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라메디카닷넷

한약의 모든 것

메인상단(header advertising area)

메인상단(header advertising area)

큰일을 겪은 뒤의 불안, 심담허겁(心膽虛怯)


기초의학에 종사하는 한의사의 의안(醫案)입니다.  ※ 여기의 처방은  문헌에 근거하여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와 배합원리를 적용하여 가감하여 구성한 것이므로 응용하는 질환의 특성상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없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임의로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약사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임의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처방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제제 개발에 활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Reported by Guemsan Lee. Department of Herbology, Wonkwang Univ.
Revised by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Pusan National Univ.

 

  한의학에서는 신체 또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일을 심하게 겪은 뒤 조그마한 일에도 잘 놀라고, 누군가가 자기를 헤칠 것 같은 두려움에 떨기도 하며, 멍한 상태가 지속되고, 붕 떠 있는 것처럼 괴리감을 느끼며,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는 등의 일련의 증상을 묶어 ‘심담허겁(心膽虛怯)’이라 합니다.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인 불안장애나 급성스트레스장애1에서 많이 보이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처방으로 무려 7세기 당(唐) 시대에 이미 이에 대응하는 온담탕(溫膽湯)23이 존재했으며, 그 뒤로도 이 처방에서 유래한 수많은 처방이 만들어져 유사한 정신질환에 응용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흔히 말하는 ‘온갖 것이 몸 어딘가에 맺혀 생기는 병’에 두루 쓰는 육울탕(六鬱湯)4이라는 처방과 이에 유래한 수많은 처방도 같은 분야에 널리 쓰입니다. 현대인의 정신적인 감기라는 우울과 관련된 처방은 너무 많아 모두 언급할 수도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간질이나 치매와 같은 중증의 정신질환에 대한 기록도 아주 풍부합니다.

  다음 학기에 강의할 본초와 그 관련 처방을 틈틈이 정리하다가, 문득 정신질환의 한방치료가 그 효용에 비해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지인에게 처방한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1. 심담허겁(心膽虛怯)

 

들어가기에 앞서. 너무 특이한 일로 인한 것이라 특정될 우려가 있어 최대한 인적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서술합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담탕으로 가감하였습니다. 즉, 치료 종료 후에야 처방전을 노트앱에 정리하며 가장 유사한 처방을 《동의보감》을 뒤적거려 찾은 터라 ‘청심온담탕’이라는 원처방과 구성약물과 용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이유로 가장 적확한 처방이라 자신할 수도 없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 10월 즈음입니다. 처리할 업무가 있어 도움을 얻고자 근 10여년을 교류한 분(남, 40대 후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유가 나질 않으니 좀 미루자고 하십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의 발음이 약간 어눌해졌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신다는 느낌이 들어 혹시 건강문제가 아닌가 싶어 여러 번 묻습니다.

  송사가 있어서 그렇다 합니다. 워낙에 성실하시고 성격도 동글동글한 분이시라 신기한 마음에 화가 많이 나셨나보다고 누가 그렇게 속을 썩였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게 아니라 어떤 일로 송사가 걸렸다 합니다. 피해자겸 가해자가 된 상태여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심히 억울한 일을 당하셨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형을 살 수도 있는 일이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하십니다. 송사라는 분야에 아는 바가 일천하니 그쪽 일을 잘 아시는 분이나 변호사를 찾아서 조언을 받으시라고 권해드린 뒤에, 건강이 염려된다고 시간을 내어 방문해 주십사 말씀드렸습니다.

  11월 초, 천운으로 해결되었다고 미뤄 놓은 일을 처리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후 만나서 업무 관련 대화를 마치고서 건강 상태를 물었습니다.

  10월부터 잠이 오질 않고, 멍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속은 더부룩해 밥맛도 떨어지고, 가족에게 짜증내는 일도 많아졌다 합니다.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하니 잘 아는 약국에서 천왕보심단 제제를 권해서 그것도 복용했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5. 이러다가 사람 잡겠다 싶어 정신과에서 아티반과 노라제팜을 처방받아 복용하는데, 복용 후에 사람이 푸욱 쳐져서 생업에 심하게 지장을 주는 터라 계속 복용해야 할지 고민이라 합니다.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은 몸의 진액 부족으로 인한 불면에 쓰이는 처방이니 잘 맞지 않았을 것이라 하며 크게 놀란 뒤에 쓰는 약은 따로 있다고 한약을 권했습니다. 2~3개월은 한약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약이 준비되면 연락드린다 하였습니다.

 

  11월 중순에 아래 처방 15일분을 전달하였습니다.

淸心溫膽湯加減 A

香附子 1.5
半夏製 靑皮 1
北蒼朮 赤茯苓 竹茹 廣枳殼 0.7
遠志 條芩 生薑 大棗 0.5
柴胡 連翹 酸棗仁炒 甘草炒 神麯 0.3
(45포, 일 3 회 복용)

 

  11월 말 열흘이 지난 뒤의 전화 통화에서는 목소리에 힘이 생겼고 톤도 밝아졌습니다.

 

  12월 첫 주 즈음 모두 복용했을 때가 되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눌한 발음이 사라졌습니다. 가족한테 짜증 부리는 일도 없어졌다 합니다. 그런데 일이 있기 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상황에 닥치면 뒷덜미에 땀이 나며 심하게 긴장한다고 합니다. 목 뒤가 뻣뻣해서 근처 한의원에 갔는데 승모근 긴장이라고 하여 침 치료를 받았다 합니다. 좀 괜찮더니 요 며칠 간 서서히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하고 뒤척이며 잠을 못 자는 날이면 심해진다 합니다. 대변은 3~4일에 한번씩 보고 배가 항상 그득한 느낌이며 여전히 식욕은 없다 합니다. 아티반과 노라제팜은 어쩔 수 없이 잠을 못들 때만 띄엄띄엄 복용하고 있다 합니다.

 

  12월 6일 아래 처방 15일분을 전달하였습니다.

淸心溫膽湯加減 B

香附子 1.2
酸棗仁炒 日當歸 半夏製 1
北蒼朮 赤茯苓 竹茹 廣枳殼 0.7
連翹 神麯 唐厚朴 生薑 大棗 甘草炒 0.5
雲木香 山楂 麥芽 0.3
(45포, 일 3회 복용)

 

  12월 말 모두 복용했을 시점에 확인합니다. 위 처방 5일 정도 복용한 뒤로는 양약 복용은 중단한 상태라 합니다. 소화기계는 일이 있기 전 상태로 돌아왔고, 긴장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합니다. 슬슬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만,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다음 날 방문하셨을 때 아래와 같은 처방 15일분을 드리고 마지막 한약이니 잘 챙겨 드시고, 나머지 컨디션 조절은 땀내는 운동으로 조절하시라 권해 드렸습니다.

淸心溫膽湯加減 C

山棗仁炒 1.5
香附子 日當歸 半夏製 1
北蒼朮 赤茯苓 竹茹 廣枳殼 0.7
連翹 神麯 甘草炒 生薑 大棗 0.5
雲木香 山楂 麥芽 0.3
(45포, 일 3회 복용)

 

 해가 바뀐 1월 말, 확인 차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주 피곤한 날(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 하십니다.)이 아닌 이상 특별한 증상은 없다 하십니다. 그간 고생하셨다고 위로의 말을 드립니다. 그랬더니 완벽한 치료-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당사자도 모르는 막연한-를 위해 한약을 더 복용하시고 싶은 눈치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음의 병이 된 원인은 사람이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뿐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이 이것을 견딜 수 있는 상태면 증상이 나아지지지만 견딜 수 없으면 증상이 다시 도질 수 있다.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하는데, 결국 다시 놀라지 않는 방법은 솥뚜껑이라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약물은 일시적으로 견디게 만들어 주는 것일 뿐이니 자신의 마음과 몸이 극복하도록 양생하는 것이 좋다.’

 그 뒤로 반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당사자는 지금 새로운 사업에 의욕적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끝.

 

2. 참고 처방

 

○ 온담탕 溫膽湯《備急千金要方》 治大病後虛煩不得眠 此膽寒故也 宜服之方
: 半夏 竹茹 枳實各二兩 橘皮三兩 甘草一兩 生薑四兩. 上六味㕮咀 以水八升煮取二升 分三服(一本有茯苓二兩 紅棗十二枚)

 

○ 온담탕 溫膽湯《三因極一病證方論》 治大病後虛煩不得眠 此膽寒故也 此藥主之 又治驚悸
: 半夏湯洗七次 竹茹 枳實麩炒,去瓤,各二兩 陳皮三兩 甘草一兩,炙 茯苓一兩半. 上為銼散 每服四大錢 水一盞半 薑五片 棗一枚 煎七分 去滓 食前服.

cf. 온담탕 溫膽湯《三因極一病證方論》 治膽虛寒 眩厥足痿 指不能搖 躄不能起 僵仆 目黃失精 虛勞煩擾 因驚膽懾 奔氣在胸 喘滿浮腫 不睡
: 半夏湯洗去滑 麥門冬去心,各一兩半 茯苓二兩 酸棗仁三兩,炒 甘草 桂心 遠志去心,薑汁合炒 黃芩 萆薢 人參各一兩. 上為銼散 每服四大錢 用長流水一斗 糯米煮 如瀉膽湯法. 一方 見虛煩門.

 

○ 온담탕 溫膽湯《東醫寶鑑》 治心膽虛怯 觸事易驚 夢寐不祥 虛煩不得睡 … 驚悸怔忡 失志不寐 皆是痰涎沃心 宜理痰氣 此藥主之
: 半夏 陳皮 白茯苓 枳實各二錢 靑竹茹一錢 甘草五分 右剉作一貼五片二枚 水煎服

 

○ 온담탕 溫膽湯《溫熱經緯》
: 竹茹 枳實 半夏各一兩 橘紅一兩五錢 茯苓七錢 甘草炙,四錢. 每服四五錢 生薑一片 紅棗一枚 水一鍾五分 煎七分服.

羅東逸6曰 : 膽為中正之官 清靜之府 喜寧謐 惡煩擾 喜柔和 不喜壅鬱 蓋東方木德 少陽溫和之氣也. 是以虛煩驚悸者 中正之官 以熇熱而不寧也. 熱嘔‧吐苦者 清靜之府 以郁久而不謐也. 痰氣上逆者 土家濕熱反乘 而木不得遂其條達也. 如是者 首當清熱 及解利三焦. 方中以竹茹清胃脘之陽而臣以甘草‧橘‧半 通胃以調其氣. 佐以枳實 除三焦之痰壅. 使以茯苓平滲 致中焦之清氣. 且以驅邪 且以養正 三焦平而少陽平 三焦正而少陽正 膽家有不清寧而和者乎 ! 和 即溫也. 溫之者 實涼之也. 晉三亦云 : 膽氣退熱為溫 非謂膽寒而溫之也7.
雄按 : 此方去薑‧棗 加黃連 治濕熱痰而化瘧者 甚妙. 古人所未知也.

 

○ 가미온담탕 加味溫膽湯《東醫寶鑑》 治心膽虛怯 觸事易驚 涎與氣搏 變生諸證 (入門名參胡溫膽湯)
: 香附子二錢四分 橘紅一錢二分 半夏 枳實 竹茹各八分 人參 白茯苓 柴胡 麥門冬 桔梗各六分 甘草四分 右剉作一貼 三片二枚 水煎服

 

○ 청심온담탕 淸心溫膽湯《東醫寶鑑》 治諸癎 平肝解鬱 淸火化痰 益心血 (回春一名淸心抑膽湯)
: 陳皮 半夏 茯苓 枳實 竹茹 白朮 石菖蒲 黃連薑汁炒 香附子 當歸 白芍藥各一錢 麥門冬八分 川芎 遠志 人參各六分 甘草四分 右剉分二貼三片水煎服

 

○ 육울탕 六鬱湯《東醫寶鑑》 通治六鬱
: 香附子二錢 川芎 蒼朮各一錢半 陳皮 半夏製,各一錢 赤茯苓 梔子仁各七分 縮砂 甘草各五分 右剉作一貼三 水煎服

氣鬱加木香檳榔烏藥紫蘇葉, 濕鬱加白朮羌活防己, 熱鬱加黃連連翹, 痰鬱加南星瓜蔞仁海粉, 血鬱加桃仁牡丹皮韭汁, 食鬱加山楂子神麯麥芽




각주

  1. 대표적으로 교통사고 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라고 무조건 當歸鬚散을 처방하지 말고 정신상태를 살펴서 불안증상을 보이면 心膽을 먼저 1~2일 치료함이 좋습니다.
  2. 孫思邈(唐, 652)의 《備急千金要方》에 溫膽湯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처방은 生薑의 용량이 아주 많은 등의 차이가 있다. 현재와 구성이 유사한 처방은 陳言(宋, 1174)의 《三因極一病證方論》에서 찾을 수 있다.
  3. 이 처방에 대한 설명은 《溫熱經緯》의 것이 가장 훌륭합니다. 말미의 원문을 일독하시길 강권합니다.
  4. 《丹溪心法》
  5. 왜 말씀을 안하셨냐고 타박하니 가내에 복잡한 일이 있는 줄 뻔히 아는데 이런 일로 연락하기 미안했다 하십니다.
  6. 羅美(淸,1675)의 《古今名醫方論》
  7. 王子接(淸, 1732)의 《絳雪園古方選注》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溫膽湯 膈腑求治之方也. 熱入足少陽之本 膽氣橫逆 移於胃而為嘔 苦不眠 乃治手少陽三焦 欲其旁通膽氣 退熱為溫 而成不寒不燥之體 非以膽寒而溫之也. 用二陳專和中焦胃氣 復以竹茹清上焦之熱 枳實泄下焦之熱 治三焦而不及於膽者 以膽為生氣所從出 不得以苦寒直傷之也. 命之曰溫 無過泄之戒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