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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춘온(春溫)


기초의학에 종사하는 한의사의 의안(醫案)입니다.  ※ 여기의 처방은  문헌에 근거하여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와 배합원리를 적용하여 가감하여 구성한 것이므로 응용하는 질환의 특성상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없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자격자가 임의로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약사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으며, 임의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처방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제제 개발에 활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Reported by Guemsan Lee. Department of Herbology, Wonkwang Univ.
Revised by Jung-Hoon Kim. Division of Pharmacology, Pusan National Univ.

 

  야외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 종종 발생합니다. 농사일이 바빠지는 봄부터 이른 여름1에 많았기에 한의학에서는 ‘춘온(春溫)’의 범주로 취급합니다. 옛사람들은 겨울이 온화하고 따뜻하면 이듬해 봄에 온갖 감염병이 발생한다고 말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지는 몰랐기에 발생 시기와 질환의 양상만으로 분류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증상을 면밀하게 기록했고 그에 대한 처방도 다양하게 기록하였으므로 현대의 한방의료인에게는 많은 참고가 됩니다.

주. 대한감염학회.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진료지침 권고안. 2016. Available from : https://www.ksid.or.kr/rang_board/list.html?num=2530&code=notice4

 SFTS에 대한 안전안내문자를 받고서 생각나버린, 심적인 고생이 너무 심해 잊고 싶어 묵혀두었던 몇 년전 관련 질환의 처방 기록을 꺼내어 정리해 봅니다.

 

1. 요약

  2020년 봄철 글쓴이의 모친께서 진드기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겪어 온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겨울 동안 내상발반(內傷發斑)으로 고생하셔서 체력이 많이 떨어지신 상태인데, 엎친 데 덮쳤다고 모친의 머리카락 사이에 가려진 진드기를 발견하고 가슴이 덜컥했습니다. 주말에 텃밭 일을 보시고 다음날 부터 나타난 통증 이외의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악명을 떨치는 진드기다보니 다음날 병원에서 검사 받으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주. 경황이 없어 사진을 찍어 두진 못했습니다. 모친 두피에서 발견한 진드기는 작은소피참진드기였습니다. 사진은 관련 기사2를 참조 바랍니다.

  다음날(2020.4.7) 병원의 입원 권유에도 별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귀가하셨다 합니다.

  그 다음 날(2020.4.8) 이른 아침부터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긴급한 처치를 받은 후 입원시켰습니다.

  치사율 10~30%에 이르는 감염병이지만 효과적인 특이치료제가 없기에 병원에서도 대증 치료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병원의 스테로이드제제를 포함된 처방약을 복용하면 고열과 갈증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며칠 반복되는 터라 관련 내복약은 수령 후 복용치 않게 되었습니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자반이 심해져 그것도 같이 투약을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담당의는 환자분의 체질이 특이3하여 그렇다 합니다. 결국 일요일(12일) 오후부터는 영양 공급을 위한 수액과 항히스타민주사제 오전 1회, 항히스타민 경구제4를 소량만 투여 받고 한약에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멀리 사는 가족들도 내려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지만 발만 동동 구를 뿐입니다. OO대학교 부속병원의 선생님들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의견을 같이 하기에 큰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고용량의 한약 위주로 투여하기로 했습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의 도움 없이 한약을 투여하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5했습니다. 다행히 다장기 부전기(stage 2)가 아닌 회복기(stage 3)로 진입하여 21일에 퇴원하셨습니다.

  아래의 기록은 약 열흘간의 양한방 처치 기록입니다. 당시 10일부터 14일까지 말그대로 피가 말라가던 때라 처방의 가감을 위해 주요 증상 위주로만 간단히 기록한 탓에 많이 부족합니다. 평소라면 의무기록사본을 받아 두었을 텐데 최악을 염두에 두기도 했던 상황이라 그러질 못해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지금에야 해봅니다.

  해당 질환이 특이치료제가 없는 만큼 고대로부터 수많은 기록이 존재하는 한방치료도 겸하여 활용되길 기대합니다.

 

2. 상세 경과

2020.04.04 머리부터 뒷목까지 통증.

2020.04.06 밤늦게 귀가해서 진드기 발견하여 떼어냄. 그 뒤로 통증 경감되어 다음날 병원에 가기로 함.

2020.04.07 병원에서 진드기에 의한 것 맞다고 하며 입원하라 했으나 귀가함

2020.04.08 이른 아침 오한 구토 설사 심하고 전신에 평평한 선홍색 비대칭성 홍반 발생. 혈압 157-124까지 상승. OO병원 응급실에서 처치 후 혈압 정상 회복. 체스트 사진은 이상 없음. 입원.
은교산가감방 저녁부터 약간량씩 투여.

銀翹散加減A (銀翹散-豆豉+生地黃,大靑葉,牧丹皮)

連翹 金銀花 40g
桔梗 薄荷 牛蒡子 24g
生甘草 20g
竹葉 荊芥穗 生地黃 16g
大靑葉 牧丹皮 12g
(위를 2일분으로 삼아 8포로 제조. 4월 8일 저녁부터 10일 정오까지 6시간마다 1포 복용)

2020.04.09 홍반 감소, 취침 전까지 별 이상 없음. 좀 나아졌고 속 쓰릴까봐 한약 복용 안하고 취침하였다 함.

2020.04.10-12  오전 7-8시경 숨쉬기가 힘들어 산소 공급 처치(간이). 항히스타민제.(페니라민말레산염주사액) 주사. 주사제 투여 후에도 홍반 심해지고 숨가쁨은 여전. 열은 38~9도 전후.
 11시반 즈음 홍반은 약간 감소하였으며 산소 공급 중단.
 항히스타민제 및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구강 투여
→ 양약 복용 3-40분 정도 뒤에 열이 심해지고 홍반이 진해짐. 이 현상이 반복6되어 결국 스테로이드 및 항생제는 12일 일요일부터 복용 중단

銀翹散+化斑湯 加減 A (은교산-두시+생지황,대청엽,목단피,석고,현삼)

連翹 金銀花 蘆根 40g
桔梗 薄荷 牛蒡子 24g
生甘草 20g
竹葉 荊芥穗 生地黃 16g
大靑葉 牧丹皮 石膏 玄參 12g
(2일분량. 8포. 4월 10일 저녁부터 13일 정오까지 6시간마다 1포 복용)

 

2020.04.13 전반적인 증상은 약간 완화. 오전 항히스타민 주사제. 갈증은 10에서 7로 줄어듬.
(주말동안 하루 중에서 상대적으로 아침에 홍반 심했으며 호흡이 가빠진 양상이 반복됨. 한약 복용 후 증상이 전체적으로 감소되며, 갈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과 복용의 간격이 넓은 취침 전후를 고려하여 용량을 높이기로 결정함.)

銀翹散+化斑湯 加減 B

連翹 金銀花 蘆根 400g
桔梗 薄荷 牛蒡子 240g
生甘草 200g
竹葉 荊芥穗 生地黃 160g
大靑葉 牧丹皮 石膏 知母 玄參 120g
麥芽 梔子 豆豉 80g

(약 10일분. 물 14L, 개방식 약탕기에 3시간30분 전탕, 薄荷는 종료 20분전 투하, 총 5.7L 추출됨. 120mL 포장으로 47포 획득. 4시간마다 1포씩 복용)

 

2020.04.14 갈증 최고10에서 5정도로 감소. 홍반 완화, 숨가쁨 완화. 한약의 양이 많아 약간 더부룩하지만 속쓰림이나 설사, 복통 등의 다른 소화기계 증상은 없음. 

2020.04.15 갈증 3으로 감소. 다른 증상도 완화됨

2020.04.16 갈증 2-3으로 감소. 홍반 옅은 분홍으로 한 시야당 3-4개 정도. 숨가쁨은 없으나 간헐적으로 띵한 두통 있음(있을때마다 간이 산소 흡입 처치). 저녁부터 한약 6시간마다 투여로 변경.

2020.04.17 갈증 1-2. 홍반 언뜻 봐서는 관찰 안됨. 소양증 거의 없고 항문 근처만 약간 있음. 아침 기상때 머리가 약간 띵하였고 숨가쁨은 없었음. 한약 6시간마다 투여, 페닐아민말레산염주사액 오전 1회 피하주사, 경구투여 반알씩 일 2-3회 복용 중.

2020.04.18 주사제 및 양약 투여 중지(영양 공급을 위한 수액만 투여). 갈증 약간, 홍반 없음. 오전에 몸이 약간 간질거렸으나 정오 즈음엔 괜찮음. 기상때 약간 띵했으나 움직이면서 괜찮아졌음. 한약 6시간마다 투여 지속.

2020.04.21 모든 증상 없어짐. 퇴원. 남은 한약은 8시간마다 투여. 

 

3. (추가 내용) 알레르기 또는 재발(?) 

  같은 해 두 달 뒤인 6월 말 심한 소양감을 동반하는 피부발진이 모친께 나타났습니다. 체온도 정상이고, 호흡에도 이상이 없으며, 소화기계 증상도 없는 등 다른 이상이 없어서 단순한 알레르기인가 싶어 24일에 OO대학부속병원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 2020.6.23 뒷목과 팔뚝 안쪽에 소양감이 아주 심한 피부 발진 발생 ]

  항생제 및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구성된 내복약과 스테로이드연고(Mometasone Furoate)를 처방받았습니다. 내복약 중에선 항히스타민제만 복용하고 스테로이드연고는 처방전 대로 도포했습니다. 혈액검사결과는 별 이상이 없고, 알레르기로 추정된다는 정도의 의사 소견이 있었습니다.

[ 2020.6.24 주위로 확장되고 손등으로 번짐 ]

  약을 복용하고 연고를 발라도 소양감만 약간 진정될 뿐 피부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7월 8일에는 아래의 사진과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연고는 도포하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면 소양감이 다시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 2020.7.8 항히스타민 구강복용 및 스테로이드연고 도포 약 2주 후 (이 날부터 한약 투여 시작)  ]

 피부의 소양감만 극심할 뿐 특이적인 증상이 없었다는 점때문에 너무 방심했나 싶어 천천히 짚어 봤습니다.  잠복해있던 바이러스가 체력 저하로 인해 나타났던지, ‘풀밭’이라는 유사 상황에 노출된 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인지는 확정7할 수 없지만, 이것 또한 리열증임은 확실하므로 4월의 상황에 준해서 한약치료를 겸했습니다.

 여의금황산 전탕액을 차갑게 식혀 천에 젹셔 환부에 둘렀습니다. 스테로이드제를 도포했을 때와 비교해서 ‘안쪽의 간지러움도 좀 나아지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8

 그리고 위의 ‘銀翹散+化斑湯 加減 B’에서 화반탕의 비중을 높이고 전체 약량을 반으로 줄여 조제하였습니다. 일 3회를 5일간 복용토록 했습니다. 3일 정도 복용 후에는 연고를 바르는 횟수가 일 3회 정도로 줄었고 피부의 붉기도 감소되었습니다. 5일분을 모두 복용할 때 즈음에는 잠에 못들 정도의 간지러움은 아닐 정도가 되어 연고 도포는 중지하였습니다. 같은 처방을 3일분 더 복용하고서는 증상은 사라지고 다른 부위보다 약간 붉은 정도로 완화되었으며 이 뒤로 이틀 복용 후 완전하게 사라졌습니다. 

 유사한 피부 병변이 약 두 달 뒤에 나타났고 사용한 처방도 구성약물의 비중만 다를 뿐이었기에 참고가 될까 싶어 이것도 정리하여 첨부합니다.

 

4. 참고처방

○ 은교산 銀翹散《溫病條辨》
: 連翹一兩 銀花一兩 苦桔梗六錢 薄荷六錢 竹葉四錢 生甘草五錢 芥穗四錢 淡豆豉五錢 牛蒡子六錢.
上杵為散 每服六錢 鮮葦根湯煎 香氣大出 即取服 勿過煎. 肺藥取輕清 過煎則味厚而入中焦矣. 病重者 約二時一服 日三服 夜一服, 輕者三時一服 日二服, 夜一服, 病不解者 作再服. 蓋肺位最高 藥過重 則過病所 少用又有病重藥輕之患 故從普濟消毒飲時時清揚法. 今人亦間有用辛涼法者 多不見效 蓋病大藥輕之故 一不見效 隨改弦易轍 轉去轉遠 即不更張 緩緩延至數日後 必成中下焦證矣. 胸膈悶者 加藿香三錢‧鬱金三錢 : 護膻中, 渴甚者 加花粉, 項腫咽痛者 加馬勃‧元參 衄者 去芥穗‧豆豉 加白茅根三錢‧側柏炭三錢‧梔子炭三錢, 咳者 加杏仁利肺氣, 二‧三日病猶在肺 熱漸入里 加細生地‧麥冬保津液, 再不解或小便短者 加知母‧黃芩‧梔子之苦寒 與麥‧地之甘寒 合化陰氣 而治熱淫所勝.

○ 은교산거두시가세생지목단피대청엽배원삼방 銀翹散去豆豉加細生地丹皮大青葉倍元參方《溫病條辨》
: 即於前銀翹散內去豆豉 加 細生地四錢 大青葉三錢 丹皮三錢 元參加至一兩

○ 화반탕 化斑湯《溫病條辨》
: 石膏一兩 知母四錢 生甘草三錢 元參三錢 犀角二錢 白粳米一合. 水八杯 煮取三杯 日三服 渣再煮一鍾 夜一服.

○ 여의금황산 如意金黃散《外科正宗》 敷之百腫自當安治癰疽 發背 諸般疔腫 跌撲損傷 濕痰流毒 大頭時腫 漆瘡 火丹 風熱天泡 肌膚赤腫 乾濕腳氣 婦女乳癰 小兒丹毒 凡外科一切諸般頑惡腫毒 隨手用之 無不應效 誠爲瘡家良便方也.
: 天花粉上白十斤 黃柏色重者 大黃 薑黃 各五斤 白芷五斤 紫厚朴 陳皮 甘草 蒼朮 天南星 各二斤. 以上共爲咀片 晒極乾燥 用大驢磨連磨三次 方用密絹羅廚篩出 瓷器收貯 勿令泄氣.

凡遇紅赤腫痛 發熱未成膿者 及夏月火令時 俱用茶湯同蜜調敷,
如微熱微腫及大瘡已成 欲作膿者 俱用蔥湯同蜜調敷,
如漫腫無頭 皮色不變 濕痰流毒 附骨癰疽 鶴膝風症等病 俱用蔥酒煎調,
如風熱惡毒所生 患必皮膚亢熱 紅色光亮 形狀游走不定者 俱用蜜水調敷,
如天泡 火丹 赤游丹 黃水漆瘡 惡血攻注等症 俱用大藍根葉搗汁調敷 加蜜亦可,
湯潑火燒 皮膚破爛 麻油調敷.
具此諸引理取寒熱溫涼制之. 又在臨用之際 順合天時 洞窺病勢 使引爲當也.




각주

  1. 실제로는 봄부터 가을까지이나 밭일과 같은 야외 활동이 많은 시기에 발생
  2. 밀양시, 야외활동시 참진드기 물림 ‘SFTS’ 주의
  3. 겨울의 내상발반으로 해당 병원 단골(?)이 되어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로 인한 부작용이 모친께 잘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계셨으나 치료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투여한다고 전해들었습니다.
  4.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로 소양증이 심해 주사제는 17일까지, 경구제는 반알씩 일 2-3회 복용
  5. 여담으로 그 10일 동안 글쓴이는 흰 머리카락이 심각하게 늘었을 정도로 심력을 소모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퇴원하실 때 즈음엔 ‘정말 한의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6. 원인을 알 수 없어 내복약 중에서 하나씩 제외하고 복용하는 방법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7. 후자의 경우로 잠정적으로 판단합니다.
  8. 아래에 기술하는 처방을 5일 정도 복용하였을 때 즈음에는 연고는 취침 전에만 도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