. 친구들은 애들 대학 등록금 준비하는 데 ‘야무진’ 님의 아들은 초등 4학년이다. 빡빡하게 살아온 일 없는 터라 불안이 뭔지 몰랐는데 이상해졌다. 60세 못되어 정년할 거 생각하니 답답하다.

  정년하고 나면 아들이 대학 간다. 으~ 돈!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작년에는 자다 깨기도 했고, 가만있는 게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왼쪽 가슴이 아프다가, 가슴 한가운데가 아프다가, 어느 날은 아플 데가 없어 등까지 아팠다. ‘야무진’ 님의 아픈 가슴은 불안 때문5

  한의학에서 ‘칠정심통’이라 한다. 칠정은 일곱 가지 감정이다. 그 감정들이 심장에 통증을 일으킨 거다. 소문난 대로 한의학의 주 치료 분야 중 하나다.

 

가슴도 아프지만 속도 쓰려요, 결흉(結胸)6

  ‘끌끌’ 님은 82학번 운동권이셨다. 지금은 직장 생활하면서 시민 단체 활동을 한다. 대학 때 경찰 피해 다니면서 살다가 위염이 생겼다. 늘 끌끌 거리는 트림을 달고 다녔다. 가슴이 아팠다. 자다 깨서 일어나 앉았다. 날이 밝기까지 고통스러운 새벽이 한두 번 아니었다. 지금도 깨끗이 안 낫고 늘 치료를 한다. 한의원에서는 ‘결흉’이라 했다.

 

 

  4~50대는 성인병 발생시기요, 있던 병도 심해지는 때다. 특히 가슴 아픈 병들은 꼭 치료해야 할 만큼 본격적으로 온다. 한의원 문 열고 들어가는 데 주저할 나이가 아니다. (끝)




각주

  1.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2. 《臨證指南醫案》 厥心痛一症 古人辨論者 多且精矣 茲不復贅. 但厥心痛與胃脘痛 情狀似一而症實有別. 世人因內經胃脘當心而痛一語 往往混而視之 不知厥心痛 為五臟之氣 厥而入心胞絡而胃實與焉. 則心痛與胃痛 不得不各分一門.
  3. 아팠다가 멎었다가 하면서도 오랫동안 낫지 않는다는 특징 때문에 ‘거래통(去來痛)’이라고도 한다.
  4. 대게 이유없는 두근거림을 동반한다는 특징 때문에 ‘계심통(悸心痛)’이라고도 한다.
  5. 여기에서는 思慮過多로 인한 傷心만을 예로 들었지만, 불안에 의한 七情心痛만 있지는 않다. 일례로 《臨證指南醫案》에는 ‘田씨 13세 맥이 가늘고 빠르며 우레 소리를 듣고 놀랐음. 가슴 아래가 출렁이듯 하며 아픔(田 十三 脈細數 聞雷被驚 心下漾漾作痛)’과 같은 驚傷으로 인한 心痛이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인 요인이 어떻게 臟腑에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6. 명치가 그득한데 단단하면서 아프면 結胸, 그득하면서 아프지 않으면 痞滿(心下滿而硬痛爲結胸 滿而不痛爲痞《東醫寶鑑》)이라고 한다. 《東醫寶鑑》에서 結胸을 9가지로 나눈 바와 같이 별개의 질병으로 취급되기도 하였지만, 다른 질병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여기의 예시는 ‘心下滿而硬痛’이라는 점에서 心痛을 설명하고자 結胸이라 하였다. 이와는 약간 다르게 속쓰림(心嘈)이 主症이면서 胃心痛이 있는 듯 없는 듯(似痛不痛)하면서 惡心이나 頭暈, 呑酸, 噯氣 등이 동반되면 痰鬱이나 食鬱, 痰火 등을 원인으로 보는 嘈雜의 범주로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