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개규약(開竅藥)
옛사람은 갑자기 졸도하여 정신을 잃는 현상을 두고 정신활동과 관련된 기혈이 움직이는 통로가 막혀서 그런 것이라 여겼다. 이렇게 정신을 잃거나 혼미한 상태를 개선하는 약물을 막힌 통로를 열어줬다는 의미에서 ‘개규약’이라 분류하였다. 또한 ‘마음’과 ‘생각’ 등의 정신활동은 심장이 주로 담당한다고 간주하였는데, 이는 뇌는 주담당인 심장의 감독 아래 실행하는 실무자 역할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주요한 통로를 뇌가 아닌 ‘심규(心竅)’로 간주하였다. ‘규(竅)’에 대해선 본문 주석의 원문을 참조한다.
사향(麝香) Moschus
‘사향’은 수컷의 사향노루 사향선의 분비물이 굳은 알갱이로 예로부터 귀중한 약물로 취급하였다. 한반도에서도 자생하였으나 일제시대의 남획으로 인해 사라졌다. 인체의 기혈을 막론한 각종 ‘체’에 개규하는 효능이 뛰어나 응급 처방에 빠지지 않는 약물이었다. 효능의 특성을 살려 보익하고자 할 때 보익에 방해되는 기혈체를 없애고자 응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주 적은 양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체취를 감추는 효과로 인해 동양권에서는 향수처럼 사용되기도 하였다.
빙편(冰片) Borneolum
‘빙편’은 현대인에게는 파스냄새로 친숙한 약물이다. 용뇌향수를 증류추출하여 만들던 빙편은 합성한 것이 등장하기 전에는 사향과 맞먹는 고가의 약물이었다. 빙편 중 품질이 좋았던 것은 ‘용뇌’ 또는 ‘매편’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궁중에서는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기 위해 사향이나 빙편을 주머니에 소량 담아서 지니기도 하였다. 고가였던만큼 귀중한 약물로 구성된 처방에 응용하는 예가 대부분이었다. 한방에서의 쓰임새는 현대에 밝혀진 약리작용에 기인하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심허열(心虛熱)
최근 의료계에서는 ‘치매(痴呆)’라는 질병명이 온당치 못하다 하여 다른 이름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이름으로 변경되든 해당 질환은 환자나 가족에게 감내키 어려운 고통을 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의 일을 겪기 전 본초표본실 소속 학생연구원들에게 류마티스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매와 같은 대사기능이상질환 등에서 완치는 어려울지라도 한의학적 접근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용이할 수도 있다는 짤막한 의견을 류마티스환자와 관련된 내부 의안을 들어 피력한 적이 있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얼마 뒤 지인의 모친께서 치매로 진단받으셨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지인의 가족들 전부 합심하여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중 인연이 닿아 불행 중 다행으로 한의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의안이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